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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년 12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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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2쪽 | 460g | 140*210*23mm |
ISBN13 | 9791197559679 |
ISBN10 | 11975596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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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23일 ~ 2024년 11월 11일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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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읽었던 '아무것도 하는 않는 시간의 힘' 같은 책인줄 알았는데 좀 결이 다른책이다.
- 보물섬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1877년에 이미 바쁨을 '활력 부족의 증상'이라고 정의하고 "바쁨은 관습적인 일을 할 때를 제외하면 삶을 거의 의식하지 않는 기운 없고 진부한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어쨌거나 우리의 삶은 한 번 뿐이다. 철학자 세네카는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라는 글에서 과거를 돌아보다 삶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깨닫는 공포를 묘사한다. 이는 한 시간 동안 페이스북에 푹 빠져 있다가 막 정신을 차린 사람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첫장부터 강렬하게 나의 정신 차리고 있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허황된 시간에 대해 매섭게 지적한다. 그렇다. 나는 활력 부족의 증상을 그대로 갖고 있는 사람이다.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듯 똑같은 일상, 집-회사-집인 가운데 가끔 다른 일들이 생기는데 그러면 더 바빠져서 헉헉헉 거린다. 관습적인 일만 하면서 그냥저냥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삶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그냥 시간 가는데로 버려두며 최소한의 할 것만 하는 삶을 내가 살고 있다고 작가가 말해줬을때 얼마나 뜨끔, 덜컥 했는지 모른다. 난 페이스북을 하지 않지만 블로그를 하고 내 손에서 휴대폰은 거의 하루종일 붙어 있는데 말그대로 한시간이 순삭, 정신을 차려 내가 또 손에 핸드폰을 쥐고 있었구나 놓아야지 하면서 물리적 거리를 두지만 그새 또 핸드폰을 찾아서 손에 쥐고 있는 나를 보며 이래서 될 일인가 생각한다. 그런데 이게 반복이다. 애들더러 게임하지 말라고 하면 안 될 것 같은, 내가 이러면서 애들한테 뭐라하는 건지 싶다.
- 나는 자본주의적 생산성의 관점에 반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제안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아이러니하게도 일종의 행동 계획이다. 나는 몇 가지 움직임의 발자취를 따라가고자 한다. 바로 1960년대의 '이탈'과 닮은 이탈 운동, 우리 주위의 것들을 향해 나아가는 횡적 운동, 땅응ㄹ 행해 나아가는 하강 운동인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대다수 기술이 우리의 자아성찰과 호기심, 소속의 욕구를 이용해 가짜 목표물을 만들어 낼 것이다. 대안으로써의 도피를 갈망할 때는 이런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중략...이 책은 신자유쥬의적 결정론이라는 불모지에서 모호함과 비효율이라는 숨어 있는 샘을 찾으려 한다.
- 나는 기술에 반대하지 않는다. 우리가 현재에 온전히 머물도록 도와주는 기술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는 기술이 아닌 플랫폼 기업이 우리의 관심을 가고파는 방식에 반대한다. 좁은 의미의 생산성만을 떠받을며 지역적인 것, 육체적인 것, 시적인 것을 무시하는 기술 사용법에 반대한다.
- 디지털 세계가 아닌 실제 세계, 내가 살고 있는 장소와 지금 이 순간에 관심을 기울이자고 주장
- 고도로 발달한 기업 문화와 광활한 산맥 사이에 사는 나는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눈앞에서 실제 세계가 무너져 내리고 있는데 디지털 세계를 구축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중략...휴대폰 알람과 생산성, 발전이라는 신화에 사로 잡혀 쉬지도 못하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본다.
책 전반부는 계속해서 의식없이 하고 있는 나의 디지털세계에 대한 허상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을 했다. 블로그라는 가상세계 속에서 나는 많은 위안을 얻고, 힘을 얻었지만 그러나 내가 속한 세계에서 살아가는건 나이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는건 나인 것이다. 그런데 나는 현실의 나말고 디지털세계속의 나에게 의존하고 있었던건 아닌가 싶다. 더욱이 생산성, 발전을 강요하는 드러내지 않고 은근히 종용하는 그 세계에서 블로그가 저품의 세계를 걸을때 함께 좌절했다가 나는 그냥 내 갈길을 가겠다고 나아가고는 있지만 초연했다고, 괜찮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어찌보면 나의 유일한(?) SNS활동인 블로그로 볼 때 나는 자본주의적 가치에 그냥 휩쓸려 간 것이지, 내게 독자적인 의식이 있었다거나 하는 것은 절대 아닌 것 같다. 특히 알게 모르게 섞여 있는 일상속의 이러한 점은 나를 아무것도 하지 않도록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주말 내내 그냥 집에 있었다. 춥기도 몹시 추워 나갈 엄두를 내지 않았기도 했지만 그냥 나를 가만히 둔 것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았는데 나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특히 핸드폰과 TV에 빠져서 있었다. 내가 가만히 있는다고 생각했던 시간에 나는 절대 가만히 있었지 않다. 머리도 쉬고 싶었고, 몸도 쉬고 싶었는데 멍하게 의식이 없었을뿐 나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던거다. 쓸데없이 인터넷쇼핑을 하고, 다른 사람들 글을 읽고(왜 글이 안 올라오지--; 생각했고), TV채널을 돌리고, 앉은것도 누운것도 아닌 자세로 쉬는 것 같았지만 쉬는게 아니었다. 카톡은 수시로 나를 불러대었고, 그공간에 사람들은 잠시 왁작지껄 만났다가 금새 썰물처럼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였지만 멍한상태였던거다.
