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이름은 플라그야. 나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그냥 잠들어 버린 아이의 입속에서 태어났어. 내가 태어났더니 충치 형제들이 축하해 주었어. 여기는 충치 천국이라 우리가 놀고먹을게 많아서 참 좋아.

몇 달이 지나고 나는 여행을 떠나게 되었어. 그때는 나도 다 큰 어른이었지. 이번에 도착한 곳은 이를 아주 잘 닦는 승주라는 어린이의 입 속 이었어. 나에게는 정말 지옥이었어. 승주가 양치를 할 때 우리는 3분 동안 피해 있어야했어. 승주는 정확히 3분 동안 이를 닦았거든. 승주의 입 안에서 친구 디를 만났어. 승주는 양치를 너무 열심히 해서 먹을 게 없어 배가 고프다고 양치를 할 때 빨리 나갔는데 물에 그만 휩쓸려 빠져버렸어.

나는 디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바로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났어. 이번에는 순이의 입 속인데 나에게는 아주 천국 같은 곳이었어. 양치를 안 해서 이가 노랗고 상했어. 그런데 순이 어머니가 갑자기 치과에 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어. 나에게는 아주아주 지옥 같은 곳이야. 나는 앞으로는 신중하게 이사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어린이 후보 전단지'를 보고 충치가 많은 아이들을 선택했어. 이번에는 치과 근처에는 얼씬도 안 하는 아이었어. 물보다는 탄산만 마시고 밥보다는 초코릿을 좋아하고 이를 한 번 도 닦아 본적이 없는 것 같은 아이었어. 플라그에게 여기는 천국이지만 이 아이에게는 충치가 생겨서 얼마나 아팠을까? 나는 충치가 없어서 얼마나 아픈지는 모르지만 치과에서 치료 받으러 가는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많이 아프고 무섭다고 했다. 나는 앞니가 안 흔들리는데 안에서 덧니가 나서 마취해서 이를 뺀 적이 있는데 많이 아팠지만 꾹 참았어요. 나는 하루 3번씩 양치를 하는데 깨끗하지 않다고 열심히 하라고 하셨어요. 나는 다짐했다. 양치는 하루 3번, 식사 후 3분 이내에 3분 동안 해야겠다. 그래서 양치를 3,3,3 법칙 이라고 한다. 그러면 플라그도 나에게 이사 오지 못하고 충치도 안 생길 것 같다. 이가 튼튼해야지 맛있는 밥도 먹고, 간식도 먹을 수 있다. 이가 안 아파도 치과에 가서 정기검진을 꼭 받아서 혹시 충치가 생겼으면 바로바로 치료해야 한다.

그런데 그 플라그는 지금 누구의 입 속으로 떠났을까? 혹시 자기 입 속일지도 모르니까 3,3,3 법칙으로 양치를 아~주 깨끗하게 합시다.

도서관에서「충치영웅 플라그 모험을 떠나다」라는 책 제목을 봤을 때 정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을 괴롭히는 충치가 ‘영웅’이라고? 그래서 왠지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되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잔 아이의 입 속에서 플라그가 태어난다.

충치가 많은 아이 입 속은 플라그에게는 지상천국이다.

하지만 플라그는 새로운 곳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처음 가 본 곳은 밥 먹고 나서 3분 안에 이빨을 닦는 승주의 입 속이다.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플라그는 순희라는 아이의 입 속으로 들어간다.

순희는 이가 누런 아이여서 좋아라 했지만, 너무 충치가 심해 치과에 가는 바람에 플라그는 허겁지겁 도망을 쳤다.

그 다음 플라그가 몸을 숨긴 곳은 장원이라는 아이의 입 속이었다.

장원이는 이를 잘 안 닦고 탄산음료를 많이 마시는 어린이였지만, 틀니 빠진 할아버지의 충격적인 모습을 보고 놀란 이후에는 이를 잘 닦는 어린이로 싹 변해 버렸다.

다시 살 곳을 잃은 플라그가 마침내 찾아낸 곳이 민수의 입 속이다.

민수는 세계충치연맹에서 ‘올해의 착한 어린이상’을 줄 정도로 이를 안 닦았다.

행복하게 민수의 입 속에서 한 동안 재미있게 살던 플라그는 또다시 여행을 떠났다.

이 책은 이제껏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것들을 거꾸로 생각해보고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거꾸로 읽기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었다.

깔깔 웃으면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충치균인 플라그가 주인공인 게 너무 신기했다.

플라그가 주인공이고, 그림도 너무 귀엽게 그려져 있어 충치균이 나쁘다는 걸 잠깐 깜박하기도 했다.

그런데 다 읽고 나서는 무척 걱정이 되었다.

나는 하루에 양치질을 두 번밖에 하지 않았을 때도 있었는데 어쩌지?

플라그 같은 충치균들이 지금 내 입 속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걸 아닐까?

그러고 보니 얼마전 치과에서 검사를 받았을 때 이미 나에게 충치가 두 개 있다고 했다.

이러다가 나도 민수처럼 세계충치연맹으로부터 ‘올해의 착한 어린이상’을 받게 될까봐 정말 걱정이 된다.

책 속에서 승주라는 아이는 매일매일 규칙적으로 이를 닦아서 플라그가 도저히 살 수 없었다.

나는 규칙적으로 이를 닦지 않고, 닦고 싶을 때 닦으니까 충치가 두 개나 생긴 것 같다.

앞으로는 이빨을 규칙적으로 잘 닦아서 승주같은 어린이가 되고 싶다.

그러면 플라그도 나를 무서워하겠지?

아참 그리고 이 책은 1학년인 내 동생한테도 꼭 읽으라고 해야겠다.

내 동생은 나보다 이빨을 더 안 닦는 것 같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