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말<br/>들어가는 말 <br/>1. 호주의 우림 우듬지 <br/>2. 변방에서의 나날 <br/>3. 낮은 우듬지 <br/>4. 연구와 출산 <br/>5. 지상 최대의 제비뽑기 <br/>6. 하늘로 가는 길 <br/>7. 세계의 지붕 <br/>8. 우듬지 속의 건설용 크레인 <br/>9. 벨리즈의 나무 집 <br/>10. 땅바닥에서 올려다본 우듬지 <br/>11. 갈라져 나온 가지 <br/>추천의 말<br/>옮기고 나서<br/>찾아보기<br/>

열대 우림의 우듬지(나무의 꼭대기 줄기를 일컫는 순 우리말)는 생물학적으로 지구상에 남아 있는 최후의 개척지였다고 한다. 1990년대 초반에 들어서야 비로소 열대 우림의 우듬지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대략의 윤곽을 잡게 되었다고 하니, 그것이 얼마나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웠으며, 또 그전까지 얼마나 관심 밖에 있었는지 알 수 있다.(저자 마거릿 D. 로우먼은 연구 결과 우듬지의 생태계가 전체 숲에 미치는 영향이나 우듬지 식물의 다양함과 풍부함이 그 동안 과소평가되고 있었음을 밝힌다.)

어렸을 적부터 나비, 새, 벌레, 조개껍데기, 둥지, 심지어 나뭇가지까지 수집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수집하여 분류하는 것을 좋아했고, 성장해갈수록 자연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더 키워 나갔다는 저자가 우듬지에 관심을 품게 된 것은 풀리지 않은 몇 가지 의문 때문이었다. “왜 열대의 숲은 온대림에 비해 그토록 다양한가, 곤충들은 어떠한 방법으로 자신의 먹이가 되는 식물을 찾아내는가, 곤충들은 과연 숲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가, 그리하여 오랜 시간에 걸쳐 전지구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걸까?” 등등. 하지만 그녀가 이 분야를 계속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한 1970년대에는 잎이 숲 생태계를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음에도, 우림의 나뭇잎에 대한 정보가 거의 나와 있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생물의 다양성이 나무 우듬지 부분에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에도, 정확한 자료를 거의 찾을 수가 없었다. 순수한 지적 호기심으로 그녀는 로프, 이동식 크레인, 열기구 등을 이용하여 나무 꼭대기로 직접 올라가게 되었다.

최초로 우듬지 생태학을 개척한 한 여성 생물학자의 진지한 탐구와 철학적 통찰이 담겨 있는 『나무 위 나의 인생』은 의사소통의 과정을 중요시 여기는 여성 특유의 감수성으로 호주, 아프리카, 미국 매사추세츠 주 등지에서의 우듬지 탐험 과정을 조곤조곤하고 다정다감하게 그린다. 최초로 나무를 등반(!)했을 때의 경험, 1991년에 아프리카의 나무를 탐사하러 갔을 때 수많은 남자 가운데 여자는 오직 저자 한 명밖에 없었다는 이유로 일어난 갖가지 에피소드.(저자가 샤워를 하고 있으면 얇은 샤워실 지붕 위로 올라가 물 호스를 점검하는 척하면서 틈새를 통해 간이 샤워실 안을 들여다보는 것은 피그미 족 동료들이 가장 즐겨하는 놀이였다고 한다.)

저자는 “지적인 자유”를 찾아 “당신의 연구가 가족보다 우선할 수는 없으므로 가족용 차를 몰고 대학 도서관으로 가는 일은 하지 말라”고 충고하는 남편을 떠나는 어려운 선택을 하기도 했다. 역할 모델이 되어줄 여성 과학자 하나 없이 일과 가정을 조화시키기 위해 겪은 우여곡절과 전통적인 남성이 지배해온 분야에서 나온 한 가지를 딛고 서려 할 때 부닥친 정서적 갈등도 책 전반에 걸쳐 담담하게 그린다.

