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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4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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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624쪽 | 978g | 152*225*35mm |
ISBN13 | 9791167740946 |
ISBN10 | 11677409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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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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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년 독일의 동물학자 야콥 폰 윅스킬은 “환경세계(Umwelt)”라는 용어를 정의했다. 에드 용에 의하면 ‘감각 거품’을 의미하는 단어인 이 용어는 ‘동물이 감지하고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의 일부인 지각적 세계’를 가리킨다. 사람과 박쥐와 문어는 환경을 지각하는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환경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환경세계라는 개념은 종종 무시된다. 동화, 혹은 우화에서 흔히 보듯이 동물도 사람과 같이 자신 밖의 세계를 보고, 듣고, 느끼는 것처럼 여기거나, 아니면 다른 동물들은 특별한 한 종류의 지각 체계가 발달했다고 여기면서 그 발달한 지각 체계를 인식하는 방식을 인간에 빗대어 설명한다. 말하자면 서로 환경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좀처럼 ‘인식’하지 못한다.
1974년 미국의 철학자 토머스 네이글은 <박쥐가 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What is it like to be bat?>라는 유명한 에세이를 발표했다. 박쥐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은 반향정위, 즉 음파탐지기에 의한 것이고, 그것은 인간이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에드 용의 《이토록 굉장한 세계》를 다 읽으면 이 전제도 완전히 옳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인간은 박쥐가 어떻게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을 알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박쥐의 기분’을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서로 다른 환경세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에드 용의 《이토록 굉장한 세계》는 윅스킬의 환경세계라는 개념과 네이글의 에세이의 확장판이다. 하지만 그저 그 개념과 아이디어어 기대어 이야기를 길게 늘어뜨린 단순한 확장판이 아니다. 인간이 감각하지 못하는 동물의 감각, 인간이 감각하더라도 인간과는 다른 방식으로, 다른 정도로 감각하는 감각에 대해서 쓰고 있는 이 책은 ‘굉장한 세계(an immense world)’에 관한 ‘굉장한 책(an awesome book)’이다. 이 굉장함은 굉장한 다양함을 포함하며, 또한 굉장한 능력을, 굉장한 괴이함을 포함한다. 우리가 생물의 다양성이라고 했을 때 그동안 생각해왔던 것, 그저 많은 종류의 ‘생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넘어서 그 생물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모자란, 그런 정말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감각, 지각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많은 놀라운 예들, 우리가 생각해보지 않은 동물 감각의 세계는 어느 하나를 들 수가 없다. 그래도 몇 가지를 이야기하자면... 동물이 냄새를 맡는 방식이 다르고, 그 능력이 다르다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런데 냄새를 맡는 것이 그 동물에게 얼마나 중요할지, 그리고 그 그런 후각을 어디에 이용할 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수컷 나방은 암컷이 분비하는 성적인 화학물질에 후각을 적응시켰고, 개미의 후각을 페로몬을 지각하여 서로 의사소통에 이용한다. 코끼리가 냄새를 통해 많은 것을 알아낸다는 것은, 생각해보면 당연해 보이는 것인데도 그동안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인간 중심적(?)으로 생각해왔는지를 깨닫게 한다.
색깔은 또 어떤가? 개들이 색맹이라는, 잘못된 지식을 아직도 카페에서나 술자리에서 하는 이들이 아직도 있긴 하지만, 그런 소소한 잘못 알고 있는 것을 넘어서 색깔을 인식하는 동물의 다양성은 놀랍기만 하다. 우리가 삼색형 색각자라 세 가지 색의 조합을 통해 다양한 색을 인식하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새들이 사색형 색각자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 의미에 대해서는 역시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냥 한 가지 색을 더해서 세상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네 가지 색의 조합(여기서 자외선도 하나의 색이라는 것 역시 처음 알게 되었다)은 세 가지 색의 조합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많은 조합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세계가 어떤지 알 수 없다! 이게 우리와 새들의 환경세계가 다르다는 의미다.
청각에 대해서도, 통증에 대해서도, 온도 감각에 대해서도, 우리가 듣는 것과 개개의 동물이 듣는 것은 다르고, 아픔을 느끼는 정도도, 아픔을 느껴야 하는 이유도, 그것을 이용하는 방식도 다르며, 살아가는 온도가 다를 뿐만 아니라 열을 감지하는 시스템도 무척 다르다. 촉각에 대해서도, 표면의 진동을 느끼는 감각에 대해서도, 우리의 손가락 끝이 어마어마하게 민감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공기의 흐름과 물의 흐름은 비할 데 없이 민감하게 느끼는 동물들이 있으며, 느끼는 방식 역시 다양하며, 표면의 진동을 통해 반응하는 동물들이 이토록 많다는 것도 정말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메아리, 즉 반향정위의 신비함은 많이 들어왔지만, 그게 얼마나 숱한 난관을 극복해야만 이뤄낼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으며, 전기장이나 자기장을 이용하는 동물들이 얼마나 보편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정말 알지 못하는 것들 투성이며, 그저 무지(無知)가 아니라 무심(無心)이었다. 저들이 인간과 다르다는 것을 어렴풋이 생각하면서도 왜 다른지에 대해서도,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문어가 높은 지능을 가졌다는 것을 책에서도 읽고, 여러 매체에서도 접했지만, 그게 무슨 의미인지에 대해서 역시 생각지 않았다. 문어의 여덟 다리가 뇌와는 독립적으로 지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에드 용은 이 놀라운 세계가 인간에 의해, 즉 인간이 만든 문명의 빛과 소리에 의해 소멸되어가고 있다는 데 크게 상심하고 우려한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해 인간의 활동이 잦아들자 동물의 세계와 활동이 달라진 예를 들면서 우리가 조금만 신경 쓰면 이 놀라운 세계를 조금이라도 복원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금세 회복한 인간의 놀라운 활동력은 온 세계에 빛을 뿌리고,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기, 각종 자극을 만들어내고 있다. 동물들의 놀라운 감각의 세계는 ‘대체로’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대체로’라고 한 것은 인간의 활동에 적응한 동물들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어떤 특정 동물의 ‘우월성’에 대한 책이 아니라, ‘다양성’에 관한, 즉 모든 동물의 경이로움에 관한 책이다. 어느 동물이 우월하고, 필요하기에 이 지구에 살아남고, 지배해야 한다는 논리를 가진 책이 아니라, 모든 동물들이 경이롭기에 존재할 가치가 있다는 얘기를 전하는 책이다.
에드 용은 이야기한다. 우리는 박쥐의 기분도 알 수 없으며, 심지어 우리와 가장 가까운 개가 된다는 것도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박쥐와 개의 기분에 “나름 근접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다. 우리는 문어가 된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결코 모를 수 있지만 적어도 문어가 존재하고 그들의 경험이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인간이기에 동물의 감각을 연구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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