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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지 않는 소리

이충옥 | 푸른사상 | 2023년 01월 24일 리뷰 총점10.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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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년 01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54g | 146*210*14mm
ISBN13 9791130820057
ISBN10 11308200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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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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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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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양수리에서 태어나 자욱한 물안개와 반짝이는 물결을 보며 소설가의 꿈을 키웠다. 먼 길을 돌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전문가과정을 수료했다. 제18회 신라문학대상에 단편 「보청기」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제2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제8회 경북청송문학대전 등에서 수상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양수리에서 태어나 자욱한 물안개와 반짝이는 물결을 보며 소설가의 꿈을 키웠다. 먼 길을 돌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전문가과정을 수료했다. 제18회 신라문학대상에 단편 「보청기」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제2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제8회 경북청송문학대전 등에서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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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은 기다린다, 84~85쪽」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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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들리지 않는 소리-연대를 위한 관조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a********4 | 2023-02-10 | 신고

  판타지와 영웅의 서사를 그린 소설들이 독자들의 시선을 거두어간 문학의 광장에서, 소시민들의 애환을 천착한 이 소설집을 우연히 만났을 때, 어떤 계기로 불쑥 떠오른 소중한 옛 추억을 다시 접한 듯 무척 반가웠다. 속절없이 과거로 떼밀려가 이제는 그 영역이 축소되어 오히려 희소가치를 지니게 된 듯이 생각되는 소시민의 삶을 그린 ‘들리지 않는 소리’를 만났을 때의 그 친숙한 감정은 아마도 소시민의 삶을 그린 작품이 순수문학의 본령이라고 내 머릿속에 깊이 각인된 세뇌의 결과가 분명하고, 장르를 불문하고 그 영역에서 순수하지 않은 작품이 어디 있겠는가, 하는 관점에서 이제는 순수문학이라는 용어가 모든 장르에 걸쳐 사용되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공감하면서도 오래된 지인을 만난 듯 자신도 모르게 반가움이 용출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공동체의 최소 집단은 가족이다. 가족이 모여 사회가 되고 사회가 모여 국가가 된다. 이때 각 집단은 그 구성원의 입장에서는 숙명적 만남이다. 아직 인간의 탄생과 죽음 사이의 이면에 숨어 있는 비밀을 알 수 없는 시점에서, 한 개인이 한 가족의 구성원이 되고 사회와 국가의 구성원이 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의지가 아니라, 그저 그곳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이나 국가의 정체성이 붕괴될 때 구성원은 큰 충격을 받게 되고, 공동체를 무너뜨린 대상에 대한 복수심이나 격렬한 미움을 갖게 된다. 그런데 그 대상을 붕괴된 가족의 상처가 그대로 내재해 있는 삶의 터전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여전히 가족에 대한 가치관을 소중히 여기고 있는 옛 피해자의 태도가 궁금해진다. 소설집은 그에 관한 피해자의 대처방식을 통해 작가의 관점을 드러낸다.

  소설집은 ‘뱀’, ‘행복한 돼지’, ‘섬은 기다린다’, ‘까치, 둥지를 옮기다’, ‘들리지 않는 소리’, ‘다리 앞에서’, ‘가위’, ‘아파트’ 등 모두 8편의 단편으로 엮여 있었다. 작가는 8편의 작품에서 가족구성원 간의 갈등을 일관되게 그리고 있는데, 내게는 그와 같은 갈등을 통해, 왜 가족의 굴레를 유지하려고 하는가, 가족의 굴레 안이든 밖이든 왜 갈등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야 하는가, 그렇게라도 인생은 살아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하는 실존의 의미 찾기를 시도한 것으로 읽혔다. 그것을 위해 작가는 뱀과 이혼이라는 모티프를 도입하여, 우리 삶에서 이 뱀 같은 존재들, 이혼과도 치환할 수 있는 이 뱀 같은 상황들을 어찌할 것인가? 하는 실존적 고민과 대결하고 갈등해소 방식으로 관조의 길을 모색한다. 

