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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년 09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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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68쪽 | 460g | 135*215*18mm |
ISBN13 | 9791160409000 |
ISBN10 | 1160409005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1월 30일
2024 노벨 경제학상 대런 아세모글루 사이먼 존슨 제임스 A. 로빈슨
2024년 10월 15일 ~ 2024년 11월 15일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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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부수는 말」은 권력의 언어에 저항하여 '어떻게 말해야 하고 무엇을 들어야 하는지' 차마 가닿지 못한 역질문으로 생각의 이면을 관통한다. 고통, 노동, 시간, 나이듦, 색깔, 억울함, 망언, 증언, 광주/여성/증언, 인권, 퀴어, 혐오, 여성, 여성 노동자, 피해, 동물, 몸, 지방, 권력, 아름다움, 총 21개의 카테고리 안에는 신뢰받지 못한 화자, 혹은 침묵당하는 이들의 비명 같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압제자의 언어로 인해 왜곡되고 치부 당한 탓에 청자에게 닿기도 전에 부서지고 짓밟혀야 했던 이야기들이.
세계가 고통의 울부짖음으로 가득하지만 희한하게도 들리지 않는다. ··· 방음벽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누군가는 말하기 위해서 목숨을 건다. 반면 권력은 말할 기회가 너무나 많다. 권력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청자는 항상 대기 중이다. 대체로 권력의 크기에 따라 제 고통을 더 말하고 타인의 고통을 덜 듣는다. ··· 오직 제 고통만 생각하는 권력은 피해자의 위치까지 점령한다. 그래서 권력의 크기만큼이나 억울함의 목소리가 크다.
_작가의 말 中.
어떤 고통은 이름을 얻지만 어떤 고통은 이름도 없이 무시당한다. 어떤 숫자는 관심을 받지만 어떤 숫자는 공유조차 되지 않는다. 매일 집계되는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달리, 하루 동안 일터에서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사망하는지 들을 수 없다. 실재 미국에서는 하루 평균 노동자 170명이 일터에서 사망한다. 국내 산재 노동자도 매일 6명씩 사망한다는 언론 기사에도 관심조차 없다. 노력만 하면 피할 수 있는, 나와 무관한 일이라는 이유 때문일까.
백인들이 주로 많이 오는 이태원은 '다문화'거리라고 부르지 않지만 동남아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사는 안산은 다문화거리라고 부른다(p.104). 성폭력 폭로 운동인 '미투'의 경우에도 청자들은 이들의 몸이 어떻게 '당했는지' 재현하려고 할 뿐, 이들의 몸이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 듣지 않는다. 민주화 운동 같은 저항 운동에 참여한 이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역사는 피해자의 위치에서만 바라보도록 쓰였기 때문이다. 또한 누군가의 부당한 낙인과 공격으로 인해 한 평생 자신의 존재를 걸고 증명해 내야 하는 삶도 있다. 공격하는 자들의 근거 없는 말에 당사자가 근거를 찾아야 하는 모순적인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저자는 '포장지'와 같은 언어의 모양새 속에 담긴 본질을 바라본다. 권력을 얻기 위해, 누군가를 공격하고 힐난하는 말'싸움'이 아니라, 일상 속에 정확한 언어를 자리 잡게 만드는 '분투'가 모두의 인권 의식을 성장시키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정확하게 말하려고 애쓴다는 것은 정확하게 보려는 것, 정확하게 인식하려는 것, 권력이 정해준 언어에 의구심을 품는다는 뜻이다.(p.9)' 정확한 게 무엇인지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란 쉽지 않다. 이 또한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의의 아이디어》에서 아마르티아 센(Amaratya Sen)이 강조한 것처럼 '완벽한 정의'에 대한 인식보다는 우리 주변에 바로잡을 수 있는 '부정의'를 없애 나가는 인식이 필요하다(p.116 참조). 완벽함에 매몰되어 제가 느끼는 부족함에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불완전함을 지닌 다양한 존재들과 서로 연대하며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전위적인 윤리의식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각주는 글쓰기에서 신뢰를 담당한다. 글쓴이의 주장을 뒷받침하거나, 그 말이 실제로 존재함을 알린다. 누군가의 말에 각주를 달지 않으면 원저자를 알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말의 원작자를 알려주는 역할도 한다. 그 말을 인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한 개인의 말은 점점 신뢰를 얻는다. 즉 각주 달기는 일종의 연대다.
_146p.
책을 덮고 가장 먼저 떠올렸던 문장으로 이 책의 좋은 점을 전하고 싶다. '각주 달기는 일종의 연대'는 위안부 생존자의 이야기와 함께 쓰였다. 어쩌면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전하고,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말에 '힘'을 실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각주와 미주는 역할이 조금 다르지만 책 맨 끝에 나열된 105개의 미주가 참 소중하게 다가왔다. '그 말을 인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한 개인의 말은 점점 신뢰를 얻는다'라는 말이, 적어도 105개의 미주에 놓인 사람들에게 한 번 더 외칠 수 있는 용기가 되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전에도 얘기한 적이 있지만 내 삶의 가치관도 그렇듯, 나는 나를 배우게 하고 공부하게 만드는 것들을 좋아하는데, 오랜만에 활자 하나하나를 꾸역꾸역 다 소화하고 싶었던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21개의 카테고리 외에도 여전히 침묵당하는 부분들이 많겠지만,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일목 정연하게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105개의 미주 외에도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졌고, 그래서 더욱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울러 아닌 것을 아니라고, 틀린 것을 틀렸다고 말할 때 제대로 된 근거를 바탕으로 상대를 설득하지 못할 때마다 고통받는 이들을 대변하지 못한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할 때가 많았다. 잘 모르고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는 말처럼 아무리 말해도 더 나은 의견을 전하지 못하는 게 스스로 한심하게 느껴지곤 했다. 저자의 말을 달달 외워서라도 아닌 것을 아니라고, 틀린 것은 틀렸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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