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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6년 05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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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 EPUB(DRM) | 28.11MB 파일/용량 안내 |
ISBN13 | 9788932028835 |
2024년 09월 02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2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9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책을 깊이 있게 읽을 심적, 물적 여력도 부족한데 사재기하던 지난 학기에, 쌓여 있는 새 책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출간했다는 소식을 듣자 마자 구입해두었다. 방학하고 카페에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집중해서 다 읽으니 그저 행복하다. 게다가 '아름다움'의 '구원'이라니. 석사 때 '아름다움과 숭고함'에 대해 논문을 쓴다고 이것 저것 읽었던 기억이 떠올라서 좋았다. 진선미성은 서로 연관되어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여러 근거들을 읽을 수 있었다.
* 아름다움과 숭고함
먼저 저자는 아직 아름다움과 숭고함(미)을 철저히 구분하지는 않았던 근대(버크나 칸트) 이전 학자들의 생각을 소개한다. 구분한 이후인 지금, 저자는 아름다움-숭고함이 가진 속성 차이를 긍정성- 부정성으로 보고 있다. 아름다움과 숭고함을 구분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미 속에 '고통'이 포함되어 있었다. 저자는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생각을 끌어와서 자신의 미학을 전개한다. 긍정성의 아름다움만 추구하게 된 현대에는 투명하게 다 보여주는 매끄러운 아름다움에 대해 '좋아요'라는 만족감만을 보이게 되었다고. 그러나 예쁘기만 한 그런 깊이 없고 순간적인 아름다움은 그 옛날 부정성과 고통까지도 포함하고 있던 깊은 아름다움이 주던 (공통)감정을 주지 못한다. 숭고함의 아름다움은 말할 수 없는 것, 이해하거나 설명할 수 없는 것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전율, 깊이, 시간의 향기 속에서 여유를 가지고 멈춰서서 다시 떠올려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었다.
"아름다움의 미학은 근대의 독특한 현상이다. 근대 미학에서야 비로소 미와 숭고가 분리된다. 미는 그 순수한 긍정성 속에 갇힌다. 강력해지는 근대의 자아는 미를 만족의 대상으로 긍정화한다. 이 과정에서 미는 숭고에 대립하게 된다.숭고는 그 부정성으로 인해 처음에는 직접적 만족을 주지 않는다. 미와 구별되는 숭고의 부정성은 숭고가 인간의 이성으로 환원되는 순간 다시 긍정성으로 바뀐다. 이로써 숭고는 이제 바깥이, 전적인 타자가 아니라 주체의 내면적 표현 형식이 된다.
"숭고에 대하여"라는 논문을 쓴 위 롱기누스는 아직 미와 숭고를 구별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제압할 수 없는 것의 부정성이 미에 속한다고 보았다. 미는 만족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포괄한다... 아름다운 여성은... 고통스럽게 아름답다. 전율적 미, 숭고한 미라는 말도 그에게는 모순이 아니다. 고통의 부정성이 오히려 미에 깊이를 더해준다. 여기서 미는 전혀 매끄럽지 않다.
플라톤 또한 미를 숭고와 구별하지 않는다. 미는 숭고의 경지에 이를 때 최고의 수준에 도달한다. 그런 미에는 숭고에 특징적인 부정성이 내재한다. 미를 볼 때 우리는 만족이 아니라 전율을 느끼게 된다... 플라톤의 미의 형이상학은 아름다움에 대한 근대의 미학과 현격하게 대비된다. 근대의 미학은 주체의 자율성과 자기만족을 뒤흔들기는 커녕 오히려 확인시켜주는 만족에 대한 미학이다." 29-30쪽.
"상처 없이는 문학도 예술도 없다. 사유도 상처의 부정성에 의해 촉발된다. 고통과 상처가 없다면 동일한 것, 친숙한 것, 익숙한 것이 계속된다. "경험은... 본질적으로 고통이다. 그 고통 속에서 현존하는 것의 실체적인 타자성이, 익숙한 것 앞에 자신을 드러낸다." 55쪽.