 

 

  어디든 뱀은 존재해. 숲을 거닐다가 나는 뱀의 매력에 빠졌고, 넌 뱀과 함께 있는 나를 보고 비명을 질렀을 뿐이야. 그 비명을 들은 사람이 하필 네 아빠인 게 문제였지. 네 아빠랑 나는 서로 맞지 않았던 거야. 그런 거야. 너에게 한번은 변명하고 싶었어. 뱀? 겨우 뱀이라고? 은재는 탁자 밑에서 두 손을 꽉 잡고 입술을 깨물었다.(뱀-34쪽)

 

  너는 아빠가 불쌍하다고 생각했겠지? 누구나 뱀을 만날 수 있어. 그걸 어떻게 이용하느냐의 차이지. 그녀는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었다.(뱀-35쪽)

 

  엄마 연락처 가르쳐줄까? 은재는 고개를 저었다. 그때 깨달았다.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충분히 알 수 있는데도 엄마가 연락하지 않았다는 것을.(뱀-36쪽)

 

 서사에 드러난 내용으로 보면 그저 뱀의 매력에 빠졌을 뿐이라는 엄마의 가치관은 결혼하여 살고 있는 딸에게 나타난 장년에도 가족을 붕괴시킨 당시와 조금도 변함이 없다. 그것을 통해 엄마가 모성애가 결여되었거나 박약한 여자임을 알 수 있고, 보편적 인간이라는 동물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건 ‘뱀? 겨우 뱀이라고?’라는 은재의 말로도 알 수 있다. 그렇게 단순히 어떤 동물의 매력에 빠진 것만으로 가족을 등질만큼 인간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설령 남편은 맞지 않는 사람이어서 훌쩍 떠나버릴 수 있겠지만 그럴 경우 자식이 받게 될 충격 때문에 쉽게 결정내릴 수 없는 복잡한 동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겨우 뱀이라고?’ 라는 말에는 당시에는 뱀의 매력이 너무나 커서 이성을 잃었을지라도 이제는 당시 자신의 선택으로 자식들이 정신적으로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을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고 그 선택에 대해 비록 남편에게는 아닐지라도 딸에게는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한다는 은재의 요구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니까 같은 동물임에도 여타 동물과 구분해서 굳이 인간이라고 명명하는 데는 인간됨의 조건이 있고, 그 조건에 해당하는 최소한의 면모만이라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엄마는 과거의 상태와 전혀 다른 점이 없었다. 그것은 누구나 뱀을 만날 수 있고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는 차이냐는 것이라고, 오히려 훈계조로 이야기하는 엄마의 말이나, 딸의 핸드폰 번호를 알 수 있음에도 연락을 하지 않은 점들로도 증거 삼을 수 있다. 여기서 떠오르는 생각은 작가에게 뱀은 인간에게 당연히 요구되는, 그것이 있어야 여타동물과 구별되면서 인간이라고 호명되는 요소의 부재를 표명하는 메타포이며, 엄마의 메타포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엄마가 악일까? 뱀은 그저 뱀으로 태어난 것일 뿐 악이 아니듯 엄마 역시 그렇다. 설령 기존의 윤리관이 엄마와 같은 인간을 악의 진영에 위치시키고 그 관점에서 바라본다고 해도 엄마는 악의 평범성에 속하는 자연인일 뿐이다. 문제는 비록 감정적 가족회복에 불과한 것일망정 그것을 회복하여 어떻게 함께 공존할 수 있느냐는 것이고 이것이 작가의 실존적 물음인 것이다.
  여전히 윤리적 가치를 삶의 기준으로 지닌 개인이 몸담은 공간에 함께 섞여 있는 악의 평범성 속에서 어떻게 실존을 유지할 수 있을까? 최악의 수단으로 뱀을 반려동물처럼 기르며 살 듯이 엄마를 혐오스러운 반려동물 취급하면서 살 수는 없을까? 작가는 그 방법까지 나아가지는 않지만, 분명한 태도는 가족은 회복되어야 하고 여전히 그 구성원이 잘못을 뉘우치지 않은 채 옛 가치관을 지니고 있을지라도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다만 그것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고 스시 집 사장의 입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저런, 어머니가 오셨는데, 계속 근무한 거야? 사장이 나무라듯 말했다. 하루만 쉴래요. 이혼하고 떠난 사람이에요. 은재는 사장이 놀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 얼굴을 보지 않아도 놀란 사장의 표정을 그릴 수 있었다. 미간을 모으고 눈을 크게 떴으리라. 조금은 우스운 표정이지만 곧 미간이 풀리고 온화해질 것이다. 그럴수록 함께 해야지. 사장의 목소리가 가슴으로 스며들었다.(뱀-21쪽)

