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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3년 11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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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288쪽 | 345g | 118*185*20mm |
ISBN13 | 9788952770394 |
ISBN10 | 8952770390 |
2024년 07월 16일 ~ 2024년 08월 16일
2024년 07월 29일 ~ 2024년 08월 31일
소진시
얼리리더를 위한 8월의 책 : 산리오캐릭터즈 아크릴 북앤드 증정
2024년 08월 01일 ~ 2024년 08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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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에서 주신 참여단 박스에는 와타야 리사의 책 『불쌍하구나?』와 함께 미션카드, 그리고 버건디 색상의 매니큐어가 함께 동봉되어 있었습니다! 뽁뽁이로 잘 감싸 있었던 패레로로쉐는 아무생각 없이 집어먹어버린 탓에 아쉽지만 합성된 이미지로나마 그 존재감을 알립니다..
이 책의 부록삼아 끼워져있는 책 표지와 똑같은 작은 그림카드 안에는 내 남자친구의 나쁜 남자 지수를 체크해볼 수 있는 칸과 함께 '언젠가는 남자친구가 바뀌길 바라고 있는 현재의 당신에게 추천합니다.'라는 글귀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그림카드가 소설 내용과 연관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고, 오히려 소설의 가치를 잘못된 방향으로 알리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와타야 리사의 소설 『불쌍하구나?』에서는 나쁜 남자친구와 그 남자친구가 바뀌길 바라는 여성이 등장하기 보다는, 남자친구의 참을 수 없는 행동들을 '양보하는 척'하면서 참아주다가 결국 폭발해버리고 그 일련의 과정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여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주인공 쥬리에의 그 과정을 함께 따라읽어 가다보면 그 심리가 마치 우리의 마음을 그대로 읽어낸 것처럼 느껴져서 작가의 통찰력이 돋보이며, 그 내용들을 담담한 어조로 서술하고 있었다.
사실 쥬리에는 남자친구 류다이가 아키요와 함께 사는 것을 이해해주지 못한다면 아쉽게도 우리는 헤어져야 하겠다고 말한 순간에 그와 헤어졌어야 했다. 나중에 보면 쥬리에도 이 점을 깨닫고 깊이 후회하게 된다. 모두 하고 싶은 대로 하는데 왜 굳이 나만 하고 싶은대로 하지 못하고 참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하는 쥬리에 자신 스스로 던진 물음에 그들의 집에 쳐들어가 폭발하는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답을 준 것이다. 이 소설을 읽기 바로 전에 나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놀라웠고, 그녀의 심리에 깊이 공감하면서 힐링받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사실 결과를 따지고 보면, 쥬리에는 결국 그 무엇도 얻지 못했고, 류다이와 아키요에 의해 불명예만 얻었을 뿐이다. 계속 참아내면서 억지로 붙여왔던 합리화들 가운데 그 시간동안 그녀는 스트레스만 받았고, 결국 발산해버린 그 파편들마저 개운함보다는, 아키요씨의 삶의 방향을 좀 더 제대로 알았더라면 그래서 내가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이 상황이 그저 지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말도 안되는 후회까지 하도록 만들었다. 아키요씨가 쥬리에를 신경 쓸 여유도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 쥬리에가 아키요를 이해할 필요는 또 뭔가. 쥬리에는 아직도 더 당하고 싶거나 자신의 가식에 취하고 싶은 게 틀림없다. 사람 사이 관계는 쌍방향적 소통이어야 하며,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이해로는 결코 이어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쥬리에를 이해할 수 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고, 상대는 아랑곳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방향대로만 끌고 나가려는 뻔뻔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상대들은 처음부터 상대를 않거나, 더이상 그 관계를 지속시키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처음에 나도 쥬리에처럼, 참아넘기려 하거나 그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등의 위선을 떨었었는데 그것이 오히려 나를 아무렇게나 여겨도 된다는 식의 허락으로 이어진 듯 했고, 자신들이 필요할 때나 이용할 수 있는 도구적 존재로 전락하게 되는 결과를 야기했을 뿐이었다.
세상에,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것 중에 하나는 생일날 받았던 장문의 긴 카톡 메세지였다. 그 카톡 메시지 내용 중에는 내가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에 대해 감사한다는 내용과 함께 앞으로도 더 잘 부탁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적어도 나는, 내가 감내해야 하는 이유가 그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고 그래서 나로 하여금 계속해서 그러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 사람들은 이미 그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이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모르는 척, 이해하지 못한다는 척 직면하지 않으려 하면서 한편으로는 충분히 나를 이용하고 있었던 셈이었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나라는 존재로 받아들이지도 않은 채 그저 단순한 도구나 수단으로 여기는 관계들 속에서 나는 질식할 것 같은 답답함을 느꼈다. 쥬리에도 마찬가지였다. 류다이는 그녀를 사랑한다고 했으나 전혀 사랑하지 못했다. 그녀를 쥬리에 자신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 받아들여주었다면 그 따위 행동을 결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더 없이 이기적이게도, 류다이 자신의 이상적인 필요에 맞도록 변형시켜 쥬리에를 끼워맞추었을 뿐이었고 그 관계 가운데 쥬리에는 탈진하고 억눌려서 결국 그녀를 폭발하게 만들었다.
쥬리에는 그러한 선택을 한 것에 있어서 약간의 아쉬움과 후회는 남았겠지만 다시 돌아가더라도 같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음부터는 애초에 그런 상황이 야기되도록 자신을 방치하지 말고, 아니다 싶을 때 쳐내거나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좀 더 정치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직선적으로 솔직하게 자신의 공격성을 온전히 드러내보이는 것은 그 상대방에게 빚을 지게 만드는 어리석은 일이다. 나에 대해 멋대로 판단하게 하고, 나를 욕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줄 수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아예 놓아버린 관계들에서 사실 그러한 것은 전혀 신경쓸 가치조차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아키요씨와 같은 사람들에게 가해자인 주제에 피해자인 척 알량한 위선을 떨 수 있는 기회만 덧씌워줄 수 있다. 이 다음부터는 나도 쥬리에도, 온전히 직접적으로 드러내 보이지 않는 한도 내에서도 충분히 자신의 주장으로 맞설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야 한다.
와타야 리사의 책 『불쌍하구나?』는 두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불쌍하구나? 이야기 뒤에는 아미는 미인이라는 단편이 보너스처럼 붙어 있다. 이 아미는 미인이라는 단편은 친구와 외모에 대한 주제로 외모로 인한 일종의 권력으로 야기되는 사건들 속에서 펼쳐지는 미묘한 심리들을 불편할 정도로 세세하게 파헤치고 있다. 질투, 그러나 그것을 극복하고 진정한 우정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감동적이다. 비록 끝마무리가 신파적이고 진부하게 흐르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내용 전반은 신선하고 독특했다. 누구나 이 비슷한 경험을 해보지 않았을까? 불편한 경험이지만,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묘하게 위안받고 어루만져지는 느낌마저 든다. 와타야 리사는 19살에 등단하였고 이후 10년만에 쓴 이 소설로는 오에 겐자부로 상을 최연소로 수상하였다하니, 그 미묘한 심리들을 잘 파헤쳐 놓았다는 것 등에서 작가의 천재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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