- 지금 무엇을 하든,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가능한 모든 것을 듣는 것, 이렇게 주의를 기울여서 듣는 대상에는 음악뿐아니라 일상생활과 자연, 자기 생각의 소리도 포함된다. 올리베로스는 듣는 것과 들리는 것을 구분한다. 들리는 것은 신체적인 의미의 인식이다. 듣는 것은 자신이 청각적으로난 심리적으로 인식하는 대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딥 리스닝.
이거다. 인식하며 관심을 두면 들을 것. 그냥 흘려듣기가 아니라말이다. 경청, 공감하며 듣기 요즘 자주 듣는 말인데 타인에게 그러면서 왜 정작 나 자신에게 그러지 못했던 걸까? 왜 나자신에게 그러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걸까?
- 요즘에는 우리의 시간을 두고 이와 유사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생산성과 효율이라는 자본주의적 개념이 우리 자신을 식민지로 삼는다. ..중략...프랑코 '비포'베라르디는 저서 '미래 이후'에서 1980년대 노동운동의 패배를 '우리 모두 사업가가 되어야 한다'는 개념의 등장과 연결 짓는다. 그는 과거에는 경제적 위험이 자본가나 투자자의몫이없지만, 오늘날의 상황은 다르다고 말한다. "이제 우리 모두가 자본다다. (...) 그러므로 우리 모두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 그 개념의 본질은 우리 모두가 삶을 위험성 있는 경제 사업으로 승자와 패자가 있는 경쟁으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성과 효율을 무서운 이야기다. 회사에서 일 할 때도 이런 무형의 내 일의 가치에 대해 유형을 매기기 위해서(만들기 위해서) 내게 어떤날은 화장실 한번 갈 시간도 제대로 주지 않고 일을 하게 한다. 말그대로 하게 하는 것. 시스템적으로 그렇게 움직이게 만든다. 나는 끊임없이 내가 일하고 있음을 입증해야하고, 그것은 가격으로 매겨지며, 내가 밥값을 했는지, 그날 일당만큼 했는지 통계를 낸 것을 보면서 작게나마 위안을 받았다가 또 조바심을 내었다가 한다. 나의 시간을 팔아 생계를 얻기 때문이다. 회사에 속해있는데 나는 속해있음으로 보호받기 보다는 경쟁하고, 스스로 관리하며, 그 돈벌이를 하기 위한 그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것이다. 파이버 광고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보면서 내가 다른건 뭔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파이버는 일하는 시간대나 수면 주기와 상관없이 언제나 현금화할 수 잇는 24시간을 제시하며, 파이버 회원들은 5달러에 다양한 없무(근본적으로는 자기 시간의 일부)를 판매한다. 업무 내용은 교정 교열, 구매자가 선택한 일을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기, 페이스북에서 여자 친구인 척 하기 등 무엇인든 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언제어디선든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다. 사무실이나 자동차, 가제 저녁을 먹고 난 뒤 집에서 결과물을 낼 수 있다면 이 모든 곳이 업무 환경이 되게 하는 상태 말이다. 이런 점에서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내 업무는 좀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회사에 있는 동안 업무를 하는 동안 나는 조금의 낭비되는 시간도 없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모든 활동을 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 진짜와 가짜가 뒤섞인 정보가 마구 쏟아지는 초현실적이고 섬뜩한 가상의 공간에는 결핍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인간과 비인간 독립체와 더불어 시간과 물리적 환경에 높이 ㄴ인간 동물을 위한 배려의 장소였다. 현실에 두 발을 딛기 위해서는 실제 땅이 필요했던 것이다.
- 이 사실을 기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시간, 그저 귀 기울일 시간, 가장 깊은 감각으로 현재 우리의 모습과 시간, 장소를 기억할 시간 말이다.
- 생산성을 거부하고 서서 귀 기울인다는 의미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인종적 환경적 경제적 불평등을 찾아내고 실질적 변활르 불러오는 적극적 듣기를 수반한다. 나는 아무엇도 하지 않는 것을 일종의 재교육 장치로 본다. 흩어질대로 흔어져 의미 있는 행동에 나설 수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자양분이기도 하다.
일정 시간 일을 하고 나면 나는 극도로 에너지가 고갈됨을 느끼면서 휴식이 필요하구나 생각이 든다. 휴가를 내서 좀 쉬어야지 하는거다. 일하는 장소와 거리를 두고 다른 곳에 있을 때 나는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조금씩 에너지가 차 오른다. 회사에 가면 자꾸 쓰기만 하기 때문일거다. 당연히 그래야한다고 배웠고 그래왔다. 그래서 회사에서 자꾸 쓰기만 하다가 어느날 내 에너지가 떨어지는걸 직감하면 휴가를 낼 계획을 한다. 입사초기에 무급휴가일수가 내 일년 휴가 일수였다. 무급이기 때문에 안 쓸 수 없는, 그건 써라하는 분위기라서...그런데 그것이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휴가 내는게 그렇게 어려웠고, 눈치 보이는 일이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긴 하지만 에너지가 막 떨어지는게 느껴지면 게다가 지금처럼 회계년도가 다 끝나가는 아직도 무급휴가일수가 3일이나 남았을때 써야지, 나를 위해 써야지하는 생각이 더 커진다. 그런데 휴가를 내고 할 일이 없다 생각하니까 또 휴가를 내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미 길들어진거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줄 알아야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나를 채우는 걸 할 줄 알아야 하는데 자본주의 생산성과 효율성에 맞춤으로 길들여진 내가 그걸 하는걸 이렇게나 어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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