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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2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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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43쪽 | 706g | 152*225*30mm |
ISBN13 | 9788974186159 |
ISBN10 | 8974186152 |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13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이 책의 저자가 말했듯이 『일리아스(Iliad)』는 서양 문화 예술의 모든 출발점으로 가장 오래된 희랍신화의 기록이란다. 또한, 헬라스 비극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일리아스의 거의 모든 것』 책을 가장 편하고 손쉽게 펼쳐볼 수 있는 장소에 놓고 곱씹으며, 오래도록 두고 두고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으로 의미를 두고 싶다. 특히 이 책을 읽기 전에 17세기 작품인 트로이의 목마(후안 데라 코르테,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 표지 그림이 이 책에 대한 호기심으로 다가왔다. 나에게는 이것도 정말일까라는 서문이 주는 느낌 또한 책을 읽도록 궁금증을 자아내기 충분하였다. 결국 고대의 여신이나 영웅들에 나체조각, 여자들이 벗은 몸으로 등장하는 것은 여자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한 시대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화가들에 의해 남성에서 육체미를, 여성에서 관능미를 화폭에 담아냈다는 점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신들의 계보를 부부 결합관계, 인간, 남자, 여자를 구분하여 조상, 또는 가문이나 계보를 나름대로 보기 쉽게 표 로 잘 정리한 점이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로 꼽을 수 있었다. 요즈음처럼 책 읽기 어려운 경우 보통 원전을 읽기란 더욱 어렵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원전이나 원전번역본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원전의 의도가 왜곡되어 전달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요약본은 차라리 읽지 않는 편이 나을때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원전은 다양한 해석을 낳고, 고전은 해석이 무한하다는 점에서 반복해서 읽는 것이 좋다고 강조하니 이제는 위대한 저서, 고전을 읽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가장 중요하게 읽은 제1장 『일리아스』를 읽기 위한 준비는 줄거리 중심으로 서술하지 않고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신화와 『일리아스』를 읽는 방법부터 차근차근 안내 되었다. 『일리아스』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읽을 수 있게 한층 노력하고 있는 저자의 배려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그래서 고전 읽기가 어렵지 않게 출발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으려는 점도 엿볼 수 있다. 서사시 『일리아스』의 가치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12가지 방법으로 주의를 기울이며 읽도록 안내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따라서 제1장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는 것도 방법이다.
제2장에서는 『일리아스』이전 이야기가 펼쳐진다. 트로이아 전쟁의 원인이 된 세 미인들(아테나, 아프로디테, 헤라)의 황금사과 다툼 이야기를 시작으로 전개된다. 저자는 ‘황금사과, 신들의 질투’를 시로 표현한 점이 신선했다. 특히 ‘모자란 것은 남는 것을 시샘하고 더 예쁘다고 고개를 높이 세울때 예쁨은 미움이 된다’는 말은 인간의 한없는 욕심, 여자들의 특유함을 묘사하여 나 자신을 성찰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미에 대한 신들의 질투가 동양과 서양 대륙간의 전쟁이 터진 원인이라니 아이러니하다. “1차 전쟁 준비와 트로이아를 잘못 찾아 간 10년, 다시 출전한 전쟁이 10년 동안 이어진다. 그리고 귀향까지 길게는 10년이 걸린다. 황금사과 하나로 오뒷세우스는 30년의 세월을 허비한다. 메넬라오스가 헬레네를 데려올 때까지 28년이 걸린다. 20대에 전쟁에 나가기 시작하여 50 전후에 귀향했을 터이니 그들의 인생은 누가 보상할 것인가!” 사람 하나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다니 대단한 사람이라면 정말 그럴 수 있다는 점 지금의 세상에서도 비슷함에 새삼스럽다.
저자는 『일리아스』이야기 황금사과에서 한 입 베어 먹은 스티브 잡스,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 오스트리아 총독의 명령으로 아들의 머리 위에 놓고 화살을 쏘았던 스위스의 빌헬름 텔, 성경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해 설명하고 있는 점이 특별했다. ‘신분의 계단을 밟고 사랑의 계층에 들어선다’ 서정시에서 춘향전과 임꺽정 소설의 이도령과 춘향, 이장곤과 봉단이를 등장시켜 계급을 뛰어넘는 사랑은 소설이고 드라마로 묘사하고 있음이 흥미롭다.
제3장은 『일리아스』의 날짜별로 서사 이야기가 전개된다. 호메로스는 여인을 빼앗긴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시작으로 50일간의 기록에 초점을 두어 이어진다. 제1권에서 24권으로 50일째, 헥토르의 시신 뼈들을 주어 모아 황금 항아리에 담아 장례를 치르면서 마지막 행이 끝난다.
