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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년 11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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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128쪽 | 256g | 134*195*12mm |
ISBN13 | 9788954683258 |
ISBN10 | 8954683258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01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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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매큐언의 <바퀴벌레>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모태로 한 작품이라고 소개된다. 작가의 <넛셸>이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모티프로 삼았다지만 태아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에 봉착하고 가계의 파국을 그린다는 점만 유사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를 다시 쓴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식의 비교는 무리겠다.
카프카의 <변신>은 하루아침에 갑충으로 변한 그레고르 잠자의 격리와 소외, 죽음을 따라간다. 다시 말해서, 인간의 몸이 치르는 과도한 노동과 가장의 무게에 짓눌린 나머지 빚어지는 가정 비극에 해당한다. 한편 무라카미 하루키도 <변신>의 설정을 토대로 단편소설 <사랑하는 잠자>를 썼다. ‘정상’으로 간주되는 몸에서 벗어난 형태를 지닌 주인공이 비슷한 고충을 지닌 이성에게 끌리며 발생하는 긴장감을 다룬다.
앞서 언급한 <변신> <바퀴벌레> <사랑하는 잠자>에는 영속할 거라고 믿었던 몸이 사라지는 현상이 불안한 꿈의 형태로 나타난다. 예술가들이나 정치인들에게 ‘자기 변혁’은 멈추지 않는 시도라서 변신이라는 환상성은 매혹적인 소재로 쓰이는 듯하다. 매큐언은 변신 기제를 통해 인간종이 지구 생명체 중 가장 우월하다는 착각을 일깨운다. 바퀴벌레들이 인간의 탈을 쓰고 영국의 내각을 잠식하는 까닭이다.
바퀴벌레 떼가 웨스트민스터궁을 빠져나와 화이트홀로 이동해 벌이는 소극은 처음 있는 일도 마지막도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매큐언의 최근 소설들은 무대의 연극성을 차용해 하나의 해프닝으로 그칠 수 있는 사건을 중심으로 정치적 탐욕과 도처에 깔린 배신을 신랄하게 잡아내는 흐름을 보인다. <솔라>에서는 심각한 기후변화를 둘러싼 전지구적인 사기극을 블랙유머로 풍자한 바 있다. 이번 <바퀴벌레>에서도 영국과 연맹국들의 갈등과 음흉한 뒷거래가 응축돼 고발된다. 짤막한 정치 우화이자 소극이라는 인상을 주어 <변신>이나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보다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 더 가깝다.
카프카의 <변신>과 비교해보면 <바퀴벌레>는 인간이 된 벌레라는 역발상에 해당하고, 잠자가 장거리 출장을 다니던 노동자에서 자기 방에 갇혀 퇴행과 건강악화를 겪는 것과 달리 <바퀴벌레>의 주인공은 외국으로 출장과 순방이 잦아지며 활동반경을 넓힌다. 카프카의 소설을 의도적으로 뒤집은 요소들이 주인공의 억지스런 정치색과 맞물려 통일감을 부여하고 신랄한 풍자twist로 다가온다.
영국 총리의 몸을 입은/빌린 바퀴벌레는 이전 총리의 성향과는 반대 노선을 걷는다. 소설의 제사에 픽션임을 밝혔지만 브렉시트 정책을 강행한 보리스 존슨 총리부터 각국의 정상들을 짚어보게 한다. 대체로 그들은 인간의 외피를 둘렀으나 성향과 기질은 바퀴벌레의 습성에 준해 빛을 꺼리고 부패하기 쉬운 고온다습에 강하다. 먹을 것이 있으면 어디든 꼬이고 시체조차 마다하지 않음이 공익과 공정을 저버린 정치인들과 특정 당을 비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바퀴벌레>는 총 4부로 구성되어있다. 1부에서 잠에서 깨어난 짐 샘스는 단독 임무(독자 노선)를 맡은 것만 기억날 뿐 모든 것이 낯설고 이물스럽다. ‘거대생물체’가 된 그가 앞으로 어떻게 인간 언어를 구사하고 직립보행을 할지에 귀추가 모아지며 독자도 덩달아 촉각이 곤두선다. 쌍더듬이 기능이나, 달달한 커피와 죽어가는 청파리에 입맛을 다시고 청결과 청렴이 불편한 모습이 가려진 실체를 은근히 드러낸다. 그에게는 직책MP이 딸린 이름이 있는 관계로 의심을 사거나 따로 자신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 짐은 오전 각료회의에서 외무장관만 그와 같은 종족이 아님을 알아본다. 야밤중 이동에서 세인트존의 몸을 대신할 바퀴벌레가 깔려 죽은 탓이다.
