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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3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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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2쪽 | 125*190*13mm |
ISBN13 | 9791197223693 |
ISBN10 | 119722369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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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평
판타지 소설가가 변화와 성장을 말하는 방법
안제도, <계절을 건너는 모험가>, 리버북스, 2023.
한줄 소감
동화 같은 아름다운 문체를 바탕으로 독보적인 작가의 상상력을 변화와 성장의 살아 숨쉬는 이야기로 탄생시킨 판타지 단편 소설
내용
저는 이 책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렇게 서평을 쓰기 시작하는 것이 어려웠던 적은 없었습니다. 그만큼 신비로웠고 제게 많은 여운을 남기는 소중한 책이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계절을 건너는 모험가>입니다. 안제도 작가의 전작 <사계절의 대륙> 상, 하와 이어지는 듯 조금 다른 제목입니다. 왜 ‘사계절’이 아니라 그냥 ‘계절’인지, 기사, 광부, 성직자가 ‘모험가’로 퉁쳤는지, 왜 주인공이 세 명인데 ‘모험가들’이 아니라 ‘모험가’인지 궁금했습니다. 제목을 그냥 지었다고 하기에는 작가의 글이 너무 아름다워서 꼭 제목의 의미를 찾고 싶었습니다. 제목에 관련한 아래의 내용은 모두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니 참고만 해주세요.
계절을 건넌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계절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지나갑니다. 우리나라의 계절을 생각해보면, 봄 다음 여름이 오고, 여름 다음에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고, 다시 봄이 오고, 또 반복하고… 이런 순서입니다. 물론 계절이 칼로 자른 듯 정확하게 나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계절의 속성은 순행적인 순환과 반복이라는 점입니다. 우주에서 보면 지구는 자전축이 기울어진 상태로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것을 약 45억년 동안 계속해왔으니까요. 그렇다면 ‘계절을 건넌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건너다’는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이동한다는 단어입니다. 조금 넓게 이해해본다면, 뛰어넘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이 순행적인 순환과 반복의 계절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우주의 질서에 복종하지 않으며 반기를 든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저는 이 ‘계절을 건너는’을 변화라고 이해했습니다. 일상의 일부가 달라지는 정도가 아니라 개개인을 둘러싼 모든 세계관이 바뀌는 혁명적인 변화를 ‘계절을 건넌다’고 표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계절을 건너는 모험가>에 등장하는 세 명의 주인공은 모두 이 변화를 겪습니다. 첫 번째 주인공 지크는 사랑, 두 번째 주인공 몬고는 자유, 세 번째 주인공 카르시안은 믿음에 대하여 변화를 겪게 됩니다. 저는 작가가 제목으로 ‘사계절’이 아니라 ‘계절’을 선택한 이유도 이와 이어진다고 해석하였습니다. 사계절은 없는 나라도 많습니다. 따라서 사계절이라고 말하면 앞에서 설명하였던 순행적 순환과 반복의 의미가 제거된 계절 그 자체로의 한정적 의미만 남는 느낌이 있습니다.
‘모험가’에 대해서는 인물 개개인의 성장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세 명인데 ‘모험가들’이 아니라 ‘모험가’라고 쓴 이유는 인물 각각에 초점을 맞추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첫 번째 주인공 지크는 열렬한 사랑을 지속하며 고뇌합니다. 현실적인 문제가 사랑을 방해했습니다. 하지만 고뇌 끝에 사랑을 이루기 위한 도전을 합니다. 온 나라의 사람들에게서 반역자라고 욕을 먹고, 자신을 막아서는 사람을 죽이며 자신을 둘러싼 사랑을 제외한 모든 것들을 적으로 돌립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대상이 지크를 막아서자 깔끔히 포기하고 자신의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두 번째 주인공 몬고도 억압되어 잊은 자유를 깨달으며 혼란스러워합니다. 몬고는 광산에서 모든 것을 통제 받으며 살다가 고옴카와의 대화를 통해 가까운 사람의 죽음, 자신의 꿈, 예언 등을 회상하며 자유를 상상합니다. 몬고는 결국 광산의 권위를 깨고 자신의 꿈으로 나아갈 자유를 쟁취합니다.