* 진선미성
진선미성 사이에 서로 깊은 관련이 있지 않을까, 근대 이전에는 철저히 구분되지 않았고 스펙트럼처럼 혼재하는 영역이 있지 않았을까 항상 궁금했는데 이 책에서 여러 근거를 들어 그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반가웠다. 나는 특히 선과 미의 관계를 고민하면서 칸트의 "판단력 비판"과 논문들을 공부하면서 칸트에 멈췄는데 저자는 그 이후를 말하고 있어서 앞으로 공부하고 싶은 부분들이 생겼다(아도르노). 칸트 미학이 숭고함(미)에 대한 경험 마저도 자기 주체의 내면으로 포섭해버리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기억할 만하다. 칸트는 파악할 수 없는 엄청 큰 자연이나 무한한 존재를 경험할 때 숭고한 감정을 느끼지만, 그러한 당혹스러움을 이성으로 '극복'해버리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칸트가 선과 미를 연관지어 설명했다는 점은 아래 내용을 읽어도 분명해보인다.
"또한 칸트의 미학에서는 미가 순수한 미적 차원을 넘어서서 인륜적인 것으로까지 침투한다. 횔덜린은 그의 시 '아름다움에 바치는 찬가'에서 칸트를 근거로 내세운다. "자연은 그 아름다운 형식들 속에서 우리에게 형상적으로 말을 건다. 그리고 이 형식들의 암호를 푸는 능력은 우리의 도덕적 감정 속에 있다." 미가 추가적으로 갖는 도덕적 가치는 또한 "미의 이상"을 만들어내는데, 칸트는 이를 "미의 정상관념"과 구별했다... 미의 정상관념과는 달리 "미의 이상"은 오로지 인간에게만 해당한다. 그것은 "인간의 내면을 지배하는 인륜적 이념들의 가시적인 표현"이다.
... 미의 이상에 대한 판단은 순수한 미적 차원을, 단순한 취미의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취미가 이성과, 다시 말해 미가 선과 일치함"에 기초하는 "지성화된 취미판단"이다. 누구나 이런 미를 묘사하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교양을 통해서만 획득되는 인륜적 이념들을 시각화할 수 있는 구상력의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 칸트는 미의 이상을 논함으로써 도덕적 미 혹은 미의 도덕을 구상한 것이었다." 72-73쪽.
저자가 전작들에서 자주 헤겔을 대변했듯이 여기서도 우리가 그의 철학을 오독했을지 모르는 면에 대해 짚어준다. 포스트모더니즘 운동이 플라톤이나 헤겔을 서구 전체주의 폭력을 보여준 전형적인 철학자로 꼽았는데, 저자는 사실 헤겔 철학에서 전체성은 전체'주의'와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헤겔의 전체성은 개체가 가진 자유로움과 주체성과 특수성을 존중해서 개체들이 공존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그들이 가진 보편성으로 묶는다. 미는 그러한 관계를 가능하도록 돕는다.
"(헤겔) 개념은 조화로운 전체성을 산출한다. 미는 부분들이 강제 없이 일치하여 하나의 전체성을 만들어낸 것이다...
아름다운 대상은 주체 또한 그것에 대해 자유로운 관계를 획득하게 되는 상대다... 미적인 것은 이론적인 것과 실천적인 것 사이에서 중간과 매개의 위치를 갖는다...대상에 대한 미적 관계 속에서야 비로소 주체는 자유롭게 된다. 미적 관계는 대상 또한 해방시켜 각자의 특수성을 갖게 한다. 자유와 강제 없음은 예술 대상의 특징이다. 미적 관계는 어떤 측면에서도 대상을 압박하지 않으며, 대상에게 어떤 외적인 것도 강요하지 않는다. 예술은 자유와 화해의 실천이다...
미는 종속성과 강제의 모든 형태가 사라진 대상이다. 순수한 자기목적으로서 미는 일체의 외적 규정으로부터 자유롭다...
미 앞에서는 주체와 객체, 자아와 대상 사이의 분리도 사라진다. 주체는 관조적으로 객체 속으로 침잠하며, 객체와 합일하고 화해한다." 82-83쪽.
