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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5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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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92쪽 | 700g | 142*212*30mm |
ISBN13 | 9788932474892 |
ISBN10 | 8932474893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08월 29일 ~ 2024년 10월 31일
10월의 굿즈 : POINT OF VIEW 북커버/스탬프/유리 티포트/페이퍼 아크릴 문진/북 백/저널 노트
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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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가볍게 쉬어가는 느낌으로 고른 독서모임의 책입니다. 건축가의 시선에 잡힌 세계의 걸작 건축물 중 30개가 실린 책이죠. 방송을 통해서도 유명한 유현준 건축가의 책이에요. 읽어야 할 책이 많은데, 무려 500페이지 책이라니, 그래도 사진과 그림이 있어 다행입니다. 첫 번째로 뽑힌 건축물은 뭘까요? 함께 떠나봐요.
작가 유현준은 건축으로 세상을 조망하고 사유하는 인문 건축가입니다. 건축가는 사회의 복잡한 관계를 정리해 주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는 잘 어우러질 수 있는 화목한 건축으로 관계와 사회를 바꿔나가고 있어요. 유튜브 <셜록 현준>을 통해 공간과 건축 이야기를 쉽게 전하고 있죠. 저서로는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어디서 살 것인가>, <공간이 만든 공간>, <공간의 미래>등이 있습니다.
책은 유럽과 북아메리카, 아시아로 나뉘어 그 지역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30개 실려 있어요. 유럽의 첫 번째 건축이자 이 책의 첫 번째 건축물은 무엇일까요? 바로 르코르뷔지에의 빌라 사보이입니다. 1930년 빌라 사보이를 통해 건축이 기계가 되는 계기를 마련한 건물이죠. 빌라 사보이를 통해 건축이 기계처럼 되면서 전 세계 어디서나 비슷한 건축물이 만들어지는 공헌을 한 건축가라고 합니다. 유럽과 북아메리카 아시아까지 유현준 건축가의 탁월한 시선에 잡힌 섬세하고 따뜻하며 새롭고, 자연친화적인 건축물들을 만나 볼까요?
좋은 공공 건축물이 나오려면 안목이 좋은 정치가나 행정가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는 언제쯤 좋은 안목을 가진 지도자가 나올까? 그런 사람이 나오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안목을 갖춘 유권자가 되어야 한다. (p64)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증축 공모전을 통해 유리로 만들어진 피라미드가 만들어집니다. 프랑스 시민들은 뜬금없는 유리 피라미드를 좋아하지 않았는데요,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남다른 심미안과 집념으로 파리의 외관을 바꿉니다. 루브르 박물관 뿐만 아니라 미테랑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진 건축물들이 지금은 파리의 대명사가 되었죠. 저자는 말해요. 훌륭한 건축가도 중요하지만 건축가가 자신의 건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좋은 건축주를 만나야 한다고요. 미테랑 대통령은 공공건축의 좋은 건축주였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하되, 남다른 심미안을 갖고 있어 예술성까지 갖춘 건축물을 구현해 냈으니까요. 책을 읽기 전 가장 먼저 한 것은 아시아 편을 찾아서 우리나라 건축물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죠.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건축물은 하나도 없습니다. 일본 건물은 3개나 되고, 심지어 홍콩 건물도 있는데 말이죠. 우리에게 좋은 건축물이 없는 것은 안목 좋은 미테랑 대통령 같은 정치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마침 선거철이니 안목을 갖춘 유권자가 되어 안목 좋은 정치가를 뽑고 싶습니다. 사람을 고르는 안목인지, 아름다움을 보는 안목인지 모르겠지만요.
훌륭한 건축가는 그저 직관적으로 아름다운 모양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가 보는 훌륭한 디자인은 모두 ‘문제 해결의 결과물’이다. 자연의 디자인이 그렇다. (p253)
우리에겐 생소한 공중권을 다루면서 뉴욕의 시티그룹 센터를 보여줍니다. 오래된 역을 철거하고 새로운 건물을 짓은 시에 반발해서 공중권이라는 개념을 만들었어요. 아름다운 건물은 보존되어야 하지만 무작정 보존을 강요하면 재산권을 침해해요. 하지만 공중권의 개념으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건물이 생겨나게 된 거죠. 낮은 건물의 공중권을 사서 그 위에 고층을 짓는 방식입니다. 특히 저자가 선택한 이 건물은 광장을 끼고 있어, 공공의 개념이 크게 반영된 좋은 건물이라고 해요. 건축 상황과 여건을 따지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찾아내는 것이 훌륭한 건축가라고 합니다. 문제 해결의 결과물인 건축이 자연의 방식을 닮은 거죠.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던 것들도 문제 해결의 결과물입니다. 징검다리라든가, 보안과 바람을 막아주던 낮은 담장 등이 있죠. 찾아보면 많을 텐데 쉽게 떠오르지 않네요. 문제를 문제로만 보고 건축을 포기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연구해서 결국엔 특별한 건축물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 어찌 보면 새로움을 만드는 사람들이 건축가인 것 같습니다.
