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서 출발하여 자연, 인간, 그리고 초월자에게로 나아가는 영적인 여정이

절절히 드러나 있는 자전적 에세이-

『그러므로 음악은 자주 날개를 편다』

『음악과 행복』에 이어 이번에 출간된 저자의 『그러므로 음악은 자주 날개를 편다』라는 교육 생활 체험 자서전적 에세이를 단숨에 읽었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자의 정신적, 물리적인 여러 상황들에 공감하며, 지적인 여정을 따라가는 여행 동행자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리뷰를 쓰는 사람은 솔직히 말하자면, 저자 한정희 선생님으로부터 중학교 1~3학년 때까지 음악 수업을 들은 제자임을 먼저 밝힌다. 그러기에 저자 한정희 선생님의 인간적인 부분에 대하여 매우 잘 알고 또한, 선생님의 교육 철학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을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내가 태어난 무렵에 선생님께서는 대구사범을 졸업하시며 국민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교단에 입문하셨던 것 같다. 그후 다시 4년제 음악대학교를 다니셨고, 우리가 중학교 1학년 때에 교가를 가르치면서 하시던 첫 수업이 선생님의 중등교사로서의 첫 수업이었다고 하시니, 이렇게 리뷰를 쓰는 이 순간에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떨림 때문일까 자꾸만 손끝이 떨리고 콧날이 시큰해지는 것을 숨길 수 없다. 특히 담임 선생님이 한 번도 안 되셨지만 따뜻한 관심과 사랑으로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라 나는 마음 속 깊이 평생 은사님으로 모시고 있는 터이다. 그래서 그럴까 더욱이 마음이 뭉클해짐은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아직도 자꾸만 까까머리 시골 중1 소년들 앞에서 풍금으로 반주하시며 교가를 가르치시던 모습이 확 나타난다. 막 삼십대에 들어섰을까 교가를 부르시며 얼굴을 조금은 수줍게 붉히시던 젊은 시절의 저자 선생님의 모습이 너무나 생경하다.

지에 황혼 가까이 이르신 선생님께서 손수 한자 한자 쓰신 글이라 소중하게 페이지를 넘기면서 책의 내용과 나름대로 감동을 받은 부분들을 공유하여 보고자 한다. 주제넘지만 나 자신이 문학도라 직업에 대한 냄새가 조금이라도 나면 어쩔까 걱정이 살짝 되기도 하지만, 독자 여러분들의 궁금증을 해갈하는 작은 글짓이라도 되기를 바라며 부끄러운 리뷰를 올린다.

우선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선생님의 삶의 이력에 기초한 소소한 체험과 감동을 적은 자전적 에세이의 성격을 지닌다. 제1부 “음악, 그 신비한 힘”부분은 음악 전공자로서의 저자의 입장을 피력하며 건전 동요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다. 제2부 “교사의 삶-피아노”에서는 가슴 뭉클하던 교단에서의 음악과 독서 교육의 경험을 전경화 시키고 있다. 제3부 “노년의 삶과 음악”에서는 음악의 지평을 넘어 운동과 독서, 그림 그리기 등 교양의 지평을 넓히며 거기에서 찾아오는 희열과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 4부 “영원의 노래” 편에서는 강과 같은 유유한 삶을 꿈꾸며 신앙심에 기초한 영원을 노래하는 명상적 시어들로 본서를 마무리하고 있다.

제1부에는 먼저 정약용의 『여유당 전서』와 쇼펜하우어의 글을 통해서 ‘음악을 통한 절대적 행복’이라는 화두를 찾아 저자의 삶을 관통하는 굳건한 근거로 인용하고 있다. 저자는 ‘음악은 어려서부터 만나야 하는 요술같은 예술’임을 주장하고 있다. 동시에 동요와 클래식 음악의 중요성을 힘주어 말하며, 수많은 추억의 동요가사의 의미를 소개하고 있다. ‘고개잡이’, ‘마루의 추억’, ‘봄노래’, ‘달 따러 가자’, ‘버들피리’, ‘우리 산 우리강’, ‘달맞이’ 등의 전 곡의 가사를 싣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미국 유학 경험을 살려 ‘꿈 속의 고향(Going Home)’, ‘올드블랙조(Old Black Joe)’ 등의 가사를 가슴 아련하게 해설하고 있다. 마직막으로 베에토벤의 ‘전원’을 설명하며 음악이 주는 행복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

제2부에서는 교단일기로 빨간 사과 한 개를 주고 갔던 학생, 빨간 뿔 도장을 새겨주던 옛 제자, 또한 전도유망한 애 제자를 먼저 천국으로 떠나 보내는 고통을 눈물젖는 필치로 기록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 7년을 정리하고, 음대 피아노과에 입학해서 명 피아노 연주가가 되고자 했던 소망과, 또 중등 교사 11년을 정리하고 미국 유학 길에 올라 성악연주와 음악 문헌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귀국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본 리뷰를 쓰는 제자인 나 자신은 그 예술과 학문의 순수성에 뭉클한 감동을 받아 눈시울에 뜨거워짐을 속일 수 없다. 소위 말해서 철밥통 교사직을 내 던지고 40줄에 유학길에 오르는 그 열정과 용기는 어디에서 났을지 솔직히 경외심으로 다가왔다는 말이 더 솔직한 표현일 것 같다. 저자는 음악교육과 더불어 독서교육에 열정을 다하며 음악과 독서가 만나는 길목을 진솔하게 설명하고 있다. 지역에서 음악 교육과 더불어 36권의 독서목록을 만들며 아이들과 함께 독서록을 작성하는 활동을 하며 치열하면서도 깊은 애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제3부 ‘노년의 삶과 음악’에서는 음악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이제 운동, 예술, 그림, 차, 글쓰기 즉 전인적 교양의 세계로 진입하는 저자의 열정을 보여준다. 아카디온을 연주하며 인간 사이로 깊이 침윤하고, 인간애를 교감하며, 태권도 유단자 되기와 개망초 사랑을 실천하며 필자는 신체의 반응에 온몸의 촉수를 날카롭게 세운다. 동시에 몸과 마음이 합일하며 희열을 만끽하는 모습에서 독자들은 노년의 긍정적이고 소소한 행복감이 가득한 내음을 맡을 수 있는 것 같다. 제4부에서 저자는 타고르와 노자,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 이은상의 ‘강노래’를 마음 중심에 끌어들이며 강물같이 유유자적하며 정감있는 평정한 한 삶에 몸을 싣는 자기 자신과 조응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서 헨델과 바흐의 음악에 몰입하며 경건의 깊이를 더하며, “어떤 애통한 노래든 그 노래를 그치게 하는 것은 하늘의 노랫소리이다”라고 하는 키에르케고르의 고백을 통해 순수한 신앙인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