* 미와 정치
그리고 저자는 전작에서 자주 인용했던 바처럼 여기서도 아렌트 철학이 떠오르는 개념들을 사용한다. 현대 정치는 '행위'가 아니라 '작업'에 가깝다는 저자 주장에 동의할 수 있다. 선과 미가 속성에서 연관이 있어서 아름다움의 형식이 옳고 그름을 비유할 수 있다면 우리는 아름다움을 자주 향유하면서 착함을 키워나갈 수도 있을 테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의 정치, 미적 통치라는 단어들을 종종 사용하고 있는데 특별히 아름다움과 '통치'가 관계 있다니 좀 더 알고 싶다. 아직 번역되어 있지 않아보이는 스캐리의 "미와 정의로움에 대하여"도 흥미롭다. 그는 미가 가진 여러 속성이 정의를 촉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의 윤리학은 미의 윤리학이다. 정의 또한 그것이 아름답기 때문에 추구된다. 플라톤은 정의가 가장 아름다운 것들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행복의 윤리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칼로카가티아, 즉 아름다운 선이라는 독특한 개념을 도입한다. 여기서 선은 미에 종속된다. 혹은 미보다 하위의 자리를 차지한다. 선은 미의 광휘 속에서 완성된다. 이상적인 정치는 미의 정치이다.
지금은 미의 정치가 불가능하다. 오늘날의 정치는 시스템의 강제에 완전히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아무런 자유공간이 없다. 미의 정치는 자유의 정치이다. 오늘날의 정치는 대안이 없는 상황에 족쇄가 채워진 채 작업하며, 이런 상황은 고유한 정치적 행위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런 정치는 행위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하는 것이다. 정치는 대안을, 진정한 선택을 제공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을 때 정치는 독재로 추락한다. 시스템의 하수인이 된 정치가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자유인이 아니라 노예다.
... 일레인 스캐리는 그녀의 책 "미와 정의로움에 대하여"에서 미의 윤리적, 정치적 함의를 서술하면서 윤리적 경험에 미적으로 접근하는 길을 개척하려고 시도한다. 미의 지각 혹은 미의 현존은 "윤리적 공정함으로의 초대"를 내포한다. 미의 특정한 속성들이 직관적인 정의감을 날카롭게 만들어준다.
... 윤리적 공정성이 미적 공정성에 의해 크게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미적 공정성은 모든 참여자들이 스스로 측면에 자리 잡은 채 기쁨의 상태를 느끼도록 한다." 90-93쪽.
* 미와 진리
저자가 전작들에서 유독 사랑했던 하이데거 역시 이 책에 다시 등장한다. 책에서 나열했던 다른 철학자들과 달리 대미를 장식하는 하이데거는 미가 진리를 담고 있기 때문에 성스럽게도 존재를 구원까지도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진정한?) 아름다움은 현대 소비주의에 물든 얄팍한 아름다움과 매우 다르다. 저자가 이 문고판 전체에서 꾸준히 주장하고 있는 바는 현대 아름다움은 진정한 아름다움을 잃었다는 사실이다. 아름다움이 가지고 있어야 할 절반인 '부정성', 고통과 다름이 주는 불편함을 포기하고 '긍정성', 자기복제가 주는 만족과 좋아요만 남았기 때문에 현대 아름다움은 불완전하다. 소비자가 계속 소비하게 만들려면 데이터는 계속 갱신되고 변해야 한다.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접하는 현대인에게서 그 어떤 것들도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그야말로 '소비'된다. 데이터들 자체가 자동으로 진리를 보여줄 수 있을 리가 없다.
"분명하게 하이데거는 미를 미적 만족의 바깥에 있는 진리의 현상으로 파악한다. "진리는 존재의 진리다. 미는 이 진리 곁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진리가 자신을 작품 속으로 옮길 때 미가 나타난다. 이 나타남이- 작품 속의, 그리고 작품으로서의 이 진리의 존재로서- 미다. 그러므로 미는 진리의 일어남에 속한다. 미는 단지 만족과 관계하는 한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오로지 만족의 대상인 것도 아니다."... 하이데거는 아마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만족이, 좋아요가 지배하는 시대는 에로스가 없는, 미가 없는 시대라고." 113-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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