인상적인 건축물들이 정말 많아요. 사진과 함께 실린 건축물들은 저자의 인문학적 지식과 글로 인해 마치 그곳에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깨어진 돌 틈 사이로 비치는 햇살, 고요하게 비치는 예배당의 한줄기 빛, 나선형으로 움직이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 물의 높이에 따라 침수되는 공간이 바뀌는 베네치아의 건물, 아주 사적인 지하의 목욕탕까지 새롭고 인상적이며 훌륭한 건축물들을 허기를 채우듯 눈과 마음에 채웠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책을 길잡이 삼아 여행을 해 보라고 하면서 주소와 휴관일까지 꼼꼼하게 기록해 뒀어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두껍지만 이 책을 끼고 책을 따라 건축물 여행을 해보고 싶습니다. 오전과 오후가 다른 햇빛의 중 정도 만나보고, 바람이 지나는 길도 느껴보고 싶어요. 책에서 만나는 건축물들은 살아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사람처럼 숨 쉬고, 그 공간에 사는 사람들과 공존하는 느낌이 들어요. 따뜻하고 부드러운 문체와 깊이 있는 인문학적 안목이 건축을 모르는 제가 읽어도 포근하게 다가왔습니다. 저자가 느꼈던 작은 교회당의 경외가, 자연과 함께 숨 쉬는 집이 고스란히 느껴졌거든요. 책 이야기를 신나게 하고 나오는 길, 가까이 보이는 성당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어쩌면 좋은 건축물은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이 아닐까요?
?나는 항상 공간은 절대적인 물리량이 아니라 기억의 총합이라고 말해왔다. 이 공간은 그러한 기억의 총량이 무한대로 늘어나는 공간이 된다. 이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사는 사제라고 하더라도 같은 공간을 지루하게 반복적으로 거닌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을 것이다.
-p99
훌륭한 건축가는 그저 직관적으로 아름다운 모양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가 보는 훌륭한 디자인은 모두 '문제 해결의 결과물'이다. 자연의 디자인이 그렇다. 기린의 목이 긴 것도, 오리발에 물갈퀴가 있는 것도 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다. '시티그룹 센터'의 디자인은 자리를 뜨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교회에서 시작되었다. 건축가는 그 제약을 없애 버리기보다 오히려 제약을 풀기 위해 창의적인 생각을 하여 새롭고 독특한 디자인을 창조해 냈다. 제약은 새로운 창조의 어머니다.
-p253
스톤헨지, 고인돌, 이집트의 오벨리스크, 광개토대왕비, 각종 탑의 공통점은 모두 돌을 세로로 세웠다는 점이다. 왜 인류는 죽은 자를 기리기 위해 돌을 세워서 놓았을까? 인간은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직립 보행을 한다. 사람이 죽으면 서 있지 못하고 눕는다. 사람에게 서 있다는 것은 살아 있는 생명을 뜻한다. 그러니 죽은 자를 기리기 위해서 살아 있었을 때를 기억할 수 있도록 무언가를 세워 놓는 것은 본능적인 행위가 아닐까 생각된다.
-p281
여러분도 마음이 복잡하다면 안 쓰는 물건을 버리고, 청소와 정리 정돈을 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다못해 컴퓨터 모니터 안의 아이콘들을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컴퓨터나 스마트폰 배경 화면은 우리가 제일 많이 바라보는 창문이다. 그 창으로 어떤 공간이 보이느냐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배경 화면으로 넓은 공간의 사진을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참고로 내 컵퓨터와 스마트폰 배경 화면은 매해튼과 센트럴 파크가 내려다보이는 조감 사진이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3천억짜리 펜트하우스에 사는 창문을 가지게 된 것이다.
-p315
우리나라 국민이 집값, 성적, 연봉, 키, 체중 같은 정량화된 지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데는 획일화된 아파트가 한몫했다. 그런데 몬트리올 '해비타트 67'은 각 세대가 다양한 형태를 가지며 주변의 집들과도 다채로운 관계를 맺는다. 베란다는 내 개성에 맞게 꾸미면서 공간으로 나를 표현할 수 있다. 그만큼 거주자는 자신만의 개성과 가치를 찾을 수 있고, 이는 곧 자존감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닭장같이 똑같이 생겨서 이런 개성 표현이 안 된다. 집마다 태극기를 걸었느냐, 안 걸었느냐의 차이만 있는 집합 주택이다. 이런 획일화된 아파트에 살다 보니 결국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뿐이다.
-p369
공간이 주는 위대함은 내 나이를 먹어갈 수록 깊게 느낀다.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아늑함과 편안함이 일상을 좌우하듯, 우연히 만난 낯선 공간이 내 기분을 한순간에 바꿔놓고 여행 중 만난 공간이 여행이 주는 여운의 기간에 영향을 미친다. 모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알게 되면 아는 것들이 눈에 트이는 것처럼, 여행 중 만난 공간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은 생각이 종종 들었다. 평소에 유현준 작가를 좋아했던 터라 망설임 없이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책을 집어들었다.
책을 읽자마자 간접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의 공간들이 책 덕분에 눈 앞에 그려졌다. 건축가들을 알게 됐고 건축가들이 그려낸 공간을 알게 됐고 공간을 소유하게 된 나라가 부러워졌다. 너무나 획일화된 공간으로 가득한 우리나라와 비교됐다. 독특하고, 건축가만의 색채가 뚜렷하고 숨통 트이는 공간을 찾게 되는 건 아마도 우리나라 공간의 일률적인 모습 때문이 아닌가 싶다. 캐나다 몬트리올주의 해비타트 67 이야기를 읽자마자 이 주거 공간이 무지 부러웠다. 다 비슷비슷한 주거 형태에서 비슷비슷한 공간 구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는 다른 자기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서는 누구나 다 비슷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는 건축물에서 벗어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도 다양한 건축물과 공간을 볼 수 있게 해줘야겠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집에서 작은 면적만 요리조리 바꿔줘도 좋아하는 아이들이니 다채로운 공간을 보여주면 장소를 보는 눈이 넓어지지 않을까. 장소를 보는 눈은 공간으로, 세상으로 확대될 거라 생각한다.
유럽, 북아메리카, 아시아의 목차로 구성된 이 책을 끈기 있게 읽어내면 건축물이 놓인 곳으로의 여행을 간접적으로 한 셈이 된다. 집에 콕 박혀서, 동네 카페에 앉아서 책을 읽었던 시간이 페이지 속 장소로 여행을 다녀온 시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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