너만의 잘못이 아니야
항상 자신보다 어린 사람은 철없고 부족해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그것을 하나의 성장 과정으로 보고 이해심을 갖고 지켜봐 주며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어른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기다려주지 않고 무시하며 비난하는 어른도 있다. 이기순 이사장님의 표현대로 많은 어른이 위기의 아이들을 이해하고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보다는 오히려 내 자식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까 봐 사회에서 분리하고 벌하기를 원한다는 점은 너무 안타깝다.
아프고 다친 아이들도 회복되고 변해야 하겠지만 우리 사회의 인식도 함께 변해야 한다. 우리의 잘못된 시선으로 위기의 아이들이 더 힘들어지고 쉽게 되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기순 이사장님은 ‘너만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위로하고 따뜻한 사랑의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사회 인식이 함께 바뀌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책은 청소년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고민하고 정리해 보는 계기를 만들어주었고 정말 술술 잘 읽혔다. 어른들에게는 좋은 어른이 될 기회를 제공하고 위기의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위로 와 격려를 건넨다. 점점 심각해지는 사회의 유해환경으로부터 청소년은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유해환경이 정화되면 반드시 문제가 예방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유해환경 정화에는 한계가 있으며 무해 상태의 사회환경은 실현 불가능하다. 오히려 유해환경에 대한 면역성과 저항력도 갖추지 못한 과잉 보호된 약자를 만들 우려마저 있다. 어떤 환경에 놓이더라도 악영향을 이겨낼 역량을 길러야 한다.
유해환경 속에서도 아이의 마음가짐과 주변의 노력에 따라 자신을 단련하고 능력을 키우는 좋은 조건으로 바꿀 수 있다. 따라서 청소년 보호 방법에서도 새로운 시각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히 청소년을 유해환경으로부터 수동적으로 보호하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청소년 스스로 주체가 되어 제대로 된 환경을 만들어내는 적극적 차원까지도 포함해야 한다. 위기의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끝내 이러한 방향성을 입증하는 산 증거가 되길 바란다.
- 정익중 (이대 사회복지학과교수, 한국청소년복지학회장)
새길을 찾는 아이들
코로나19로 사회가 봉쇄되고, 온라인 교육이 전면화되자 학생들이 학교에 가고 싶어 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피식 웃음이 나 왔다. 꾀병을 부렸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코로나 이전, 학교를 떠난 청소년이 매년 5만 명이다. 그 학생들도 학교로 돌아가고 싶었을까, 생각해 봤다. 무학의 한을 넘어서려고 온 사회가 노력한 지 수십 년 만에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으로 포괄하려는 사회로 전환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학교는 정보화시대에 필수가 아니라, 선택사항이 되고 있다.
이기순은 ‘문제아’라며 손쉽게 손가락질하기 쉬운 청소년들이 처한 가족 내부와 학교의 상황을 다양한 방식으로 묘사하며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지침을 주고 있다. 한국이 주요 선진국(G7)에 근접한 나라가 됐다고 환호하지만, 경제 사회적 양극화 또한 심화해 고통받는 가정들이 적지 않고, 청소년들이 그 고통을 물려받으며 살고 있다면, 개선할 방안을 찾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청소년이 미래라고 하지만 우리 어른들은 그 미래를 위해 무엇을 권유하는가, 그들의 필요를 제공하는가, 사회의 필요를 강요하는가, 깊이 고민할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 문소영 (서울신문 논설위원)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니? 지금 얼마나 힘드니?
“아직 너무 예쁘다!” 이 책에는 위기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저자의 따뜻한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 누구도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 마음의 빚은 저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 지고 있다. ‘아직 예쁜 너무나도 예쁜’ 이 아이들을 위기로 몰아세운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이들은 아직 너무 예뻐서 우리에게 도저히 짐이 될 수 없는, 우리가 마음으로 보살펴야 하는 존재다. 책임은 그들 부모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우리에게 사회적 돌봄의 의무가 있다.
저자는 위기에 처한 아이들이 느끼는 마음의 고통과 상처를 세밀하게 그려 놓고, 그들을 돌보기 위한 사회적 돌봄 서비스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한 편의 그림을 보듯 잘 조망해주고 있다. 오래 중앙부처와 일선 청소년 사업 추진기관의 장을 역임한 경력이 없으면 써 내려갈 수 없는 글이다. 이렇게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는 글은 경륜만으로는 쓰기 어렵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니? 지금 얼마나 힘드니? 한 줄 한 줄의 글에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청소년 문제에 관심 있거나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행복해지는 책이다.
- 김현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
나를 믿어 주는 한 사람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실화이다. 주인공 프랭크 애버그네일 주니어는 16세에 가출해서 나이를 10살 올려 신분 상승(?)을 하고 상상도 못 할 사기 행각을 벌인다. 수표를 위조하면서 비행기 조종사,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의 일을 해낸다.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서 아무에게도 작은 의심조차 받지 않는다. 그러나 그를 수표 위조범으로 확신한 FBI 요원이 계속해서 뒤를 쫓는다. 그는 결국 붙잡혀 12년 실형을 받고 수감되지만, FBI의 업무를 도와 다른 위조범들을 잡고, 큰 기업들의 수표 위조를 방지하는 일에 조력한다. 법을 어기는 자에서 지키는 자로 변화한 것이다. 그가 그렇게 되기까지는 그의 곁에 그를 믿어 주는 FBI 요원이 있었다.
이렇듯 불우한 청소년 시기를 보냈지만, 부와 명성을 거머쥔 이들이 꽤 있다. 미국 배우 할리 베리도 쉼터에서 생활했다. 그녀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는데, 오랫동안 유색인종으로 는 거의 유일한 수상자였다. 재즈 가수인 엘라 제인 피츠제럴드도 불우한 청소년기를 거리에서 방황했고, 쉼터에서 생활했다. 그런 그가 그래미상을 13번이나 받았고 레이건과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각각 훈장을 받았다. 사후에는 미국 우표에 등장할 정도로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다. 이들은 둘 다 쉼터 등 청소년안전망을 거쳤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믿어 주는 어느 한 사람이 있었기에 그들이 그런 성취를 이룰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세상은 공정하지 않다. 부모를 선택할 수 없듯이 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선택할 여지가 없다. 그저 주어진 환경에 놓여 있는 그들은, 자신의 거죽이 너무 힘겨울 때 어른도 그렇듯이 비행을 저지른다. 이 책은 길 잃은 아이들을 도와줄 충실한 가이드북이다. 부모가 처음이라 양육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부모교육 정보나 위기청소년을 지원하는 청소년쉼터, 국립청소년디딤센터 등 아웃리치를 통한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현실적인 지원, 심지어 대학입학 정보까지도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사전지식이 없던 일반인들도 이 책을 보면 허둥대지 않고 전문가 못지않게 아이 들을 도와줄 수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보며 스펀지처럼 모든 것을 흡수한다. 남을 대하는 법, 특히 약자를 대하는 법도 우리를 보고 따라 한다. 우리는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할 수 있다. 위기의 아이들도 그냥, 마냥, 오롯이 예쁘기 때문이다.
- 김미경 (금융위원회 외신대변인, 전 펄벅재단 한국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