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
평범하게 살아가던 주인공 파벨 니콜라예비치는 마부와의 대화를 통해 부유한 여상인에 대해 알게 되고 살인을 저지른다. 그녀의 돈으로 그는 팔 년 동안 사회적으로 성공한다. 살인을 했지만 죄책감이나 양심의 고통은 없다. 대신 그는 내면에 아무런 감정이 없음을 괴로워한다. 결국 시장으로 선출된 날 그는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종교를 통해 구원받게 된다.
환영
포마 미로노비치는 두 딸과 아들이 있는 백만장자이다. 크리스마스에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겨 현재와 과거의 삶을 되돌아본다. 이런 생각에 빠져 있는 포마에게 그의 인간-영혼이 나타난다. 마치 깨끗하게 돈을 모아 부자가 된 듯 과거와 달리 화려하고 허황된 현재를 비난하지만, 주인공 포마 역시 타인의 눈물과 노동의 대가로 돈을 모은 사람이다. 그렇게 돈을 모은 주인공 포마는 인간-영혼과의 대화를 통해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면서 영혼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듯 자신의 전 재산을 사람들을 위해 쓰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인간-영혼과의 대화는 그의 꿈속에서 일어난 환영이었고, 꿈에서 깬 그는 다시 깊은 생각에 잠긴다.
종
안티프 니키티치 프라호프는 도시에서 가장 부유한 상인이자 냉철한 성격의 소유자다. 오래전 건립된 성삼위일체 교회를 재건축하며 그는 커다란 종을 기부한다. 종 자체가 원하지 않는 듯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종을 쉽사리 들어올릴 수 없었다. 겨우 종을 들어올렸고 이후 오 년 동안 그는 기념일마다 매번 자신이 설치한 종을 치며 자신의 힘을 과시한다. 그는 돈은 힘이라고 생각하며, 자신 때문에 파산한 많은 사람들을 가엾이 여기지 않는다. 모든 것이 신의 뜻에 따라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잘못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부활절 새벽 예배 때 안티프가 종을 치자 쨍강거리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종이 깨진다. 그는 신에게 자신보다 더한 잘못을 저지른 이들도 벌을 받지 않는데 왜 자신만이 벌을 받아야 하는지 불평한다. 지나온 삶을 회상하면서 그는 그동안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했고 돈에 대한 탐욕도 심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주인공 안티프는 회개하기보다는 신이 자신에게 가혹했다는 것만을 되풀이하며, 삶을 살아간다.
로맨스
야쉬카는 인쇄소에서 일하는 열한 살 난 직공이다. 부모가 죽은 뒤 숙모와 함께 굴속 같은 곳에서 살고 있는데, 언제나 술에 취해 있는 숙모는 야쉬카를 구타하곤 한다. 어느 날 인쇄기를 청소하던 중 사고로 다리를 다친 야쉬카는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방문객도 없이 외로이 병원 생활을 하던 중 낮잠에서 깬 야쉬카는 검은 눈의 아가씨를 만나게 된다. 그녀가 오빠 침상을 지키면서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자 야쉬카는 키다리를 질투하고 미워한다. 심지어 그가 빨리 죽으면, 그녀가 자신에게만 면회를 오고 자신의 침상만을 지키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침내 키다리가 죽자 야쉬카는 드디어 자신만이 그녀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기뻐한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그녀는 더 이상 병원을 찾아오지 않는다. 퇴원 후 야쉬카는 한참 동안 그녀를 찾아다닌다. 이 년 뒤 야쉬카는 우연히 그녀를 보았으나, 그녀는 그를 스쳐지나간다. 이제 서른 살이 된 주인공 야쉬카는 눈의 초점도 없는 음울한 술꾼이 되어 있다. 동료들처럼 그는 인생의 목표도 없이 그저 술, 여자, 카드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그녀 얘기를 할 때만은 생기를 되찾는다. 그의 인생에 있어 유일하게 기쁨을 주는 것은 그녀에 대한 기억, 회상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움
나는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마흔 살의 우크라이나 친구의 소개로 교외에 있는 테라스에서 아름다운 여인을 보게 된다. 꿈처럼 아름다운 그녀는 환상의 구현이자 영혼을 밝혀주고, 주위의 모든 것을 소생시키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이 지저분한 땅에 나타난 천사 같았다.
