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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3년 12월 0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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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11.95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6.5만자, 약 2.1만 단어, A4 약 41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01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33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좆 됐다.'
'아 왜?'
'무신경한 인간은 상처를 받아봐야 안다. 찢어져야지. 두고봐라 너도 찢어져야지.'
제주도에서 읽은 황정은의 두 번째 장편소설 <야만적인 앨리스씨>.
여행에서 읽기 좋은 책은 추리소설과 짧은 단편소설이 제 맛이다. 둘 다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읽을 수 있기에 그렇다. 황정은 작가의 신작을 넣었다. 페이지도 두께도 얇아서 무거운 짐속에 숨어들어기가 좋았다. 사실 읽고 싶었던 책이다.
황정은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그동안 몇 권은 읽은 것 같은데 두 번째 장편이라 조금 의아했다. 황정은 하면 <백의 그림자>가 떠올랐지만 그밖에 종종 읽은 단편들도 있었기에 기분탓인가 했다. <백의 그림자>가 196페이지로 장편이라하기엔 뭔가 부족하지 않나 싶은데 이번 소설 역시 <야만적인 앨리스씨> 164페이다. 페이지가 적은데 왜 장편소설인가를 말하자는 게 아니라 황정은 작가의 스타일 때문이라 생각한다. 단순하게 단편소설이 아니니 장편소설아닌가? 특히 황정은 작가의 장편소설을 읽어보면 딱히 길게 쓸 필요가 없어보인다. 페이지수는 적으나 읽는 시간은 장편소설과 거의 같았다. 황정은 작가 소설엔 특유의 색깔이 있다. 작가만의 특징이라 뭐라 꼬집어 표현하긴 힘들다. 문장은 시크하다. 스토리는 애매모호하게 흘러간다. 영화를 찍는 듯 장면 장면들을 묘사한다. 그리고 책에서 공간과 시각, 후각을 자극한다. 주인공들은 어딘지 모르게 몽환적이고 느리다. 가끔 엉뚱한 말로 독자를 당황시킨다. 이유는 모른다. 그냥 황정은의 표현 방식일 것이다.
작가 황정은 소설은 시크하고 무덤덤하다. 그리고 옛 문학의 냄새가 난다. 황정은식 소설을 읽으면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난 아직까지는 '호'쪽이다. 그녀의 소설을 읽는 동안에는 '재미'는 없다. 가끔 지루하기까지 하다. 그런데도 끝까지 읽고 싶은 호기심이 든다. 읽은 것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정말, 정말 궁금해서 마지막까지 읽게 된다. 엉뚱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상상력, 마지막까지 이끌어가는 그 상상력의 줄. 독자인 나는 눈을 가린 채 그녀가 놓은 줄을 잡고 앞으로 가야만 한다. 작가인 그녀의 방식이다. 가끔은 무슨 소린지도 모르고 읽어 나간다. 아직까진, 그 방식에 익숙치 않아 끌려간다. 하지만 세 번째 소설부터는 끌려가지 않을 것 같다. 세 번째 소설부터는 스타일의 반복이냐, 아니면 조금 다른 방식의 길이냐의 차이니까.
<야만적인 앨리스씨>는 뜬금없이 노숙인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장을 한 냄새 고약한 남노숙인. 그리곤 고모리라는 마을이 등장한다. 지명의 유래는 무덤. 유래는 유래일 뿐인지만 어쩐지 으스스한 느낌으로 초장에 독자들에게 분위기를 잡는다. 지금은 하수처리장이 중심에 자리잡은 마을. 상상이 피어난다. 으스스한 마을 분위기에 하수구 섞은 냄새까지. 주인공 앨리시어는 남동생, 아빠, 새엄마랑 이곳에 살고 있다. 남동생은 억눌려 자란 탓에 학교에서 모자란 아이로 취급받는다. 화장실에 간다는 말을 하지 못해 옷에 똥을 싸고 친구들에게 바보라 놀림을 받는다. 그런데 그는 바보가 아닌 평범한 아이다. 형인 앨리시어는 아빠의 무관심과 새엄마의 폭력의 고름에 점점 터지려 하고 있다. 아빠는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되자 한 몫 챙기려 자신의 땅에 대충 지은 집을 올려 살고 새엄마는 자식들을 구박하며 살아간다. 그들, 앨리시어와 동생은 자신들만의 사는 방식으로 억압 당하고 맞는 채 꾸역꾸역 살아간다. 개장 속엔 개들이 있다. 문을 열어도 나가지 않는 개들. 어미가 자식을 낳고 자라고 자라서 때가 되면 인간들에게 먹히는 개장 안의 개들.
아빠는 아빠 나름대로의 삶의 한이 있고, 엄마는 엄마대로, 자식들은 자식들대로 '씨발' 같은 사연이 있다. 이어 그 씨발 같은 사연들이 뭉쳐 커다란 씨발로 변신한다. 결국 '이런 씨발' 같은 일이 일어나게 된다.(씨발은 개인적인 욕이 아니라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음)
황정은 스타일의 소설도 찰지게 하는 욕도 대화체도 마음에 든다. 첨가물인 재미를 안 넣어서 그렇지만...
다음 장편소설이 기대된다. 그냥 기대가 된다. 그녀의 스타일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아니면 그 스타일로 쭉 이어갈지..
다음엔 페이지가
늘어날까? 줄어들까?
형....
자냐?
씨발...
나 지금 씨발이라고 했다...
형..
나 숨이 막혀서 무서워...
제발 아무 말이나 해줘 제발...
형.....
이것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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