 

  물론 여기서 ‘그럴수록 함께 해야지’라는 말은 사장의 개인적 가치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가 자신의 목소리로 대신하여 내세운 장면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이후 차를 타고 가면서 사장이 풀어놓는 이야기가 즐거웠다고 하는 점으로 엄마를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작가의 의도가 분명해진다. 여기서 작가의 실존적 물음은 관조적 삶이라고 생각된다. 즉 개인의 욕망을 가족보다 우위에 두고 자신의 행위로 인해 가족이 깊은 상처를 입든 말든 자신의 욕망을 좇아 살았고, 여전히 그 관점을 고수하고 있는 엄마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은 엄마를 반려동물처럼 취급할망정 받아들이고 반려동물의 삶을 지켜보듯 엄마의 삶을 관조하면서 사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엄마가 많이 필요하고 엄마의 존재가 위안이 되는 시기에 부재했던 엄마가, 이제는 엄마가 없어도 스스로 살 수 있는 지금, 그것도 ‘겨우 뱀이라고?’라는 은재의 말에서 나타나듯 여전히 인간적 윤리관의 자장 안에서 살고 있는 은재와 가치관의 충돌을 겪게 될 게 뻔한 상황에서 새삼 함께 있다고 해서 위안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다음엔 퀘벡이랑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고 싶은데 당신이 허락해줄지 걱정이라고 하셨어. 환의 말에 은재는 잠시 머뭇거렸다. 나이아가라 폭포도 내 것은 아니지만 안 된다고 전해줘. 은재는 퉁명스럽게 말했다.(뱀-37쪽)

 

  멀리 숲이 비에 젖어가고 있었다. 은재는 비에 익숙한 사람처럼 느긋하게 걸었다. 마치 비법의 옷을 입은 듯.(뱀-38쪽)

 

  여기서 나이아가라 폭포가 내 것이 아니고 엄마도 내 것이 아니듯 오고 말고는 엄마의 자유지만 안 된다고 전해달라는 것은 적극적 수용의 의사가 아니라 소극적 수용의 의사로 읽힌다. 그리고 비에 익숙한 사람처럼 느긋하게 걸었다는 진술이나 마치 비법의 옷을 입은 듯이라는 표현은 소극적일지라도 엄마를 수용하고 반려동물을 살피듯 엄마를 관조하면서 살겠다는 태도로 보인다.


이와 같은 작가의 태도는 작품 전편에 걸쳐 환경과 상황은 다를지라도 수미일관하게 작동하고, 관점의 지속에 동원된 소재들도 직접 '뱀'이나 '이혼'이라는 단어와 더불어 등장하거나 그것들을 대체한 은유적 상관물이나 상황들, 이를 테면 돼지꼬리,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 강, 뱀 같은 인물, 분단상황 등으로 나타난다. 