다음 2부에서 영국이 지독한 경기 침체 속에 국민투표로 유럽연맹에서 탈퇴할 상황에 놓인다. 정황상 역방향주의 프로젝트는 양극화된 진영이 빚은 브렉시트를 은유한다. 근거도 유래도 모호한 역방향주의Reversalism가 열성 애국주의와 국가부흥과 언론의 부추김의 광풍을 타고 느닷없이 짐에게 날개를 달아준다. <리어왕>의 장님 글로스터처럼 절벽 끝에 선(do or die) 그가 점프를 하면서 극적 대의명분이 성립된다.
시계방향에 역행하는 법안을 재상정하고자 혈안이 된 총리의 눈에, 진짜 인간 외무장관의 반대와 개입은 소탕감이다. 각료들도 한패라서 외무장관의 합리적인 문제제기를 얕은 농담으로 무마한다. 이때 정책은 상품을 구입하거나 수입을 하면 제품을 포함해 돈을 받는다는 해괴한 이론에 기초한다. 그뿐 아니라 영국 어선이 프랑스 해협에 들어가 불법조업을 하다 생긴 사고에도 정치게임을 펼친다. 권력의 맛을 본 짐은 R-Day를 공휴일로 지정 공포하고 그에 맞춰 기념주화와 로고송까지 제작한다.
이어진 3부에서는 샘스 정권이 프랑스와의 대치구도를 몰아 악의적인 여론몰이(포퓰리즘)에 성공한다. 사망자들이 ‘영국의 영웅들’로 둔갑하는 정치 쇼를 벌인다. 외교 관계에서 총리는 미국 대통령과 입을 맞춰 국제 정치와 무역시장을 거짓 선동 뉴스로 좌지우지한다. 트윗 공세는 그들의 수준이 바퀴벌레의 페로몬 수치임을 폭로한다. 도널드 트럼프를 연상시키는 아치 터퍼가 역방향주의를 복수주의Revengelism로 칭하고, 짐이 상대에게 혹시 전에 다리가 여섯이었냐고 은밀하게 묻는 장면은 소름끼친다.
마지막 4부에서는 총리가 외무장관을 제거하고자 제인 피시와 짜고 거짓 미투를 터뜨린다. 작가의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 부족을 문제 삼을 수 있겠으나, 그보다 소설은 특정 당에 편중된 언론 보도와 유포망의 몸통을 드러내는데 힘을 싣는다. 짐의 핵(코어)은 바퀴벌레이며 ‘페르몬의 뿌리’를 두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한편 총리는 음모를 짜고 성명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소설가의 설계와 구축의 장악력을 느낀다. 거짓 미투에 이어 창작 윤리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지만 바퀴벌레가 창작가로 출현하지 말라는 법도 없음을 꼬집는다고 보는 게 맞겠다. 짐은 “사악하고 무자비하며 냉혹한 거짓말”에 중독된 채 갈수록 안하무인이 된다.
모든 과정이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총리가 국제무역회의를 순방하는 가운데 독일 대통령의 “왜?”라는 빅퀘스천(<변신>의 사과쯤?)이 날아든다. 자국을 ‘분열’시키고 대외적으로 ‘적’을 만드는 짓을 굳이 하는 이유를 묻는 말에 잔뜩 부풀린 몸집의 바람이 빠진다. 그것도 잠시, 입에 붙은 거짓말, “왜냐하면, 수상님, 우리는 깨끗하고, 푸르고, 번영하고, 단결하고, 당당하고, 야심만만해질 작정이니까요(110쪽).”로 위기를 넘긴다. 짐은 “생각의 지속”을 부르는 독일의 회색빛에 마음을 빼앗기는데 이 장면은 카프카의 문학 사상과 독일의 정치 윤리에 대한 감화로 읽힌다. 역설적이게도 걷고 말하고 쓰고 생각하면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호모 사피엔스사피엔스/빛나는 껍질에 도취된 모방 행위이기도 하다.
소설의 결말을 놓고 보면, 인간의 역사와 거의 함께 해온 바퀴벌레의 박멸은 영영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숨어 있다가 언제든 무리지어 나타날 순간을, 포착하는 날카로운 눈(집단지성)이 있지 않는 한 말이다. 바퀴벌레 떼가 임무를 클리어하고 집거지로 돌아갈 때exit 발생하는 교통사고에서, 셰익스피어 비극의 장례 행진을 연출하지만 코믹 릴리프로 웃어넘길 수만은 없다. 짐 샘스 정부의 “더럽고 파렴치한 술책”과 무법이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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