제4장은 『일리아스』 뒷이야기, 트로이아 함락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설의 여전사인 아마조네스족은 아들을 낳으면 죽이거나 나라 밖으로 내쫓고 딸을 전사로 키운다니 특별했다. 무엇보다 무시무시한 점은 활을 잘 쏘도록 가슴 한쪽을 자른 호전적인 부족이라는 점이다. 아마조네스의 용맹함은 여성의 권리를 지지하는 페미니스트 상징으로 인식될 수도 있겠다.
제5장은 영웅들의 귀향 이야기이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아 전투에서 활약한 영웅 중 한 명으로, 전투 후 귀향하는데 여러 가지 모험과 장애물로 인해 10년이 걸렸다. 그는 바다의 여신 칼리오페와 여러번 조우하며, 신들의 부추김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마침내 이타케 섬에 도착하여 그의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테레마코스를 다시 만난다.
‘전쟁으로 얻는 것은 잃는 것뿐이다. ... 수많은 영웅들은 죽으며, 전쟁의 원인은 잊혀졌다.’
‘트로이아 전쟁으로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러시아와 1년 넘게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걱정된다.
제6장은 『일리아스』의 깊이 읽기이다.
저자는 이 책 273~274쪽에 ‘부러움의 대상, 일리아스’를 멋지게 노래하고 있다. ‘일리아스는 서양 문화의 모든 시작이며, 수많은 비극을 출산하고 신화와 전설과 역사의 출발점’이라는 점이다. ‘플라톤의 주석에 불과하다는 서양철학은 일리아스를 넘어서려는 시도로 플라톤은 호메로스 작품을 시기한다’ 설명하고 있다. 또한 ‘신성함과 비속함, 위대함과 하찮음, 고결함과 덧없음, 주인과 노예’ 등 비교 설명하면서 ‘문화적 가치를 일리아스는 모두에게 교육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자랑스러운 시민은 모두 여기, 일리아스 속에 있으며, 또한 자랑스럽지 못한 이들이 있어 자랑스러운 이들이 빛난다’ 참 멋진 말이다.
제7장 『일리아스』의 영향과 평가에서 저자는 ‘고대 희랍이 유럽의 뿌리이며 근간이고, 서양 문명의 기둥이며 대들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일리아스』는 세계문학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꼽히며, 서양 문화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문학적 영향으로는 『일리아스』가 서양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원형적 전서 중 하나라는 점이다. 많은 작가들이 이 작품에 영향을 받았다. 대표적인 작품이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이야기하는 ‘증오와 사랑의 상반된 두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내용은 오디세우스와 아키레우스의 이야기에서 차용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미술적 영향은 그림, 조각, 연극,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영웅들의 비극적인 이야기와 전투 장면은 그림과 조각에 많이 그려졌다. 연극에서는 에우리피데스(Euripides)의 『이학』(Iphigenia at Aulis)와 『헤카벨』(Hecuba),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험레이트』(Hamlet)에도 오디세우스의 이야기가 인용되어 있다. 특히 험레이트는 오디세우스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의 사랑하는 오페리아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장면에서 "오디세우스처럼 지혜로운 대책을 세울 때가 왔다"는 대사를 외치며 자신의 복수 계획을 발표한 점이다.
2004년 개봉한 영화 '트로이'는 『일리아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작품이다. 주요 인물들인 아키오로스, 헥토르, 파리스, 메넬라우스, 헬레나 등이 등장하며, 트로이 전쟁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또한, 이 영화에서는 '아키르의 전사'와 같은 전투 장면에서도 『일리아스』의 전투 장면이 영감을 주었다고 알려져 있다. 영화 '오 브라더스!' (O Brother, Where Art Thou?, 2000)에서는 오디세우스의 이야기가 인용되었다. 이 영화는 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죄수들이 탈옥하여 가족과 자유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오디세우스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은 캐릭터들과 장면들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주인공 중 한 명이 '크로노스 산소아크'라는 가명을 사용하며, 이는 오디세우스가 '노마드'라는 가명으로 숨어 사람들을 속인 이야기에서 따온 것이다.
