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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년 07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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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54.76MB 파일/용량 안내 |
ISBN13 | 9791167901149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8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 직접적인 내용 스포일러는 없지만, 개인적인 감상이나 생각 등을 적어 내려갔기에 이야기의 전반적인 흐름이나 결말 등을 유추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런 정보를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2022년의 마지막 날을 함께한 책은 조진주 작가의 <살아남은 아이>. 독서 기록 노트를 보니 2021년도에 마지막으로 읽은 책도 같은 작가의 단편집 <다시 나의 이름은> 이었더라. 2년 연속으로 나의 연말을 책임(?)져준 셈.
꽤 오래전까지만 해도 문학보다는 비문학 도서를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여러 이유 중 하나는 국내 남초 문학이 가진 특유의 정서와 문체에 묘한 거부감이 있었다.
최근 몇 년 사이 페미니즘에 힘이 실렸기 때문일지 국내 여성 작가의 활동 또한 빛을 보면서 (내 편협한 시선이 아니길 빌면서도) 확실히 그간 국내 남초 문학이 고착화시켰던 많은 것들과는 다르게 설정된 소설 속의 등장인물과 그 인물들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그 정형화된 시선에서 벗어난 덕분에 신선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그렇게 내가 읽은 몇몇 국내 여성 작가 작품 중에 나를 사로잡은 경우가 있었는데 조진주 작가도 그중 한 명이다. 특히 이번에 읽은 <살아남은 아이>로 인해 앞으로도 믿고 보기로 했다.
단편집인 <다시 나의 이름은>도 그렇고 첫 장편소설인 <살아남은 아이>도 전개 내내 과한 꾸밈없이 담백한 문체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작가란 소위 '글발'에 대한 일정 자신감이 있을 터라 선택한 직업일 테니 그 재능을 은연중에 티 내고 싶은 욕구를 숨기지 못해서 때론 느끼해지기 마련인데, 조진주 작가의 작품에선 그런 자의식 과잉을 읽어낼 순 없었다. 그래서 좋았다.
이런 담백한 문체는 자칫 일본 문학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를 복제하기도 십상인데, 적어도 <살아남은 아이>는 전형적인 한국 정서와 한국인이 고스란히 담긴 이야기였다.
등장인물들이 담고 있는 저마다의 사연은 흔하지 않은 듯하면서도 당장 내 주변에서 벌어져도 놀랄지언정 낯설지 않다. 분명한 피해자이지만 완전무결의 피해자가 아닌 것도 사실적이다. 그런 면을 정말 잘 보여준 인물이 미정의 엄마, 은정이다. 나 또한 한 아이의 엄마로서 상상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지고 목구멍이 꽉 막힐 일을 겪은 은정은 '절대적' 피해자였음에도 마찬가지의 절대적 피해자 지희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가해자였다. 지희가 '살아남은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갖게 한 것만큼 잔인한 형별이 있을까. 그럼에도 감히 내가 은정을 함부로 비난할 수 없었다. 그 마음을 아주 이해 못 할 것은 또 아니니까. 다만 어른이니까. 이 위치만으로 책임감을 갖고 입 밖에 낼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싶은 안타까움만이 남을 뿐.
이 세상은 야속하게도 '피해자다움'을 은연중에 요구하며 세간 사건들을 제3자가 자신의 입맛대로 옳고 그름을 떠든다. 다른 이의 암보단 나의 감기를 더 아프게 여기며 타인의 중병을 쉽게 가스라이팅 한다. 지희가 진실을 찾기 위해 속된 말로 '다 끝난 거, 굳이 헤집고 일을 키우는'일에 대해 그가 그러는 연유에 대해 알고 싶어 하기보단 각자의 가치관을 과신하며 재단하고 비수를 꽂는다. 이 부분을 보며 나 역시 그런 무지의 가해 군중이 되었던 기억이 나 부끄러워졌다. 각종 사건을 인터넷을 통해 접하며 드는 생각을 함부로 글로 남기지 않기 시작한 게 불과 몇 년 전부터였으니까. 이른바 '중립 기어'라는 판단 유보조차도 혼자 속으로 하면 될 일이다. 안타깝게도 이 시대의 언론은 정의나 진실보단 조회수에 진심이 되었기에 더더욱. 굳이 어그로로 먹고 사는 인터넷 세계에 뭣도 모를 내 의견을 보탤 필요는 없다. 이런 면 조차도 소설 속 규연의 모친이 만난 기자에게서 볼 수 있었다. 그런 기자를 영리하게 이용한 규연의 역공도 나름의 빛을 발했지만.
이 소설을 완독 후 '~다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부모다움, 어린이다움, 어른다움, 사회구성원다움. 그리고 피해자다움... 결국 이 모든 것은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다다르게 됐다. 나는 인간답게 잘 살아남았는가?
'폭력의 고리가 쉽게 끊어지지 않듯, 선의도 순환된다는 것을 믿고 싶다.', '세상의 만연한 폭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힘을 내는 사람들이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말까지 이 소설의 진정한 완결이 아닐까 싶다.
어둡고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사이다성 정의 구현'이란 것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은 점도. 그런 사이다 대신 사건보다 인물에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을 담은 점도. 이런 흐름을 쉽게 읽어 내려갈 수 있도록 완급 조절된 문체도. 앞서 언급한 작가의 말을 통해 나와 같은 생각으로 오늘을 살아내는 누군가가 또 있다는 사실도. 모두 좋고 또 든든해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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