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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년 11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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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25.99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5.4만자, 약 1.8만 단어, A4 약 34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91167900777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4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우다영 작가의 소설 제목 <북해에서>의 첫인상은 영국과 덴마크 사이의 그 바다, 북해였다. 소설을 읽어보니 몹시도 단순한 연상이었다. 소설 속 북해는 가상의 공간이다. 하나 더, ‘에서’의 장소성! 그러니까 북해라는 장소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그러했다. 신화나 전설 같은 이야기, 북해의 왕이 나오니까. 그러나 ‘북해의 왕’이라는 장의 이야기는 북해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즉 ‘에서’가 출발점이 된다는 의미도 있었다. 그러므로 ‘북해에서’는 조사 ‘에서’의 두 가지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다. 소설 제목의 첫 느낌이 읽으면서 달라지는 경험은 또 처음이었다.
이 소설은 삼중 액자소설이다. 시작은 주인공 나선의 집. 그녀의 집에 젊은 공군 장교들이 와서 아버지와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보낸다. 사관학교를 졸업한 아버지의 제자들이다. 이런 자리는 7년 전 나선의 오빠가 비행훈련 중 추락 사고로 사망한 후부터 시작되었다. 아버지는 젊은 장교들과 시간을 보내며 아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달래는 목적 외에 사윗감을 고르려는 의도도 있다. 장교들도 그것을 모르지는 않는다.
나선의 이야기는 그리 비중이 많지 않고 식사 자리에서 벌어지는 토크에 진입하기 위한 인트로였다. 북해의 안보와 방위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한 중위의 이야기로 소설 속 소설이 시작된다. 그는 자신이 군인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할머니 때문이었다고 하며 오경이라는 소녀의 이야기를 하는데 이 부분 분량이 가장 길다.
간단하게 줄이자면 열다섯 살 오경이 적군의 공습으로 피난 가던 중 폭격으로 무너져 내린 수로에 갇혀 있다가 구조된 이야기다. 그런데 부서진 콘크리트 잔해가 벽처럼 쌓인 반대편엔 자신을 쫓던 적군이 있었고 그 군인이 건네준 비스킷을 먹고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갇히지 않았다면 그 군인의 손에 죽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갇힌 상태로 군인이 준 비스킷 덕분에 살 수 있게 되었으니 아이러니였다.
오경이 주인공인 이 소설은 일종의 생존기였기 때문에 시간이나 공간적 배경의 개연성에 대해선 개의치 않았다. 평소 나는 픽션을 다큐로 따지는 이상한 버릇이 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는 그렇지 않았다. 군인에게 과하게 감정이입이 되었다. 나라면 적국의 소녀에게 먹을 것을 나눠 줄 수 있었을까? 내가 죽게 생겼는데 언제 구조될지, 살아서 나갈 수나 있을지 알 수 없는데 내 걸 나눠줄까? 그런데 둘은 비스킷을 나눠 먹고, 서로의 이야기를 하면서 공포의 시간을 견뎌낸다.
이 소설은 죽을 것 같은 상황 속에서도 인간에겐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생존의 필수 조건은 먹을 것이 맞지만 이야기 나눌 상대가 있다면 더 오래 버틸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여기까지라면 오경과 군인이 살아남아 40여 일만에 구출된 훈훈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군인은 죽었다. 사인은 영양실조였다. 그것은! 반전이었고 인간의 잔인성, 나아가 전쟁의 단면을 보여주는 결말이었다.
장교의 할머니 오경 이야기 안에 들어있는 ‘북해의 왕’은 군인이 오경에게 들려준 이야기였다. 미림 이라는 주인공의 아들이 신열에 의식을 잃었던 동안 꿈을 꾸었는데 자신이 북해의 왕이었다고 했다. 북해의 왕이었다가 북해의 슬픈 왕으로 끝나는 이 이야기에도 전쟁이 나온다. 영화로웠던 성도 전쟁으로 폐허가 되고 시간이 지나 적군과 아군의 구분도 없게 된, 긴긴 시간을 모두 지켜본 북해의 왕이 마지막에 만나게 되는 사람을 구원하고 신이 된다.
북해의 왕이 깨달은 것은 연민이었다고 했는데 이 이야기를 군인이 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군인이 오경에게 느꼈던 감정도 연민이었을 것이다. 자연의 섭리를 몰랐던 어린 미림이 붉은 여우를 죽이려고 했던 감정은 증오였다. 그러나 아들의 꿈 이야기를 들은 후 다시 만난 붉은 여우에게 겨눴던 총구를 내려놓게 되는데 그건 어쩜 연민이 아니었을까... 그 여우의 털은 잿빛이었는데 너무 오래되어 붉은 털이 잿빛으로 바뀐 건지 아니면 원래 잿빛 여우였는지, 미림은 헷갈려한다. 그러한 생각은 희미해져버린 기억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이젠 미림도 생과 사, 자연의 섭리를 알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리라.
젊은 장교의 이야기가 끝나면서 나선의 집 거실로 되돌아온다. 그의 할머니는 수로에서의 기억을 평생 혼자 간직하다가 죽기 전 어린 손자에게 들려주었다. 그가 군인이 되려고 한 이유를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들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까맣게 잊었던 것들을 떠올리며 거실에 앉아있었다고 서술되어 있다. 작가는 이 문장을 통해 독자들에게도 생각해보라고 하는 것 같았다. 처음 할머니 때문에 군인이 되기로 결심했다던 중위의 말로 다시 돌아가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적국을 대하는 전략을 이야기할 때 대위가 타국의 상황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하자 중위는 이렇게 말한다.
“그런 의무의 유무가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한 선택이 말해주는 우리의 상태입니다. 그들의 문제를 외면하는 우리에게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우리가 무엇이 되어가고 있는지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건 군인이 할 일은 아니라고 대위가 반박하자 중위는,
“군인이 아니라 사람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대꾸한 후 할머니 이야기를 시작한다.
처음 이 부분을 읽을 때는 별 생각이 없이 넘겼는데 다 읽은 후 ‘장교들이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까맣게 잊었던 것들’이 무엇인지 나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하여 북해로부터 시작된 여러 이야기들에서 하나의 의미를 찾아냈을까? 그러진 못했다. 꼭 하나의 주제 혹은 의미를 찾아야만 하는 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지가 떠올랐지만 그래도 가장 크게 다가온 건 생존이다.
살아야한다. 같이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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