제8장은 『일리아스』 외 세계의 서사시를 소개하고 있다.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 서사시』는 인류 최초의 서사시로 알려져 있다. 기원전 3천 년경 메소포타미아의 도시 국가 우룩(Uruk, 현재 이라크 남부)을 다스린 길가메시 왕의 이야기는 19C 중반 이후 영국인들이 토판을 발굴함으로써 알려졌다. 메소포타미아의 우루크 왕국에서 희귀한 혼혈인인 왕 길가메시는 모든 것을 가진 왕이다. 그의 심장은 고독과 사망의 두려움에 괴로워한다. 그래서 그는 외로운 삶을 이겨내기 위해, 대지의 끝에 있는 영원한 생명의 나무를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된다. 그는 모험 도중, 그의 친구인 엔키두와 함께 몬스터 휴머모스, 숲의 여신 세디뮴, 그리고 죽음을 담당하는 신 우타나피시티를 만나게 된다.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길가메시는 삶과 죽음, 인간의 한계와 세계의 의미 등에 대해 생각하게 되며, 결국 그는 자신의 내면에서 진정한 답을 찾는 이야기에서 그 당시의 사람들이 가진 세상관과 인생관을 읽을 수 있다.
마지막 제9장은 『일리아스』 내용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정리하고 있다.
『일리아스의 거의 모든 것』, 이 책은 우선 그 동안 나온 『일리아스』의 해설서와는 많이 다르다. 그 동안의 책들은 전쟁의 양상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 책은 서사의 전개를 날짜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줄거리를 중심에 두고 서술한 책들과 달리 이 책은 『일리아스』를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본다. 이 책은 각 단락을 서정시로 시작하고 있어 단락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제1장에서는 『일리아스』의 가치와 이를 읽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일리아스』 속 신들의 모습은 인간 욕망의 세포들이다.”라며 신화를 인간의 필요성에 의해 만들었다고 서술한다. 저자는 고전 읽기가 현실적 이점을 준다며 지적 활용도를 내세운다. 이는 인문학이 공허한 읽기가 아니라는 현실적인 우려를 고민한 언급인 듯하다. 서양 문학에서 맨 처음을 장식하는 『일리아스』 읽기가 어렵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다. 특히 시라는 특징을 살려 번역한 원전 번역본 읽기는 더 생소하다. 이런 까닭에 마크 트웨인이 언급한 것처럼 사람들이 칭찬하지만 읽지 않는 것이 고전이 되고 말았다. ‘서사시 『일리아스』를 읽는 방법’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다. ‘요약본은 차라리 읽지 않는 편이 나을 때가 있다’라며 ‘다양한 해석’을 낳는 원전 읽기를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제2장에서는 『일리아스』 이전의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서술한다. 전쟁의 원인이 된 황금사과, 아프로디테의 뜻에 따라 트로이아로 가는 헬레네, 트로이아를 공격하기까지 과정을 언급한다. 이러한 배경이 지식이 없는 동양인들에게 『일리아스』 책만으로는 이해가 어려운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여자 하나 때문에 대륙간 전쟁이 일어나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를 염려했는지 첫 부분에서 ‘정말일까?’라는 글로 이 책은 시작한다. ‘포이니케(페니키아)인들이 아르고스에서 물건을 팔다가 이나코스의 딸 이오를 아이귑토스로 납치한 것이 범죄행위의 시작(24)’이 되어 트로이 전쟁이 일어났다는 헤로도토스의 『역사』 속 이야기를 소개한다.
제3장은 날짜별 서사의 전개가 이어진다. 헬레네가 스파르테에 돌아오기까지 거의 30년이다. 그 중에 『일리아스』는 50일 동안을 기록하고 호메로스는 그 중에 단 4일을 책의 대부분에 할애한다.
제4장은 목마로 트로이를 함락한 이야기가 나온다. 배경 지식이 없이 호메로스를 읽다보면 트로이 목마는 나오지 않는다고 의아해 한다. 영화에나 나오는 아마조네스 여전사들 이야기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제5장은 영웅들의 귀향 이야기이다. 작가는 이 부분을 주목한다. 전쟁에 참여한 몇몇을 제외한 모든 영웅은 모두 파멸한다. 이런 이유로 이 글의 주제를 반전평화라고 정리한다. 파멸의 원인을 그리스 비극에서 대부분 자신이거나 자신의 조상이 원인임을 이 책에서는 도표로 알려준다.
