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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년 07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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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84.36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5.9만자, 약 4.7만 단어, A4 약 100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88954799867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25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책을 읽고 강신주 선생에게 푹 빠졌던 때가 있었다. 그 책을 읽은 게 벌써 10년 전이다. 책으로도 부족해서 교보문고에서 개최한 강연회에도 갔었다. 이 분은 진짜다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독서는 그의 다른 책으로도 옮겨갔다. 허기를 채우듯 그의 책을 읽었다. 그러다가 또 몇 년은 그를 잊고 살았다. 서점에 갔는데 그의 신간이 있었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다시 홀리듯이 책을 집어 들었다.
신기하게도 살다보면 인생의 결정적 고비마다 그 고비를 넘기게 해주는 책을 만난다. 강신주 선생은 그 시기의 내가 인생의 파도를 넘게 해주었다. 그를 불편해하는 사람도 많다. 그가 우리에게 불편한 이야기를 던지기 때문이다. 강신주 선생은 불편한 이야기를 건네는 것이 철학자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나 역시 그의 책을 읽다가 불편해질 때가 있다.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불편함이고, 반성하게 하는 불편함이기 때문에 기꺼이 그 불편함을 받아들인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는 인터뷰어 지승호가 강신주 선생과의 대담을 정리한 책이다. 강신주 선생은 방대한 분량의 저서를 집필하느라 건강이 많이 상해서 몇 시간씩 인터뷰에 응하는 것조차도 버거운 상태였다고 한다. 책에서의 첫 번째 만남에서 열한 번째의 만남까지 직접 마주 앉아 그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그만큼 강신주 선생의 생생한 목소리를 책에 잘 담아내었다.
위로의 말을 들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인생에서 언제나 위로만을 받을 수는 없다. 때로는 따끔하게 혼이 나야 할 때도, 각성이 필요할 때도 있는 법이다. 위로의 말은 넘쳐나는데 잘못을 꾸짖는 말과, 각성으로 이끄는 말은 부족한 세상이다.
강신주 선생의 관심은 여전히 ‘인간’에 있다. 그는 책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자유와 사랑, 공동체라고 힘주어 말한다. 누군가는 강신주 선생을 이상주의자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가 말하는 세상, 명령을 하는 자와 명령을 받는 자의 구분이 없는 세상 그런 세상이 과연 가능할까. 이미 고도로 개인화되고 서열화 된 사회, 경쟁과 갈등이 심화된 세상에서 더불어 사는 사회, 우리 모두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삶의 주인이 되는 사회로의 변화가 가능할까.
그는 그것을 길을 막고 있는 아주 큰 돌에 비유한다. 모두가 피해서 돌아가기만 하는 그 돌을 치우자고 소리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그렇게 소리치다 보면 그의 말에 귀기울여주는 사람이 생길 것이고, 그런 사람이 하나둘 늘어나면 세상도 좋은 쪽으로 바뀔 거라고. 그러면서 덧붙인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세상이 저절로 좋아지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고.
강신주 선생은 말한다.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두렵다고. 존경 받고 사랑 받으려면 사람들이 듣기 좋아하는 말을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그들이 자신의 삶을 반성할 수 있도록 하는 말을 하거나 글을 써야죠. 그들이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리거나 불쾌해한다고 할지라도 말이에요.”(352쪽)
기꺼이 욕먹을 각오로 필요한 말을 해주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살면서 듣게 되는 대부분의 말은 듣기 좋은 말을 말이거나 인신공격에 가까운 무례한 말이 아니면 무의미한 말들이다. 철학자의 불편한 말은 무례함으로 가득한 불편함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기꺼이 듣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게 해주는 말이다. 입에 써도 몸에는 좋은 약처럼 말이다. 내가 지금 잘살고 있는 걸까, 이게 과연 최선일까, 이게 과연 옳은 일인가, 철학은 이런 질문을 가능하게 한다.
그의 말처럼 우리가 조금씩이라도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부당한 것들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한다면, 그런 노력들이 조금씩 많아진다면 세상은 아주 조금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지금의 세상이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아니질 않나.
삶이 힘들 때는 철학책을 꺼내 읽자. 듣기 좋은 위로가 잠시 고통을 견딜만하게 해주는 일시적인 진통제라면, 철학은 그 근본 원인을 치유해주는 치료제다. 삶에서 좋은 안내자의 필요성을 느낀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책 제목은 아래 시 구절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바람이 분다......살아야겠다!
세찬 바람이 내 책을 펼쳤다가 닫고,
파도의 포말들이 바위 틈에서 작열한다.
날아 흩어져라, 찬란한 모든 페이지들이여!”
폴 발레리, <해변의 묘지>중에서.
#강신주 #이시대의철학자 #바람이분다살아야겠다 #지승호 #EBS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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