우듬지 연구에 대한 짙은 애정, 실제로 연구를 진행해 나가면서 구비구비 겪은 갈등과 상처, 그리고 결국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취하고 포기해야 하는 것은 포기하는 강한 의지가 자아내는 진솔함은 이 책을 단지 생태학에 관심 있는 독자뿐 아니라 모든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봄이면 어김없이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어올리고 가을이면 낙엽이 지는 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온대림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열대 우림은 특히 낯선 미지의 숲이다. 그동안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또 다양한 동식물이 집중되어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숲 우듬지(나무 꼭대기)는 신비스러우며, 낭만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곳이다. 그러나 그동안 현장 생물학자들은 직접 숲 우듬지에 오르기보다는 숲 바닥에서 망원경 등을 가지고 우듬지를 관찰해왔다. 그런데 숲 우듬지에 겁없이 직접 올라 나무의 모든 변화를 관찰해 온 한 여성이 있다. 그녀는 잎 한 장의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서 자기 몸의 수십 배나 되는 까마득한 나무 꼭대기를 수도없이 오르내렸고, 또 세계 최초로 숲 우듬지에 하늘길(통로)도 놓았다. <br/><br/>우듬지 생물학의 개척자요, 독보적인 존재인 마거릿 D. 로우먼은 미스터리로 가득 찬 숲 우듬지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특정한 꽃들을 수분시켜 주기 위해 수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멀고 먼 거리를 날아다니는 삽주벌레, 자기 몸의 수천 배나 되는 생명체도 겁없이 공격해 대는 아프리카산 군대개미, 죽기 전 딱 한 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는 태치갈리아, 다른 나무들과 달리 숙주 나무에 싹을 틔우고 위에서 아래로 줄기를 뻗어나가는 독특한 생존 방식을 가지고 있는 무화과나무―마거릿 D. 로우먼은 이 나무가 언젠가는 숲을 지배할 것이라 보고 있다―등 미스터리로 가득 찬 우림 생태계를 말이다. <br/><br/>어린 시절, 우리는 나무를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나무를 기어오르고, 큰 가지 위에 요새를 짓고, 나무 밑 풀밭에 몸을 누이고,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들을 쳐다보고, 민첩하게 나무를 타는 원숭이와 새들을 부러워하고, 썩어가는 나무 둥치 속에서 살아가는 조그만 동물들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그 중에서 가장 기이한 것은, 극히 제한된 시야밖에는 가질 수 없는 공간, 즉 땅 위에 서서 경이로운 심정으로 나무를 쳐다보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우리들은 위를 쳐다보며, 관찰하기가 쉽지 않은, 이리저리 복잡하게 뒤얽힌 가지와 잎들을 구별하느라 애를 쓰고, 우리 손이 닿지 않는 저 갈라진 틈 사이에는 대체 어떤 생명체들이 살고 있을까 궁금해한다. (169쪽)<br/><br/>숲 우듬지에는 남들이 가지 않은 정글이 있다.<br/>이 책은 현장 생물학자인 마거릿 D. 로우먼이 20년 넘게 숲 우듬지를 오르내리면서 관찰하고 경험한 일들 외에도 여성으로서 과학을 하는 어려움과 보수적인 호주 변방에서의 결혼생활, 그리고 두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일상들이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전개된다. 특히 이 책은 일과 가정을 가진 여성에 대해 개방적일 것이라고 여겼던 서구 사회를 보여줌으로써 지구상의 모든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성의 불평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도 만들어준다. 또한 이 책에서는 숲 우듬지를 연구하면서 두 아이를 키우는 마거릿 D. 로우먼의 애틋한 모성애도 엿볼 수 있으며, 딸의 연구를 위해 머나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와 아이들과 집안을 돌봐주는 친정엄마, 그리고 누나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는 남동생 등 우리와 다르지 않은 보편적 삶의 정서도 느낄 수 있다. <br/><br/>1970년대와 1980년대 호주 변방에서는 여성의 일차적 의무가 집안을 돌보는 것이었다. 식물학에 대한 애착 때문에 나는 도저히 그에 적응할 수가 없었다. 나는 과학을 집안 살림에 적응시키려 애썼다. 설거지를 하면서 머릿속으로 탐사 장비를 설계할 수는 없을까? 낮잠 시간을 이용해 과학 기사를 작성하면 어떨까?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밀고 다니면서 실험지에 새싹이 돋아났는지를 살펴볼 수는 없을까?……. (19쪽)<br/><br/>숲 우듬지에는 환경 파괴에 대한 무서운 경고장이 숨어 있다.<br/>멀고 먼 옛날, 지구에 생명이 탄생하자 나무들은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기 시작했고, 거대한 숲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숲을 신이 사는 신성한 곳으로 여겨 함부로 대하지 않았고 그 전통은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인간은 숲을 재화의 가치로만 여기기 시작하였다. 그 한 예가 열대 우림에 대한 무분별한 벌채이다. 특히 '지구의 그린벨트' 혹은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열대 우림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파괴된다면, 머지않아 열대 우림은 지구에서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미래의 아이들에게는 더 이상 숲을 볼 수도 없고 푸른 꿈도 키울 수 없을 것이다. <br/><br/>우리는 숲이 만들어내는 산소로 살아가고 있다. 나무로부터, 숲으로부터, 아니 자연으로부터 인간은 너무나 많은 은혜와 위안을 일방적으로 받기만 했다. 주지도 않고 받기만 하는 인간의 욕심에 의해 차츰 병들어가는 숲, 그 숲을 되살리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안책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아닌 환경보존이다. 마거릿 D. 로우먼은 나무 꼭대기 위에서 2년 동안 '삼나무 살리기' 운동을 펼친 미국의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이나 인도에서 칩코(나무 껴안기) 운동을 전개하였던 '반다나 시바'와 같이 행동으로 실천하는 환경보호론자는 아니다. 생물의 다양성이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우듬지 생물학을 연구하면서 경험했던 바를 생생하게 들려줌으로써 열대 우림의 파괴에 무심했던 우리들에게 환경보존의 필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br/><br/>호주의 우림 한가운데서 만났던 금조의 울음소리를 통해서는 개발 바람에 대한 불길한 징조들을, 짝을 유혹하기 위해 푸른색 물건들로 둥지를 장식하는 푸른바워버드를 통해서는 자연이 인간의 습관에 길들여진 예를 보여주기도 한다. <br/><br/>현장 생물학에는 수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종 다양성의 파악에 있어서나,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고 그것들을 산림 관리와 정책 결정에 적용하는 측면에 있어서 우리는 이제 겨우 겉만 살짝 만졌을 뿐이다. 숲 우듬지 속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많은 비밀들이 숨겨져 있다.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우리들이 가진 데이터들을 유권자, 경제학자, 정치가들, 즉 천연자원의 보존과 관련된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 쓰는 일상적 언어로 바꾸어내는 것이다. 나는 미래에도 나의 아이들이 그 속에서 즐거이 뛰어놀 수 있는 자연림이 남아 있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나는 일반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과학자들의 능력 이야말로 숲의 보존을 좌우할, 절대적으로 중요한 변수라는 걸 알고 있다.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의 건강은 통찰력 있는 삼림 관리 정책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303∼3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