세 번째 주인공 카르시안은 두 가지 차원의 믿음에 대하여 변화를 겪게 됩니다. 첫 번째는 종교적 믿음입니다. 카르시안은 대주교로서 종교의 상징처럼 여겨집니다. 카르시안은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종교에 대한 믿음을 견고하게 쌓아왔습니다. 하지만 종교가 변질되는 것을 보며 회의감을 느꼈고 진정한 종교란 무엇인가 고민합니다. 또한 개인적 차원의 믿음에 대해서도 변화를 겪습니다. 대주교로서의 정체성이 강해지며 자신의 존재를 잃어버리고 외로움을 느낍니다. 또한 자신이 가진 신념에 대해서도 고민합니다. 종교가 카르시안이 옳지 않다고 여기는 일을 강행하며 이 갈등은 더욱 심화됩니다. 카르시안은 이 변화를 우정을 통해 모험으로 승화시킵니다. 이처럼 <계절을 건너는 모험가>에 나오는 인물은 계절을 건너는 것에 준하는 변화와 기존의 직업에서 모험가로의 성장을 겪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이 인물들처럼 ‘계절을 건너고’, ‘모험가’가 되며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계절을 건너는 모험가>가 판타지 소설이지만 낯설지 않은 이유는 우리의 모습이 보여서일까요?
*여기부터는 제가 뽑은 책의 특징 두 가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계절을 건너는 모험가>는 독보적인 작가의 상상력, 동화 같은 아름다운 문체가 특징입니다. 안제도 작가는 이미 자신의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하였습니다. 분명히 현실은 아니지만 어디 있을 법한 익숙하면서 신비로운 판타지 세계관이라 매력적입니다. 예를 들어, 전세계에서 인기인 <해리포터 시리즈>는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는 마법을 바탕으로 하는 세계관입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관계는 우리의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에 친근합니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영웅들의 이야기라면 어땠을까요? 지금처럼 인기 작품이 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적 인물과 낯선 세계관 사이의 간극, 현실적인 인물들이 낯선 판타지 세계관에서 살아가는 모습들이 있을 법하고 매력적이라 대중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계절을 건너는 모험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크, 모래인간, 마법학교 등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인물들은 모두 현실에서 보았던 누군가를 닮아 있습니다. 그리고 인물마다의 사정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여왕을 위한 달콤한 모험’에서 여왕은 군주에게도 인간적인 고뇌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76쪽에서 지크가 여왕에게 “왜 괴로움만 가득한 왕성으로 돌아가겠다는 겁니까?”라고 묻자, 여왕은 ”제 자리는 시리도록 차가운 로사데르의 왕좌이고, 제가 머물 곳은 공허에 잠식되어 가는 카일 로스의 곁이에요.”라고 답한다. 여왕도 보통의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지만 여왕이기 때문에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처럼 안제도 작가는 이 인물들과 이야기를 독자가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옆에서 훔쳐보는 것 같이 느낄 수 있도록 모든 인물들과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냈습니다.
<계절을 건너는 모험가>는 동화 같은 아름다운 문체로 소설의 매력을 극대화하였습니다. 저는 동화 같은 문체가 학술적으로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동화의 특징을 생각해본다면,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짧고 명확한 문장, 상상력을 자극하는 전개,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깔끔한 인과관계 등이 있을 것입니다. <계절을 건너는 모험가>을 읽으며 들었던 상쾌함을 왜 느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이 책은 동화 같다.’가 제가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묘사가 필요한 장황한 판타지 세계관을 짧고 명확한 문장으로 담아낸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짧은 문장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며 인과관계를 깔끔하게 풀어나가는 문체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판타지 소설을 읽으면서 동화 같다고 느껴본 적은 처음이라 충격적입니다. 덧붙여, 각 장을 시작할 때 나오는 도입부가 동화 느낌을 극대화하는 것 같아서 일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사랑은 대체 무엇일까요?”
지크는 헬레나의 질문을 못 들었는지 말없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수한 별들이 한 점을 중심으로 소용돌이처럼 돌고 돌았다. 방금 마신 와인 탓인지, 마음에 가득한 고민 탓인지 알 수 없었다. 지금의 그에겐 모든 게 어지러웠다.
“사랑은 대체 무엇일까요?”
헬레나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번 또박또박 물었다. 그제야 지크는 고개를 바로 하고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잠시 고민했으나 역시 대답할 수 없었다. 사실 그는 세상 어디에도 그 해답은 없다고 생각했다.
<계절을 건너는 모험가> -15쪽, 여왕을 위한 달콤한 모험-
정말 동화 같은 아름다운 문체 아닌가요? 읽을 때마다 감탄하게 됩니다.
추신: 저는 안제도 작가님의 팬이 되었습니다. 작품 꼭 챙겨볼게요. 우선 <사계절의 대륙>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참고 출처
작가 소개: yes24, (n.d.), <계절을 건너는 모험가>, yes24-도서소개,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8106762, (검색일 2023.05.01).
도서 소개: yes24, (n.d.), <계절을 건너는 모험가>, yes24-도서소개,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8106762, (검색일 2023.05.01).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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