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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3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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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188쪽 | 340g | 126*193*20mm |
ISBN13 | 9791192444420 |
ISBN10 | 1192444426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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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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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더숲 출판, 스테파노 만쿠소 지음, 임희연 옮김, 신혜우 감수의 『식물, 국가를 선언하다』라는 책은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식물이 주제인 것은 확실하고 '국가 선언'이라는 설명이 붙었으니 식물의 위대함과 광범위한 역할을 언급하려 한다는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저자인 스테파노 만쿠소 교수의 저명함을 생각하면 복잡한 이론이 삽입된 학술적인 내용이 아닐까 하는 짐작도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굉장히 유쾌한 논조로 이론과 저자의 생각을 곁들여 쓰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쭉쭉 읽힌다.
하지만 내용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책의 구성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고자 한다. 책은 신국판보다 작은 사이즈이고 양장제본인데 그에 비해 굉장히 가볍다. 분량이 많을 줄 알았는데 책도 두꺼운 편이 아니라서 가지고 다니면서 보기에 무리없는 사이즈와 무게이다. 식물이 주제이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표지는 진한 녹색이고 내지의 주석 등 보조 글자색과 색지가 모두 초록색이라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진정시킨다. 내용 구성에 있어서도 '국가 선언'인만큼 목차를 표시하는 데 헌법의 법조문을 표기하는 것처럼 '식물의 권리장전'이라고 하여 '제1조, 제2조...' 등으로 표기한 것이 흥미로웠다. 이러한 디자인적인 구성이 눈에 들어와서 책을 보는 또다른 재미가 있었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중간중간 맞춤법 오류가 눈에 띄었다. 영어문자가 단어 사이에 끼어있거나 띄어쓰기 등의 오류 등이 중반 이후 종종 발견된 점은 아쉽다.)
식물생리학자인 저자는 "제1조 지구는 생명체의 공동주택으로 모든 생물이 그 주권을 가진다"라는 첫 장을 시작으로 온 우주에서 생명체가 살아있는 행성은 극히 드물며 지구는 그 유일한 기적과도 같은 행운을 받은 행성으로 온 인류 및 전지구의 생명체가 지구의 환경을 공유하며 보호해야 함을 주장해나간다. 특히 지구의 역사 시작부터 함께 발전하고 진화하며 초록별 지구의 환경을 유지하고 인류가 정착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준 식물들의 노고를 하나씩 짚어나가며 식물의 중요성에 인류와 지구의 미래가 걸려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지구를 구성하는 수많은 종들 중 인류의 수는 극소수이지만 지구 자원의 대부분을 착취하고 있다. 이 사실을 인지시키며 인간은 그저 지구라는 '공동주택'에 세들어 사는 "불쾌하고 성가신 세입자 중 하나일뿐"(8)이라는 사실을 강하게 반복한다.