 

  ‘까치, 둥지를 옮기다’는 의족을 한 엄마와 함께 살다가 공무원준비생인 준을 사랑하지만, 기약 없는 미래로 불안해 진 나머지 인쇄소에 근무할 때 알게 된, 아이 둘 딸린 이혼남인 그와의 결혼을 위해 아파트로 이사하기로 한 화자가 아버지의 기일을 맞아 제사상을 차리던 중, 제사 때면 챙기는 엄마의 낡은 의족이 없어진 것을 알고, 제사를 피해 밖으로 나간 엄마를 찾아 갔다가, 엄마가 종이에 싸서 집 앞에 내어놓은, 엄마의 가족동반자살사건으로 죽은 아버지와 동생의 분골을 숨겨놓은 의족이 고물상까지 흘러들어간 것을 알고 돈을 주고 되찾아오는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삶이 힘들다고 그 삶을 피하기 위해 가족동반승용차 자살을 감행한 엄마는  ‘뱀’에 나오는 엄마의 대체인물이다.  그렇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서사에 나오는 까치둥지를 위협하는 뱀은 가족 전체를 붕괴시킨 엄마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건 엄마의 뭉툭한 무릎에서 도마뱀의 꼬리처럼 다리가 자라 자신이 편해지기를 바라는 화자의 진술에도 나타나는데, 가족동반 자살을 감행한 곳에서 살아남았지만 다리가 잘려 의족을 하는 엄마는 뱀의 상태에서 꼬리가 잘린 도마뱀으로 변한 셈이다. 
  그리고 시종일관한 작가의 관점은 여기서도 노출된다. 가족의 해체가 아니라, 가족의 복원인 것이다. 그것은 아이 둘 딸린 이혼남과의 삶일지라도 그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반려동물인 개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하는 화자의 태도에서도 드러나지만, 앞서 엄마가 감행한 교통사고로 죽은 아버지와 동생의 분골을 엄마의 의족에 숨겨둔 행위에서 아버지, 엄마, 동생이 한몸을 이루는 상징으로도 나타난다. 그리고 보다 구체적으로는 화자가 엄마에게 직접 한 말로 드러나는데, 동시에 작가의 관조적 태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엄마를 책임지라고 했지? 아무리 지옥이라도 난 엄마처럼 피하진 않아. 어떻게 그런 여행을 떠날 수 있어? 같이 가겠느냐고 우리에게 한 번이라도 물어봤어야 하는 거 아냐? 살인자야, 엄마는. 그래도 몸이 부서져 가루가 되더라도 잘 모실 테니 걱정하지 마. 이 세상에 혼자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엄마는 모를 거야.”(섬은 기다린다-115~116쪽)

 

  ‘다리 앞에서’는 설악산 가족여행을 가기로 한 날, 고향인 문수리에 친척 문상을 가야 하게 된 화자가 가족을 먼저 설악산 콘도로 떠나보내고 어머니와 같이 문상 후 뒤따라가기로 하지만 어머니가 문상을 가지 않겠다고 하여 혼자 문상을 가는 동안 길이 막혀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그동안 가족사를 회상하고 문상 뒤 아내와 통화를 하여 어머니 없이 가는 가족여행은 무의미하다는 말에 다시 어머니를 태우러가는 이야기로 테두리가 둘러쳐지고, 강 건너 들판을 북한에 남겨두고 온 고향으로 착각하여 그곳으로 가기 위해 강물 속으로 들어가다가 어린 화자의 부름에 정신이 들어 되돌아오고, 북한에서 온 흙을 항아리에 담아두고 애지중지할 정도로 그리움으로 지내던 실향민인 아버지가 금강산 관광에 갔다가 실족하면서 소식이 끊어지고, 그 사건을 계기로 어머니는 아버지의 흔적을 지우려고 하면서 갈등이 이어지는 내용으로 속이 채워져 있는 소설이다.
  정치적 위상에서, 분단된 한반도는 어느 측에서 바라보든 그 한쪽은 잃어버린 한쪽 다리다. 여기서 작가의 관점은 분단된 한반도는 붕괴된 가족의 거시적 상태이고, 그것의 회복을 상정하고 있다. 아버지가 금강산에 관광 갔다가 실족한 것은 원래 가족이 있는 북한 땅에 가기 위해 벌인 자발적 실족사가 농후한 행위로, 가족의 회복을 염두에 둔 설정임을 알 수 있다. 이때 그와 같은 설정을 인정하는 하에서 아버지의 자의적 실족사는 분골의 형태로라도 남은 가족에게 가기 위해 자행한 것이고, 이것은 ‘까치, 둥지를 옮기다’에서 엄마의 의족에 아버지와 동생의 분골을 숨겨둔 행위와 연결된다. 물론 북한 측에서 바라본 상실한 다리는 남한이고, 아버지가 북한의 흙을 항아리에 채워 넣는 행위 역시 북한에서 잃어버린 한쪽 다리의 의족에 분골을 보관해 두는 행위와 등치된다. 그렇다는 것은 다음 장면이 상징적으로 밝혀준다. 

