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아들과 딸을 모두 키우는 동생이 있습니다. 동생이 사회의 성차별적 양육 태도를 자기도 모르게 답습하지 않기를 바라며 내가 동생에게 건넨 책이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이하 우모페)였습니다. 내게 조카가 되는 아이들은 봄날의 고사리처럼 쑥쑥 자랐지요. 그러자 이제는 그들이 직접 읽을 수 있는 책도 필요하다 싶었습니다.
어린이는 세상의 변화를 꾀해야 하는 문제에 때로 어른보다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더 좋은 의견을 냅니다. 어린이가 바로 변화할 미래를 살아갈 당사자이기에 그럴 것입니다. 성차별 역사는 인류 문명만큼 깊고 모든 사회 구성원이 서로 영향을 끼치는 문제라는 점에서 기후 위기만큼 거대한 주제입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실천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페미니즘이므로, 페미니즘은 모든 성별의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이야기해야 하는 주제입니다. 아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어른들이 격려해야 할 주제입니다.
『온 가족이 읽는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는 그 논의의 첫걸음으로 딱 알맞은 그림책입니다. 『우모페』가 전 세계에서 어른들을 위한 페미니즘 입문서로 널리 읽혀 왔듯이 『온 가족이 읽는 우모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첫 책이 되어 줄 것입니다. 『우모페』를 낸 뒤 딸을 낳아서 그사이 양육자가 된 저자 아디치에도,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각별한 마음으로 글을 다듬었을 것입니다. 조카들에게 이 그림책을 건넬 수 있게 된 저의 마음도 그렇습니다.
- 김명남 (『온 가족이 읽는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번역가)
이 그림책은 가족들이 모여서 페미니즘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마주칠 수 있는 거의 모든 물음에 대한 대답을 담고 있습니다. 책장을 넘길수록 기분이 상쾌해지고 생각이 편안하게 정리됩니다. 페미니즘은 복잡하고 머리 아픈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어린이가 읽었으면 좋겠고 그 전에 어린이를 사랑하고 그들에게 더 좋은 미래를 만들어 주고 싶어 하는 어른들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이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행동한다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어린이는 더 자유롭게 자라고 어른은 이 사회로부터 더 평등하게 대접받을 것입니다. 여성과 남성은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신경 쓰기보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꿈을 펼치며 살아가는 것이 좋을지 생각하면서 용기를 얻을 거예요. 무엇보다 우리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빼앗아 가고 있는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말들로부터 우리 자신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온 가족만이 아니라 온 나라의 시민이 모두 읽고 우리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면 좋겠습니다.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여기에는 나이도 국경도 종족도 없으며 오직 우리는 같은 사람이라는 분명한 사실만 있을 뿐입니다. 『온 가족이 읽는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를 읽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세계는 더 정확하게 행복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 『어린이, 세 번째 사람』)
이 책은 ‘행복한 아프리카 페미니스트’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살아온 이야기예요. 여러분의 엄마, 이모, 언니 들이 살아온 이야기이고요. 여러분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그리고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거든요.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는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공부한 뒤 소설을 쓰는 작가예요. 나이지리아는 우리에게 낯선 나라이고, 미국 작가도 우리와 아주 다른 사람인 것만 같아요. 하지만 나는 그림책 『온 가족이 읽는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를 읽으며 깜짝 놀라곤 했답니다. 마치 나와 내 친구들의 이야기인 것 같았거든요. 어린이 여러분 이야기인 것 같기도 했고요.
페미니즘은 남자를 미워하는 이상한 여자들의 생각이라는 오해, 사회에서 “높이 올라갈수록 여자가 적어진다”는 사실, 여자아이들은 부드럽고 얌전히 굴어야 한다는 잔소리, 집안일은 당연히 여자의 몫이라는 무책임한 태도……. 어린이 여러분도 들어 본 적 있는 이야기들이지요?
양육자와 어린이, 언니와 동생, 선생님과 학생들이 마주 앉아 이 책을 함께 읽고 그동안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요? 페미니즘이 바로 그런 거예요. 나와 다른 상대의 어려움에 귀 기울이고, 어려움을 이겨 내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일요. 그림책에서 말하듯 페미니스트는 “모든 성별이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이니까요. 그런 믿음을 위해 애쓰는 사람이니까요. 한마디로 페미니즘은 더불어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일이에요. 그러므로 페미니스트는 행복한 사람들이지요. 여럿이 함께 이 책을 읽으며 어려움을 나누고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시간은 분명 행복할 거예요.
