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대로 이 책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읽고 난 후의 느낌이 다를 수 있겠다. `수의사 헤리엇이 만난 사람과 동물이야기'라는 부제에 귀가 솔깃해진 동물애호가라면 생각보다 동물이야기가 많이 안 나온다는 사실에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수의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물의 생리나 수의학에 대한 내용을 기대했다면 건질 게 별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려고 쓰여진 책이 아니다. 저자의 군대 이야기가 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의아해하는 독자도 꽤 있을 듯싶다. 그러나 제목 그대로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해주는 잔잔한 감동으로 단지 마음의 피곤함을 달래려고 했다면 이 책은 탁월한 선택이다.

수의사 헤리엇이 젊은 시절, 입대하면서 겪게 되는 병영 생활과 대러비라는 마을에서 만나는 순박한 농부들, 동물들 이야기가 오버랩되며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책을 시종일관 감돌고 있는 것은 따뜻한 유머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새끼를 낳다가 “엄청나게 크고 빨갛고 기다란”자궁도 함께 낳아버린 돼지가 있다. 그 돼지의 주인은 후작 헬튼 경. 이런 경우 암퇘지가 살아나는 경우를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헤리엇은 놀랍게도 자궁을 원래 있던 자리로 집어 넣는 수술을 성공시킴으로써 헬튼 경의 돼지를 살려낸다.

그러나 이야기의 묘미는 살 가망이 희박한 돼지를 살려내는 그 감동 스토리라기보다는 손에 든 것을 떨어뜨리기를 잘하고 상처에 바르는 프로포파미드라는 연고의 이름을 발음하지 못해 늘 목장 감독 찰리에게 연고 이름을 물어보는 헬튼 경의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는 캐릭터의 담백한 묘사. 그리고 “후작이 손수 만들어서 갖다 준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이 영국 전역에 나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하며 여유를 부리기도 하는 저자의 삶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에 있으며 이들의 결합은 결국 마음이 훈훈해지는 깔끔한 유머와 웃음으로 귀결된다. 독자의 이해와 감동을 강요하지 않고 그저 그 때 그런 일이 있었지 식으로 당시의 상황과 적당한 거리를 두며 들려주는 저자의 이야기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딱 그만큼의 선을 적절히 유지하는 노련함이 주는 고급스러운 산문이라고나 할까?

이 책의 역자 김석희 씨는 뒤의 <옮긴이의 말>에서 제임스 헤리엇이라는 이름이 필명이라고 밝히며 저자가 이런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서 “문필가로서 아무리 명성을 얻어도 수의사로서의 본분을 더 존중하겠다는 그의 결심을 나타냈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의사가 가져다 주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명성을 가져다 줄 만큼 그의 문학적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이 전제된 말임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다. 이 책은 수의사가 쓴 글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잘 쓰여졌다. 사람 사는 모양새가 풀풀 나는 영국 군대의 훈련, 지금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화로워 보이는 1930년대 영국 농촌의 풍경이 소박하면서도 위트 넘치게 묘사되어 있다. 흐뭇한 웃음을 띠게 하면서도 극적인 감동 또한 놓치지 않는 이 수의사의 글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전세계 26개국에서 수천만부가 팔린 책!”이라는 광고문이 이해가 갈 정도.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경기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요즈음, 『아름다운 이야기』와 같은 책을 읽으며 뒹굴뒹굴 유유자적 하는 것에 부러운 한숨을 내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6장에 나오는 도둑 고양이 데비가 자기 자신을 위해 잠시 벽난로의 불을 쬐는 시간을 허락하듯 그만한 호사 정도는 괜찮지 않나 한다. 적어도 정가 7,900원 이상의 감동과 재미를 주고 있으며 이만큼 잘 쓰여지고, 잘 번역되고, 잘 만들어진 책을 만나는 것도 그리 흔한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세계 26개국에서 수천만 부가 팔린 책!<br/><br/>가지고 있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책! -보스턴 글로브<br/><br/>이 책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전설적인(?) 인물이 되어버린 수의사 제임스 헤리엇 James Herriot이 평생을 영국 요크셔 푸른 초원의 순박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면서 겪은 동물과 사람들 이야기를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쓴 책입니다. 세계 곳곳의 수천만 독자가 읽고 감동하였으며, 영국 BBC에서는 TV 시리즈로도 만들어져 1,800만 시청자를 사로잡기도 하였습니다.<br/><br/>저자 특유의 유머와 여유 있는 위트, 삶에 대한 정감어린 시선과 통찰은 독자로 하여금 아무리 하찮은 미물에게조차도 새로운 눈길로 살피게 합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따뜻한 마음이 샘솟게 하고, 팍팍한 도시 일상생활 속에서도 작은 미소를 배우게 합니다. <br/>아무쪼록 한국 독자에게도 널리 알려져 헤리엇의 넉넉한 마음이 전파되기를 바랍니다. 영국 햄블턴에는 ‘The World of James Herriot'라는 관광객을 위한 방문자 센터가 설립되어 매년 10만 명이 찾을 예정이라고 합니다.<br/><br/>그저 미물로 취급받는 동물들도 슬퍼하고 눈물을 흘린다. 병에 걸려 아파도 말도 못하고 그저 눈만 꿈벅일 뿐인 동물들, 가축들. 그런 그들에게 수의사는 각별한 존재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의사는 그들의 병을 치료해주는 건 물론이고 말 못하는 아픔까지도 진단(?)해내야 하는 특이 직업인 셈이다.<br/><br/>여기 소개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한 마음씨 좋고 천진스런 수의사가 영국 요크셔 한 농촌에서 겪은 동물과 사람들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으로 그려진다.<br/><br/>늙은 젖소가 병에 걸리자 안타까워 어쩔 줄 몰라하는 농장주의 따스한 마음이 그려지는가 하면 불치병이나 다름없는 자궁 탈장에 처한 암퇘지를 구해내고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든지 하는 훈훈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거기에 구두쇠 과부의 고양이 치료기, 딸에게 흑심을 품지 못하게 하는 완고한 농장주 이야기 등은 웃음을 배어물게 한다. 사람과 동물 가릴 것 없이 자연 속에서 뒹굴며 살아가는 이 이야기들을 통해 살아 있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가슴 따뜻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br/><br/>삶의 일상에 지치고 누군가의 위로가 그리워질 때 한 마리의 개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아름다움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살아 있는 생명과의 교감이 그것이다. 거기에 영국 요크셔의 순박한 시골 농부들의 투박하지만 솔직한 삶과 희로애락이 녹아든다. 동물들의 치료를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헤리엇의 분투기도 재미있지만,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동물들과 농부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