 

  “그 양반은 그냥 죽을 사람이 아니라니까. 절대 죽지 않았어. 얼마나 강단 있는 사람인데. 게서 떨어져봤자 다리 정도만 분질러졌을 테니까 산속에 숨어 있다가 고향 집을 찾아갔을 거야. 암.”(다리 앞에서-160쪽)

 

  분단된 남과 북이 서로에게 잃어버린 한쪽 다리이자 각자의 편에서 한쪽 의족인 것은 ‘다리 정도만 분질러졌을 테니까.’라는 말에서 알 수 있다. 분질러진 다리, 그것은 곧 의족이고, 남한에서 본 의족인 북한 땅에서 실족사가 분명한 아버지의 이후 형태인 분골이 소재하는 것이나 북에서 가져온 흙이 항아리에 보관되어 소재하는 것이나 모두 작가가 설정한 가족의 회복인 것이다.
  한편, 여기서 뱀은 강으로, 이혼은 분단으로 등장한다. 집 앞을 흐르는 강은 건너편 들판과 분리하는 분단의 대체물이고, 강의 형상은 뱀의 은유이다. 이때 아버지는 그 뱀을 마다않고 그 뱀을 통해 건너편 들판으로 상징되는 고향으로 가고자 한다. 죽음과도 맞바꿀 수 있는 껴안음의 대상인 것이다.
  여기서도 작가의 관조적 태도가 나타난다.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빗겨나 방관자가 되기로 했다.(다리 앞에서-168쪽)

 

  관조행위를 촉발한 어떤 사건이 있고, 그것이 의지로 해결 가능한 것이었다면 그 사건 속에 묻혀 정신없이 사느라 그 사건에서 빗겨나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듯 외부에서 관조하는 행위는 없었을 것이다. 역시 개인의 의지로 해결할 수 없는 일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것이란 관조적 태도를 취하는 것밖에 또 무엇이 있을 수 있을까?

 

  “아빠, 길이 많이 막히면 무조건 내비를 켜고 오세요. 그래야 실시간 통행이 잘 되는 길로 안내한단 말예요. 알았죠, 아빠?”(다리 앞에서-171쪽)

 

  내비에 맡기고 관조하듯 길을 가는 것이다. 그렇게 가노라면 가족이 있는 곳, 가족의 회복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아파트’는 이혼한 사장이 운영하는 빵집에서 알바를 하는, 이혼한 엄마 밑에서 성장한 그녀가 게임에 빠지고 외도의심까지 있는 남편과 공부를 못하는 건 괜찮지만 게임을 못하면 왕따 당한다며 소외의 두려움으로 게임에 열중하는 아들로 인해 소통부재로 고뇌하고 시대적 가치와 전통적 가치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이혼의 위기까지 상존하는 가운데 삶의 의미를 찾는 소설이다.
  역시 이 소설에서도 뱀과 이혼은 전체소설의 연결고리처럼 등장한다.

 

  불현 듯 벽에 매달려 있는 샤워 꼭지가 뱀처럼 보였다. 뱀은 독 오른 듯 혀를 날름거렸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샤워 꼭지를 집어던졌다. 몸을 꼰 뱀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나동그라졌다.(아파트-205쪽)

 

  그런가 하면 ‘뱀’의 엄마처럼 가족구성원보다는 자기 쾌락이 우선인 등장인물도 변함없이 나온다.

