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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4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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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32쪽 | 272g | 130*200*20mm |
ISBN13 | 9788932041513 |
ISBN10 | 8932041512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01일
소진시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68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문학과 지성사에서 새로운 sf 단편집이 출판됐다. sf보다.. 첫번째 주제는 얼음.. 구경하다가 유명한 작가님들이 많이 참여했길래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우주 최고의 출판사,, 문학과 지성사에서 가제본 도서를 보내주셨다. 우리 집에 정말 지독한 sf소설 광인이 살아서 나는 공상과학.. 우주.. 그런 책들을 많이 읽는 편이다. 그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책을 고르라면.. 천개의 파랑.. 천개의 파랑... 한때 나는 지독한 천개의 파랑 무새가 됐었다.. 그 책을 읽기 전까지 내가 주로 읽었던 sf소설은 애슐러 르귄.. 할란 엘리슨.. 그런 류의 외국 소설이 많았다. 작가의 상상력과 소재에 감탄하며 읽게 되는 그런 책들,, 그리고 그런 책들은 이미 고전 명작들이 너무 많아서 굳이 한국 작가의 책을 찾아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몇 년 전에 펀개의 파랑을 처음 읽고 이 책은 한국에서만 나올 수 있는 책이라고.. 한국에서 sf소설이 나온다면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혹시 나.. 뭐 돼..?)
아무튼 그래서 천선란 작가님을 사랑하게 됐는데 새로운 단편을 미리 읽어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리고 참여하신 다른 작가님들 중에도 유명한 분들이 많았는데 특히 박문영 작가님을 다시 봐서 신기했다. 귓속의 세입자를 읽는데 너무 재밌어서 작가님 이름을 찾아봤다. 처음 보는 작가님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몇 년 전에 읽었던 '우리는 이 별을 떠나기로 했어'라는 단편집에도 참여하셨던 작가님이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내 기억력RIP.. 그때도 재밌다고 여기저기 추천하고 다녔었는데.. 잊고 있던 작가님을 다시 보게 돼서 너무 반가웠다.
얼음이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다양한 주제로 적힌 단편들이 나온다. 그중에서 제일 좋았던 단편은 구병모 작가님의 채빙이다. 원래 작가님의 소설은 따뜻한 느낌의 문장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얼음이라는 주제처럼 차가운 이미지의 표현들이 많이 나와서 새로웠다. 위로와 따뜻함을 주는 이야기를 많이 적는 작가님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이야기도 잘 적으신다는 걸 알게 됐다. 구병모 작가님 비슷한 책 아시는 분 추천plz..
주인공은 대체 누구일까 추측하며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너무 좋아서 한참 멈춰있었다. sf소설을 읽다 보면 냉동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치료할 수 없는 병에 걸렸거나 재난 상황에 인간을 얼렸다가 미래에서 깨어나게 하는 그런 이야기들을 지금은 영화나 소설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 발명이 가져올 파장이나 기술에 대해 상상한 이야기는 많이 봤지만 생명을 멈춘다는 근본적인 행위에 집중한 소설은 처음 읽어서 너무 새롭고 좋았다.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꽃집을 지나가다 보면 진열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말린 꽃과 달리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이름 그대로 생화처럼 꽃의 느낌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꽃 내부에 수분 대신 특별한 용액을 넣어서 만드는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겉으로 보기엔 생화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알 수 없는 용액으로 몸이 구성된 책 속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책 속의 주인공은 본인조차 본인의 정체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다. 피 대신 들어있는 용액이 원래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스스로를 잃어버린 모습처럼 보인다.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생화처럼 겉으로 보기엔 정말 아름답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어딘가 기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은 시들었다 다시 꽃을 피우는 일을 반복한다. 우리가 꽃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이유에는 이런 순환에서 느껴지는 경이로움이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피고 지는 생명의 활동을 무시한 채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멈춰진 그 물체를 생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매일 조금씩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생명이 가진 그 유한함이 현재를 더욱 가치 있고 소중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속이 텅 비워진 프리저브드 플라워처럼, 멈춰진채로 조금 더 오래 살 수 있게 되는 것이 정말 행복한 일인지 생각해 봤다.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에 정말 이런 기술이 생긴다면 다른 생각을 하게 될까? 이런 일들을 생각하다 보면 다가올 미래가 무섭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평소라면 하지 못할 이런 생각들을 할 수 있다는 게 sf소설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내가 제일 기대했던 천선란 작가님의 운조를 위한.. 붉은 눈의 생물과 토끼가 겹쳐지는 장면을 읽을 때 카페에서 눈물이 와르르르르..ㅠ 쏟아졌다..ㅠ 어릴 때 토끼의 죽음을 직접 경험한 뒤로 죽음과 가까운 삶을 살던 운조,, 그런 운조가 로타를 통해 다시 삶과 연결되는 그 순간이 너무 아름다웠다. 공상과학 소설이라고 하면 로봇과 발전된 기계들의 모습이 막연히 떠오른다. 인공지능이 점점 발전하며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이 사회에 퍼져가고 있기도 하다. 그런 잔혹한 미래를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삶에 대한 예찬을 말하는 이 과학 소설이 너무 경이롭게 느껴져서 눈물이 났다. 역시 천선란 작가님.. 사랑해요.. 사랑해요...
sf소설이라는 단어와 얼음이라는 주제가 합쳐져서 나에게 이 책은 어딘가 차가운 이미지를 준다. 실제로 몇몇 단편은 그런 내용의 이야기도 있었다. 물론 그런 이야기들도 너무 좋았다. 그렇지만 책의 마지막에 시작된 운조의 새로운 도전을 보면 내 마음도 조금은 뜨거워진다. 운조가 꼭 로타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내 꿈에서라도,,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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