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사시대의 그림들<br/>2. 수메르 문명<br/>3. 이집트의 미라들<br/>4. 투탕카멘 왕과 그의 왕비<br/>5. 인더스 계곡의 도시들<br/>6. 미노타우로스의 전설<br/>7. 트로이의 유적<br/>8. 지중해의 수중 고고학<br/>9. 에트루니아 고분<br/>10. 폼페이 최후의 순간들<br/>11. 마사다 농성<br/>12. 사해 고문서<br/>13. 토리노의 수의<br/>14. 초기 기독교<br/>15. 로마 시대의 이집트<br/>16. 로마 시대의 브리튼 섬<br/>17. 덴마크의 인신 공양<br/>18. 아서 왕 이야기<br/>19. 잉글랜드 최고의 왕룽<br/>20. 중국 진시황제의 무덤<br/>21. 이스터 섬의 수수께끼<br/>22. 마야의 피라미드<br/>23. 치첸이차의 비밀<br/>24. 아스텍 제국<br/>25. 잉카 제국<br/>26. 제임스타운의 세계

동굴, 바다, 무덤, 섬, 늪, 유적, 연못, 지층 … 어디에나 시체투성이.

1. 연못
나는 사다리를 잡고 있던 손을 놓고, 한 줄기 은빛 거품을 남기며 납덩어리처럼 가라앉았다. 처음 3미터를 내려가는 동안, 햇빛은 노란색에서 초록색으로, 다시 검붉은색으로 바뀌었다. 그 다음부터는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암흑 속이었다. 마침내 밑바닥에 이르러… 커다란 돌기둥 위에 섰을 때… 이때까지 연못 바닥에 도착한 생명체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서 다시 물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생명체라고 생각하자, 나는 일종의 스릴을 느끼게 되었다. (p 249)

1885년 유카탄 주재 미국 영사 허버트 톰슨은 고대 마야족이 인신공양을 드리던 연못 '치첸이차' 밑바닥을 탐사하고 있었다. 그는 미끈하고 질척거리던 연못 밑바닥에서 신전의 꽃병과 화로, 화살촉, 여러 장신구 뿐 아니라 어린 아이와 20대 성인남녀의 유해 수십구를 건져올렸는데, 그 젊은 유골들 틈에 기묘하게도 노인의 두개골 하나가 발견되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몸부림치던 희생자가 연못에 던져지는 순간, 의식을 거행하던 늙은 사제를 부둥켜 안고 함께 깊은 물속으로 빠져들었을지, 그 사연은 깊은 정글 속, 어두컴컴한 연못만이 알 일이다.

2. 늪
1950년 덴마크 어느 늪지대. 죽은 이끼가 늪 속에 썩으면서 형성되는 이탄층 속에서 수백구의 사체가 원형 상태 그대로 발견되어 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사체 근육의 방사성 탄소 측정 결과, 서기 1세기~4세기 사이의 인물로 추정되는 이 시신은 비록 오그라들긴 했지만 두개골 속에 뇌가 남아 있고, 사랑니의 형태로 보아 스무살 정도로 추정. 장에서 채취한 음식 찌꺼기 중 딸기나 사과 씨가 하나도 없는 점으로 미루어, 계절은 추운 겨울이었던 듯. (p. 196~)

목이 졸리거나 밧줄을 매달고 있는 시체, 발가벗겨진 시체 등 수세기 동안 이 늪에 빠져죽은 시체들은 교수형 혹은 살해나 인신공양의 피해자들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시체는 색색가지 머리끈으로 눈을 가린 한 소녀인데, 왼쪽 머리카락이 깨끗이 면도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아 간통죄로 처벌되었던 듯.

3. 무덤
가장 완벽한 미라 제작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갈고리처럼 구부러진 칼붙이를 콧구멍으로 집어넣어 뇌수를 끄집어낸다. 칼붙이만으로 끄집어낼 수 없는 부분은 약품을 두개골 속에 주입하여 녹임으로써 뇌수를 꺠끗이 제거한다. 그 다음에는 예리한 부싯돌로 옆구리를 절개하여 내장을 끄집어내고, 복강은 야자유로 깨끗이 씻은 다음, 다시 향료를 달인 물로 여러 번 세척한다. 이 일이 끝나면, 짓찧은 순수한 몰약과 육계나무 열매, 그밖의 유향을 제외한 온갖 향료로 복강을 가득 채우고 꿰맨다. 그런 다음 시체를 나트론에 재어서 70일 동안 밀봉한 채로 둔다. (p. 53)

이집트에서 행해진 방부처리는 신체 기관을 미리 제거하고 화학적인 수단으로 시체를 탈수시키는 데에 바탕을 두고 있다. 모든 장기를 제거하지만 그 중에도 심장은 남겨두는데, 심장을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 곳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사자의 서'를 보면 신의 법정에서 심문을 받을 때, 이 심장을 접시저울 위에 올려놓고, 타조 깃털보다 가벼우면 순결한 것으로 간주, 내세의 쾌락을 영원히 누릴 수 있게 된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치아는 특히 마모되어 부식된 치아가 많은데, 이는 모래와 사막이 많은 이집트 지형의 특성상, 먹는 음식에 늘 일정정도의 모래가 섞여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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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아틀란트섬에 대한 추측, 인더스 계곡의 유령 도시, 미노타우로스 미궁의 전설, 폼페이 유적과 마사다 농성, 이스터 섬의 거상들, 투탕카멘 황금 가면의 비밀 등 흥미진진한 스물여섯 가지 고고학적 발견에 얽힌 이야기와 그 탐사방법을 아주 재밌게 풀어주고 있는 책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의 백미는, 아주 작은 유물 혹은 단서를 통해 그 시대상을 풀어내는 작가의 story telling 솜씨. 각 chapter마다 달랑 흑백 사진 한장 뿐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총천연색 컬러화보 보다 화려하다. 뛰어난 텍스트는 풍부한 화보 이상의 영상을 복제한다!

옛날 우리 얼굴을 보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불어오는 겨울 바람 속에 서서,
한때는 무성했지만
지금은 죽어 비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에서 힘을 얻어야 한다.
풍성한 봄은 오로지
죽은 나뭇잎에서 오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