 

  중학생이 된 현준에게 공부하라고 채근할라치면 남편이 더 성화를 부렸다. 멀리 있다가도 그녀가 한소리를 시작하면 열 마디를 얹었다. 부부가 교육에 대한 의견이 같아서가 아니라 곁다리 껴서 어른 행세하려는 것 같은 묘한 인상을 주었다.(아파트-206쪽)

 

  남편은 어른 행세하려는, 어른이 되지 못한 책임감 결핍의 인물이다. 아버지도 이런 남편과 같았고, 결국 엄마와 이혼했다. 그런 이유로 그녀 역시 이혼의 위기가 상존하는 가운데 지내는 동안 아들에게는 자신의 아픔을 물려주지 않고, 아파트도 지킬 목적으로, 알바 기간이 길어지면 더불어 바람 날 가능성이 많은, 역시 남편이나 아버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빵집 사장이 싫어하는 희생이라는 길을 우선에 둔다. 작가의 관조적 관점이 숨어 있는 장면이라고 읽힌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현준의 양어깨에 양손을 나눠 올렸다. 숨을 깊이 몰아쉬며 모니터에 시선을 꽂았다. 정지된 화면은 일곱 가지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책 같았다. 그림책은 해롭지 않을 것이다. 해롭다는 기분은 누가 정한 것일까? 금서라는 딱지를 붙이기보다 책 고르는 안목을 높이고, 하루 중 시간 배분을 확실히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중독만 아니라면, 뭐든. 그녀는 가만히 손을 움직여 현준의 어깨를 다독거렸다.(아파트-219쪽)

 

  게임 못하면 개무시 왕따를 당한다는 아들의 현대적 가치관 앞에 자신의 전통적 가치관을 죽여 중화하는 그녀의 선택은 아들에게는 가족해체의 아픔을 더 이상 겪게 해주지 않겠다는 결심과 현재의 암울한 자기 삶을 한 걸음 물러나 관조하면서 살겠다는 암시가 보이는 대목이다. 이것은 다음 장면으로도 대체된다. 

 

  현준이 맛있다며 남은 케이크를 잘랐다. 그리고 더 드실 분 있느냐고 물었다. 남편이 접시를 내밀었다. 그녀는 망설였다. 억지로 먹고 싶진 않았다. 그렇다고 접시를 내려놓을 수 없었다. 현준은 접시마다 케이크를 담아주며 케이크 짱, 이라고 외쳤다.(아파트-224쪽)


 
  이 장면은 갈등 해소의 노력이 엿보이는 이 소설의 매조지이자 전체 소설의 매조지처럼도 읽힌다.   

 

  이상 리뷰에 언급하지 않은 소설을 포함하여 전체 작품을 통해 볼 때 시대의 불안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작가는 가족의 가치를 내세우고 있다. 작가는 가족은 특별히 뭔가를 해주지 않더라도 그저 존재하는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위안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비록 가족이 관조에 그치는 대상일 뿐일지라도 관조의 대상이 있어야 관조행위가 있을 수 있고, 관조행위를 통해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 결국 위안은 관조의 대상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게 이 소설집은 뿌리는 강변의 땅속에 깊이 박고, 가지는 수면 위에 드리운 채 어떤 의미도 없이 그저 무심히 흘러가는 강물의 수면에 비친 상태로 머물러 있는 자신의 모습을 역시 어떤 의미도 두지 않고 관조하는 강변의 버드나무와도 같은 소설집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 아직은 여운이 아프게 가슴을 흘러가고 있어서 아니지만, 아마도 날이 더워져 강변의 시원한 버드나무 그늘 아래서, 보다 큰 세상을 향해 무심히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고 싶어지는 때가 되면 이 소설집을 다시 꺼내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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