- 이현 (동화작가, 『푸른 사자 와니니』)
나는 학교에 다닐 때 왜 번호는 언제나 남자부터 시작하는지 궁금했습니다. 반에 40명이 있다면 남자는 1에서 23까지, 여자는 24에서 40까지였습니다. 뭐든지 남자가 먼저였어요. 줄도 남자가 왼쪽에 서고 여자는 오른쪽에 섰습니다. 남자들만 다니는 중학교는 그냥 중학교였는데 여자들이 다니는 중학교는 ‘여자’ 중학교였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이것을 궁금해하며 어른들에게 질문도 해 보았어요. 어른들의 대답은 “원래 그렇다”라든지 “남자가 여자보다 리더십이 있고 더 활동적이니 그런 것이다” 같은 것이었습니다. 납득은 되지 않았지만 질문이 많은 나를 점점 이상한 ‘여자’아이로 보는 시선을 느꼈고 나는 서서히 입을 다물었어요.
나는 이제야 이토록 단호하고 설득력 있게 우리가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할 이유를 짚어 주는 그림책을 만나 기뻤습니다. 그리고 슬프기도 했어요. 문화도 인종도 국적도 다르지만 책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나와 내 주변의 여자들, 엄마와 할머니가 겪어 온 차별의 경험과 너무 닮아 있어서요. 내가 어릴 때부터 가졌던 의문과 불편함은 잘못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스트란 세상의 불평등을 알고 그것에 대항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차별에 대해 말하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어떤 이들은 ‘페미’를 욕으로 사용하고, 페미니스트가 아님을 증명하라고 합니다. 마치 죄를 지은 사람을 탓하듯이 말이에요. 그러다 보니 점점 “나는 페미니스트야”라고 말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흙바닥에서 뛰고 싶지 않다고, 같은 트랙에서 운동화를 신고 나란히 뛰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잘못일까요?
이 세상의 차별은 내가 보지 못한다고, 내가 느끼지 못한다고 없는 것이 아닙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차별을 못 본 척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부당하게 차별당하는 입장이 되어서도 입을 다물어야 합니다. 그러니 스스로를 위해서 우리 모두는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온 가족이 읽는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는 여자 어린이뿐 아니라 남자 어린이, 남자인 가족 구성원이 꼭 읽었으면 합니다. 성별에 관계없이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 이다 (일러스트레이터, 『Girl’s Talk 걸스 토크』)
혹시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들어 본 적 있나요? 이 단어가 어떻게 들리는지 궁금하네요. 오랫동안 저는 페미니스트를 과격하고 고집만 부리는 못난 여자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페미니스트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요. 내 행동이 감정적인 것처럼 보이지 않는지 여러 번 점검하거나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부드럽게 에둘러 말하면서요. 하지만 자주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여자는 얌전해야지, 남자는 씩씩해야지!”처럼 성별에 따라 성격을 구분 짓는 말을 들을 때나 “학급 회장은 남자가 하는 게 낫지.”라며 성별에 따라 역할을 정해 놓은 말을 들을 때마다요.
그러던 중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책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를 만났습니다. 무척 신기했어요. 지구 반대편 나이지리아에 사는 40대 소설가의 경험이 어째서 이토록 우리와 비슷할까 하고요. 저와 인종, 나이, 국적, 직업도 다르고 공통점이라고는 여성이라는 것밖에 없는데 말이에요! 이런 궁금증을 갖고 동료 선생님들과 책을 읽고 토론도 하면서 비로소 천천히 세상을 이해하고 다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내가 경험했던 일들이 사실은 ‘여자는/남자는 이래야 한다’ 하는 성 고정관념 때문에 겪은 차별이었구나, 그 차별은 나뿐만 아니라 지구 반대편의 여성들도 겪고 있었구나, 또 남성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남자답기를 요구하고 있었구나 하고요. 성평등 수업을 만드는 교사 모임 ‘아웃박스’는 이 책이 준 깨달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답니다. 많은 이들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던 책이 그림책으로 새롭게 만들어져서 정말 기뻐요. 어린이, 청소년 여러분과 그림책 『온 가족이 읽는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페미니스트는 ‘사소해 보이는 성차별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런 의미에서 저는 당연히 페미니스트입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완벽하지 않더라도 평등과 공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여러분은 이미 페미니스트인 것 아닐까요? 그림책을 읽고 페미니스트가 무엇인지 스스로 정의 내린다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리 모두 자신만의 정의대로 멋진 페미니스트가 되어 보아요!
- 황고운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소속 교사, 『예민함을 가르칩니다』 『열두 달 성평등 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