제6장은 『일리아스』의 깊이 읽기이다. 대부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해 오다가 이 부분에서는 부분에 시선을 두고 서술한다. 제7장은 영향과 평가, 제8장은 『일리아스』 외 세계의 서사시를 소개하고 있으며, 마지막 장은 이들 내용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저자는 『일리아스』에 관한 내용을 서술하면서 많은 문헌을 참고하며 출처를 밝히고 있다. 매우 흥미로운 글도 소개하고 있다. ‘고르기아의 헬레네 찬사(248)’에서 ‘나는 헬레네를 비방하는 사람들이 잘못되었음을 밝히고자 한다.’며 헬레네가 아무 잘못이 없다고 옹호하는데 그 이유가 과연 소피스트답다. ‘이소크라테스의 헬레네 찬사(251)’도 그 당시 가장 유명한 소피스트 이소크라테스가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어쩌면 헬레네에 대한 우리의 혼란스런 이해에 도움을 주는 부분이다. 그동안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한 기록도 체계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대부분의 초기 ‘그리스로마신화’는 불핀치의 책을 바탕으로 한다(51)’며 그리스 신화, 그리스 로마 신화, 불핀치로 이어지는 신화의 관계를 정리하여 보여준다. 특히 다른 저작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신들의 계보, 아킬레우스 가문, 아가멤논 가문, 테바이 왕가, 희랍 조상의 가문, 프리아모스 가문 등은 전체 속에서 인물을 파악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인문학적 관점에서 이 책을 읽고 드는 생각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최고의 인문학이다. 제대로 인문학적으로 읽을 때 그렇다. 인문학은 인간학이고 인간은 그 어떤 것의 수단도 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이 수단이 될 때 인간은 인간다움을 잃는다. 일을 하는 순간도 삶이어서 그 자체로 삶을 즐겨야 인간다운 삶이다.
인간다움은 인간이 긍정적인 면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행위이다. 인간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는 비인간적이며 인문학의 적대 행위이다. 이런 이유로 위대한 문학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일에 도움을 주는 책들이며 그 결과 세상은 인간들이 서로 인간에 기대어 인간다운 삶을 건설한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그런 측면에서 인문학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기원전 1200년 경 이야기를 기원전 800년 전후에 기록한 일리아스를 처음 대하면 우선 잔혹한 묘사가 당혹스럽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호메로스의 위대함이다.
잔인한 묘사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야함의 역설적 표현이다. 죽어가면서 자기를 길러준 부모에 보답도 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전사들의 모습에 호메로스는 눈길을 준다. 보잘 것 없는 전사들의 처참한 죽음의 묘사는 인간이 인간을 파괴하는 전쟁에 대한 작가의 분노가 담긴 묘사라 할 수 있다.
죽어갈 아킬레우스의 방패에 새겨진 아름다운 세계는 얼마나 대조적인가! 방패에는 인간 삶의 행복을 그대로 담았다. 전쟁에 나감으로써 죽을 운명을 맞이해야 함을 아는 아킬레우스의 방패에 그려진 세계는 인간 삶의 꿈이다.
인간의 고귀함을 지키려고 나간 전쟁에서 전사들은 창자가 튀어나오고 방광을 지나 치골로 창끝이 뚫고 나가는 살육을 반복한다. 호메로스는 그들 모두가 불행에 빠지는 이야기를 일리아스에 담고 그 후 비극작가들은 이를 작품으로 만든다.
잔혹한 타인의 파괴는 자신의 파멸로 돌아간다. 전쟁이 끝나고 오랜 세월이 지나면 모두가 벌을 받는다. 오뒷세우스만이 그래도 전쟁이 끝난 후 10년 동안 수난을 겪고 고향에 돌아가 잘 살지만 그도 전쟁에 나가서 어쩔 수 없이 만든 자식에게 죽는다.
오직 남은 자는 트로이아 측에서 살아남은 로마건국의 신화가 된 아이네이스와 전쟁의 원인이 된 헬레네와 그 남편 메넬라오스이다. 그들이 살아남은 것은 그들 탓인가! 아니다. 아이네이아스는 어머니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이기 때문이며 헬레네 역시 제우스의 딸이기 때문이다. 아프로디테는 인간 앙키세스에 반해 그를 이다산으로 유혹하여 아이네이스를 낳는다. 반쪽이 인간이기 때문에 불멸의 신이 될 수 없다. 메넬라오스는 파리스에게 자기 아내 헬레네를 빼앗긴 스파르테 왕이다. 그도 인간이어서 불멸의 삶을 살 수 없다. 그러나 헬레네의 남편이라는 이유로 낙원에 다소 헬레네와 불멸의 삶을 산다. 신의 보호를 받지 않는 그 어떠한 영웅조차 모두 비극으로 끝난다.
호메로스는 아이네이스와 헬레네, 그리고 헬레네의 남편 메넬라오스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이 어찌 참 인문학이라 하지 않을 수 있으랴. 많은 이들은 영웅들의 행적에 관심을 두고 해석하고 있지만 그들 영웅들의 처참한 한결같은 비극의 결말을 본다면 이 서사시의 주제는 반전평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결론은 이렇다.
신을 거스르는 자는 모두 파멸한다.
신의 보호를 받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신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는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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