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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4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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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96쪽 | 122*188*30mm |
ISBN13 | 9791130699165 |
ISBN10 | 1130699161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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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18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27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박경리 작가를 둘러싼 많은 이야기들에도 불구하고 작가에 대한 어떤 평가도 내릴 수 없었다. 오래 전 읽은 것으로 기억되는 <김약국의 딸들>도 그 당시 크게 다가오는 것도 없었다. 하지만 ,세트로 나온 <토지>가 너무 갖고 싶어서 구입해 둔 채 10여년이 지난 2017년, 무슨 맘인지 읽고싶어졌다. <토지>를 읽은 후에 박경리 작가에 대해 경외심마저 들었다. 우리 문학사에서 박경리 작가가 차지하는 무게를 그제서야 느낄 수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박경리 작가를 다시 만났다. <김약국의 딸들>을 함께 읽어보지 않겠느냐는 책친구의 기분 좋은 유혹에 바로 오케이. 책을 구입하고 단숨에 읽었다. 읽었던 책이 맞나싶을 정도로 내용이 생소했다.
경남 통영이 고향인 작가는 통영을 배경으로 이 책을 썼다. 1년동안 통영에 살았던 나로서는 공간적 배경이 통영이라는 것이 아주 매력적일 수 밖에 없었다. 시간적 배경은 일제 강점기다. 통영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되는 초입부를 읽으면서 내가 지냈던 2003년, 1년에 1~2번은 놀러가는 통영의 모습과 비교하며 소설 속 모습을 떠올려봤다. 소설은 성수라는 이름 대신 김약국이라고 불리는 이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하고 있었다. 어릴 때, 어머니는 비상을 먹고 죽고, 아버지는 살인을 저지르고 통영을 떠나 생사를 알 수 없는 성수는 큰 아버지의 약국을 물려받았지만, 어장사업이 주수입원이었다. 한실댁으로 불리는 아내와 다섯 딸이 있었다. 유복한 집안이었지만 몰락하는 건 한 순간, 재산은 덧없이 사라져 갔고, 자식들의 삶도 평탄하지 않았다.
자식에 대한 걱정으로 하루도 편안할 날이 없었던 한실댁은 점을 보러갔다가 자신이 그 해를 못넘길거라는 말을 듣고 처방을 했다. 자신을 위함이 아니라 그 또한 자식을 위함이었다. 평생을 자식 걱정으로 보냈던 한실댁은 어머니라는 삶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인물이었다.
"그래도 내가 오래 살아야제, 수양산 그늘이 강동 팔십 리를 덮는다고 안 하나. 자식들한테는 에미가 있어야 하느니라."
하지만, 정해진 운명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는지 허무한 죽음을 맞았다. 그래도 자식 목숨은 지켰으니 어미의 역할은 다했다고 해야할까? 안타까운 삶이었다. 한실댁보다 더 마음 아팠던 것은 넷째 용옥이었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사람의 도리를 다했던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죽음이었다. 왜, 자신의 목소리를 더 내지 못했을까? 죄인들은 잘도 살아가는데 말이다. 그와 대조적인 인물이 첫째 용숙이었다. 자신의 잘못 앞에서도 당당했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욕심이 가득한 성격이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무시하고 사는 것이 본인은 편하게 사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문득, 용숙이와 용옥 둘 중에 선택을 해야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어렵다. 셋째 용란은 제 정신이 아닌 채로 살아가야 하지만 감정에 충실한 삶을 살아나봤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단지, 흠이 있는 딸이라 하여 아편쟁이에게 시집을 보냈어야 했을까? 결혼이라는 형식만이 흠을 덮을 수 있는 길은 아니었을텐데. 그 선택이 용란의 광기, 한실댁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인생의 갈림길에서 끊임없이 해야만 하는 선택의 순간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둘째 용빈의 모습은 토지에서 신여성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표현되었던 임명희를 떠올리게 했다. 시대적 배경이 비슷해서인지 토지와 오버랩되는 인물, 장면들이 있었다. 김약국이 가장 의지했고 가장 주도적인 삶을 사는 딸이었다. 그녀가 있었기에 이 소설이 비극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은 그리 우울하지 않았다. 다섯 째 용혜는 어려서 비중있게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용빈과 함께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역할이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책 제목은 <김약국의 딸들>이지만 김약국에게 마음이 많이 갔다. 한 번도 그의 웃음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마음 둘곳 없던 그는 평생 외로웠고, 냉정했다. 그나마 의지했던 사촌누나 연순, 용빈에게 조차 자신의 마음을 시원하게 드러내 본 적이 없었다.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인물이었다. 행동하지 않는 지식인의 느낌이라고하면 너무 과장된 것일까?
아픈 상처는 혼자 남몰래 간직하고 싶은 것이다. 남의 설움을 따스하게 만져주지 못함과 마찬가지로 자기의 고통도 혼자만이 지녀야 한다는 일종의 고집이다. 마누라, 딸들, 사위 그리고 살을 섞고 사는 소청이까지도 먼 타인으로 느껴온 김약국이었다.-p397
누군가와 마음을 나눈다는 것, 새삼 그것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김약국 집안 외에도 많은 인물들의 삶에서 때론 분노하고, 때론 동조하면서 여러 삶의 형태들을 만났다. 운명이란 것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삶은 살아내는 자들의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극이 될지, 희극이 될지 마지막 순간이 아니면 알 수 없을터이니 열심히 살아가는 수 밖에 없지 않나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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