만쿠소 교수는 식물을 중심으로 지구의 역사와 기후 위기, 경제, 정치,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식물의 생태성에 빗대어 문제점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제3조'에서는 정점에 있는 자가 결정권을 가지고 무리를 지배하는 동물집단 특유의 위계 질서를 인간 조직의 관료제, 위계 체제 등의 사회, 경제적 구조에 빗대어 문제점을 논하면서 식물국가는 중앙집권적 위계질서 없이 모든 조직의 세포가 살아서 민첩하게 움직이고 반응한다는 특성을 설명하며 위계 없는 평등 관계의 의사결정 내지 행동결정을 언급한다. 현재 인류의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 및 많은 문제가 지배성을 버리지 못하는 동물적 위계 체제에 있음을 비판하면서 식물국가가 진정한 공동체적 의사결정을 누릴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이러한 논조를 펼치는 데 생물학적 지식과 과학적 데이터를 활용하는데 이론을 복잡하게 삽입하지 않고 풀어서 알기 쉽게 첨언하기 때문에 식물과 사회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되는 데에도 어려움 없이 쉽게 읽힌다. 게다가 만쿠소 교수의 어조 자체가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다소 자조적인 블랙유머식의 어조를 곁들이며 가벼운 듯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어투가 있어서 너무 흘려듣지도 않고, 어려워서 책을 놓게 되지도 않는, 적당한 끄덕임으로 이해하며 읽어나갈 수 있는 독서가 이어진다. 이러한 저자의 글쓰기(그리고 역자의 번역 노력)가 조금이라도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끝까지 읽고, 그동안 간과하고 있던 식물의 중요성과 인간 사회의 문제점을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끌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간이 자연의 범위 밖에 있다는 생각"(105), 다시 말해 앞서 언급했던 '공동주택'인 지구의 '세입자 중 하나'로서 다른 종들과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그저 최상위 포식자로서 군림하려고 하는 인류에게는 미래가 없다. 근 몇 년간 계속 등장하는 환경문제, 기후 위기의 반성적 태도는 바로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여 생각하는 이분법적 사고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왜 이제야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의아할 뿐이다. 동양에서, 적어도 한국 사람인 나에게 자연은 언제나 인간과 함께하는 존재로 인간은 자연의 일부일 뿐이었다. 과거 한국화 및 동양화에서 자주 발견되는,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서 함께 어우러지게 그리던 풍속화에는 그러한 사고가 잘 드러나 있다. 어쩌면 자연을 숭배하고, 자연과 상호교류를 지향하던 원시시대의 샤머니즘적 영향이 동양에 깊게 스며있기 때문에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이 나에게는 새삼스럽지 않은 것일지 모른다.
근래 자주 등장하는 환경 이슈의 도서들 대부분은 서양서인데 서구의 산업혁명 이후 환경 문제가 심각하게 촉발되었고, 자연을 자원적으로 이용하고 산업을 발전시켜 현재 선진국이 된 대부분의 국가가 서구 사회라는 점, 세계 질서를 지배하는 문화권이 서구권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자연을 도구로서 이용해왔던 서구의 자연관이 세계를 지배하면서 동양의 자연관에 영향을 미쳤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서구의 질서로 재편된 세계 질서에 편입하기 위해 동양은 과거 자연과 함께하던 인식을 버리고 자연을 자원 개발의 대상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전세계적으로 가속화된 경제산업 발전의 대가가 현재의 기후 위기, 환경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환경과 기후 문제를 논하는데 있어서 경제, 정치, 사회를 떼어놓을 수 없는 이유이다.
경제적 쇠퇴, 부의 불평등, 정부 기관의 권력 약화 등 현재 심각하게 대두되는 사회의 문제 대부분의 원인은 기후변화, 환경 문제에 깊게 뿌리를 두고 있다. 따라서 만쿠소 교수는 이러한 문제로 터전을 떠나 이주할 수밖에 없는 난민들을 "기후 이주민"(149)이라고 정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기후 변화로 인해 지형이 변화하고, 지역의 생산물이 변형되는 상황들을 보면 향후 이러한 문제로 삶의 터전에서 이주하게 될 난민들이 지속적으로 다수 발생할 거라고 예상된다. 전쟁뿐만이 아니라 '기후 이주민'에 대해서도 미리 대책을 세우고 정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결국 책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공통적으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자연을 지배하려는 인류의 오만함을 반성하고, 식물이 다른 생물들과 공존, 공생하면서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영향을 발산하며 살아가는 것을 본받아 다른 종들과 협력하며 공생해야 함을 말한다.
협력이 "생명체가 번성하는 힘"이며 "공동체 성장의 주요 도구"(173)로 식물국가가 일찌감치 인정했다는 말은 인류보다 오랜 시간 지구에 깃들어 살아온 식물국가의 생존전략이자 생존윤리일 것이다. 인간은 식물이 오랜 세월동안 체득한 현명한 생존윤리를 본받아야만 현재의 위기를 버텨내고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만쿠소 교수의 이러한 주장이 이 책의 유쾌함과 함께 더 널리 읽혀서 초록별 지구가 더 반짝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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