두 사람은 한 달 동안 그녀의 집을 방문하고 열일곱 번이나 그녀를 보게 된다. 그러나 그녀 애인의 방해로 더 이상 그녀를 보지 못하게 된다. 그래도 두 사람은 오랫동안 그녀에 대한 기억으로 살아간다. 두 사람에게 그녀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삶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영혼을 위로해주는 천사와 같다.
푸른 눈의 여인
사립경찰 조심 키릴로비치 포드쉬블로는 거리의 여인이 될 수 있는 증명서를 얻기 위해 찾아온 푸른 눈의 여인을 만나게 된다. 큰 키에 체격이 좋은 그녀는 고아였고, 남편이 죽자 두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거리의 여인으로 나서려고 한다. 그러나 경찰 조심은 그녀의 말을 핑계라고 생각한다. 우연히 다시 그녀를 만나게 되었을 때 그는 그녀가 일을 시작했음을 알게 된다. 웃음을 팔면서도 요조숙녀인 척하는 그녀에게 그는 적의를 느낀다. 열흘 뒤 그는 선술집에서 동료와 싸우고 있는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다. 경찰서에서 자초지종을 조사하던 그는 다른 동료들과 달리 아이들 때문에 일한다는 말을 믿지 않고 그녀를 비난한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실제로 두 아이가 있었다. 그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떠나기 위해 배를 기다리고 있었고, 사립경찰 조심은 그녀의 말이 사실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는 그녀가 뱃전에 오르는 것을 도와주며 그녀에게 정중하게 마지막 인사를 한다.
아쿨리나 할머니
아쿨리나 할머니는 지하방에 거처하는 부랑자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동냥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넘어져 다치게 된다. 그녀가 먹여 살리는 사람들은 변호사, 그의 동거녀, 도둑놈과 그의 선생, 주인의 돈을 횡령하고 감옥살이를 한 젊은이, 예쁘장한 나스텐카, 사제 지야콘 등이다. 그들은 아쿨리나 할머니보다 젊고 힘도 있지만, 기생충처럼 그녀가 갖다 주는 돈과 음식만을 기다리며 지하방에서 카드놀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다. 그들은 다친 아쿨리나 할머니를 걱정하기 보다는 그녀 없이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를 걱정하며, 그녀가 장례식의 관을 위해 모아둔 삼 루블까지도 자신들의 한 끼 식사로 써버린다. 마치 엄마가 아이들을 먹여 살리듯 구걸, 도둑질도 서슴지 않으며 많은 부랑자들을 먹여 살렸지만,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아쿨리나 할머니는 외로이 죽어간다. 다음 날 그녀의 관을 따라 묘지로 가는 이는 경찰과 변호사, 단 두 사람뿐이었다.
지난해
새로운 해에 자리를 물려주는 마지막 날, 인간의 모든 특성들을 위한 성대한 파티를 벌인다. 위선, 겸손, 우둔, 야심, 이성, 사랑, 사치, 공상, 진리, 독창성, 영원, 믿음, 희망, 현명, 권태, 시간이 파티에 참석한다. 세상과 헤어지는 것을 기뻐하며 영원의 세상으로 떠나려고 한다. 그러나 그 순간 영원의 특사가 나타난다. ‘낡아 빠진 사람들에게 새로운 해는 필요하지 않고,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쇄신하지 않는 한 새로운 해는 없다’는 영원의 선언에 따라 새로운 해는 오지 않는다. 지난해가 새로운 해의 옷으로 갈아입고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시간
삶과 시간의 관계가 나타난다.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시간의 초침에 따라 매일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삶의 순간순간을 무언가 새롭고 살아 있는 것으로 채우고, 무기력을 불평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열정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죽음을 자연의 법칙으로 받아들이며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정직하게 살아가야 한다. 건물의 한 부속품이 되어 지루하게 살지 말고, 감성과 사고로 가득 찬 격동적인 시간을 보내야 한다. 진실, 정의, 아름다움에 봉사하고 열망을 소유하고, 자신을 불쌍히 여기지 않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이제르길 노파
나는 몰다비야 베사라비야에서 포도 수확을 마친 뒤 이제르길 노파와 바닷가 포도나무 그늘 밑에 누워 얘기를 나눈다. 이제르길 노파는 나에게 이기주의자 라라, 자신의 이야기, 이타주의자 단코 이야기를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