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수사관 룰루와 개 다섯 마리-스피디, 로자, 호랑이, 플릭, 플락은 어린이를 위해 일하는 수사팀이다. 막대사탕을 먹으며 재즈 음악을 감상하던 어느 날, 룰루 수사관은 갑작스런 수사 의뢰를 받는다. 헨리라는 아이의 케이크가 생일 바로 전날,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사건 현장에 출동한 룰루 수사관과 동료들. 그런데 결정적 단서인 돼지 모양 과자를 로자가 먹어 버린다. 또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 프리도 때문에 동료들은 흥분하고, 유력한 용의자의 동생은 끝없이 수다만 늘어놓는다. 엉뚱한 사람을 조사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용의자를 쫓다가 비에 쫄딱 젖는 등 수사과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헨리 엄마, 먹는 걸 좋아하는 게르다 고모, 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이웃집 꼬마, 헨리를 질투하는 축구부 루키, 케이크를 배달한 우체부까지, 의심되는 사람들을 차례로 수사하지만 모두 알리바이가 있다. 단서도 전혀 찾지 못한다. 거기에 우체부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동료 중 하나인 호랑이가 큰 상처까지 입자, 결국 룰루 수사관은 사건을 포기하고 만다.
동물 병원에 간 룰루와 동료들은 배탈이 난 고양이를 데리고 온 할머니를 만난다. 고양이 이름이 ‘프리도’라는 것을 안 룰루는 프리도에 대해 자세히 묻는다. 이야기를 시작한 할머니는 프리도가 선물한 것을 보여 주는데, 로자가 먹은 것과 똑같은 과자다. 오호, 범인은 바로!! 모든 것을 알아챈 할머니는 헨리에게 새 케이크를 사 주기로 한다.
언제나 씩씩한 룰루, 개성이 뚜렷한 다섯 마리 동료들, 친구들을 좋아하는 어린이 헨리. 이들은 어린아이들이다 보니 수사 과정에서 실수도 많고 돌발 상황도 많다. 하지만 좌충우돌 수사는 한 편의 신나는 모험이 된다. “새로 맡을 사건을 생각하니 힘이 솟는다”(p.85)는 룰루의 말에서도 두려움이 아닌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과학수사의 원칙과 함께 스스로 해결해 내는 기쁨, 친구들과 협동하는 즐거움을 잘 보여 주고 있다.

<b>내 이름은 룰루, 직업은 수사관이다.<br/>뭐, 수사관? 쪼그만 여자 아이가 수사관이라고? <br/>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 뭐, 상관없다. <br/>다들 내가 수사관이라고 철썩 같이 믿으니까.<br/><br/>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어린이</b><br/>어리지만 당당하게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동화의 주인공들은 어린이 독자들의 역할 모델이기도 하고,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꿈의 실현 대상이기도 하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삐삐 롱스타킹’이 대표적이다. 삐삐는 기발한 장난으로 어른에 맞서고, 약한 친구를 돕는다. 룰루도 비슷하다. 다만 스스로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br/>룰루는 자기 뜻대로 수사관이 되었다. 혼자 사는 자신을 어린이집에 보내려는 어른들을 술래잡기로 따돌리는 삐삐처럼, 어른의 간섭에 유쾌하게 대항하던 주인공은 이제 직업도 갖는다. 그리고 아이들뿐만 아니라 곤경에 처한 어른들까지 도와준다. 발칙하지만 그냥 ‘꼬마’였던 주인공은 직업을 가지며 어른과 대등한 사회의 일원이 된다. ‘룰루’는 ‘삐삐’로 대표되는 ‘어른에 구속받지 않는 어린이’의 계보를 잇는다. 그리고 동시에 시대와 환경, 가치관이 변하면서 동화의 주인공도 더욱 주체적인 모습으로 발전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