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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5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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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12쪽 | 244g | 128*188*15mm |
ISBN13 | 9788950922238 |
ISBN10 | 89509222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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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의 고전, 자기계발서의 원조, 시간을 이겨낸 명저. <군주론>을 수식하는 화려한 찬사는 반드시 읽어야한다는 의무감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실제로 접한 <군주론>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군주국의 종류, 통치방식, 군대를 쓰는 법 같은 오래 된 이야기들. 다스릴 영토는 고사하고 땅 한뼘도 갖기 어려운 21세기 대한민국의 소시민에게 이런 지식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뿐이 아니다. 술책이 진실을 이긴다, 약속을 어겨라, 필요하다면 악행에 거침없어야 한다, 미움 받는 일은 남에게 미루고, 자비로운 일은 직접 하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성현의 가르침이라기엔 지나치게 자극적이다. 뻔한 조언이 아니라 기억에 남긴 해도 글자 그대로 받아들 수는 없었다. 남들이 좋다하니 그런가보다 할 뿐, 내게 <군주론>은 가치를 이해하기 힘든 원석같은 존재였다.
이번에 만난 이시한 작가의 <아주 개인적인 군주론>은 <군주론>이라는 원석을 보석으로 바꾸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대에 따라 개인에 따라 달라지는 풀이와 구체적인 응용 사례들. 저자의 설명을 듣고 나면 신기하게도 500년 전 책이 마치 최근에 출간된 자기계발서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문화는 바뀐다. 같은 이야기도 받아들이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른 해석과 적용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한국 사회에서의 고전은 고전 자체로만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실 진짜 고전의 힘은 다양하고 새로운 해석에 있다.
(p.6) 프롤로그 중에서
몇 해 전 <군주론>을 읽어본 적이 있다. 분량도 적고 어려운 용어도 없는 책.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읽기만 한다면 어려울 것도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책이 왜 고전인지, 마키아벨리의 야박한 주장은 내게 어떤 쓸모가 있는지. 답을 찾아 유튜브 강의나 해설서를 찾아봐도 텍스트에 충실하거나 15세기 이탈리아 역사, 또는 마키아벨리의 개인사를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설명들이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긴 했지만 여전히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재해석 했다는 자료를 봐도 군주에서 리더로 주어가 바뀌고 영토나 군대 대신 회사나 조직으로 대상이 달라졌을 뿐 결국은 리더쉽에 초점을 맞춘 설명이 대부분이었다. 정말 그게 전부일까?
저자의 말대로 독자 개인의 상황에 어울리는 ‘다양하고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
농장에 틀어박혀 있는 동안 마키아벨리에게는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5년, 10년, 20년 먼 미래를 계획하고 목표를 세우는 것은 무리였다. 그러나 마키아벨리는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매 순간,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내며 성취를 이어갔다. 사사롭거나 소소한 일들에도 몸과 마음을 다해 느끼고 받아들였으며, 주변의 작은 변화들도 결코 무심하게 흘려보내지 않고 주의깊게 살폈다.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새로운 비전과 큰 길이 열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p.50~51)
급변하는 세상에서 미래를 장담할 수 없던 15세기의 마키아벨리. 안타깝지만 지금 우리의 처지도 그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5년, 10년 후,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지금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오늘이 있을 뿐. 매사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말라. 익숙한 상식이다. 하지만 저자는 마키아벨리가 일희일비했기 때문에 불행을 견딜 수 있었다고 말한다. 안정적인 삶이고 장기적인 비전이 보인다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하나하나 실천해나가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불행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5년, 10년 후는커녕 내일도 예측할 수 없다면, 대안이 필요하다. 계획을 세울 수 없다고 한탄할게 아니라 충실하게 일희일비하며 하루하루를 채워야한다.
최근에 필사를 시작했다. 거창한 꿈, 장기적인 플랜. 그런 건 잘 모르겠다. 하루 한 페이지 필사하고, 인스타에 올리고 나면 조금 뿌듯해진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오늘도 일희일비하며 살고 있다.
마키아벨리의 관점을 현대 사회에 적용해보면, 일차적으로 리더는 자신의 이미지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메시지를 얻을 수 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면 이차적인 메시지를 찾을 수 있다. 리더는 조직원들의 여론과 생각에 크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메시지다. 결국 조직이나 팀을 꾸리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을 제외하고 시스템만 세워서는 일이 제대로 될 리 없다.
(p.177~178)
<군주론>은 ‘어떻게 보일 것인가?’,‘어떻게 보여야 하는가?’에 대해 강조한다. 바로 이 부분이 군주론을 오해하기 만드는 요인 중의 하나다.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이미지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 이 책은 이미지 관리라는 일차적인 메시지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가 이차적인 의미를 찾아낸다. 사람들의 생각과 여론에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좋은 지도자라면 시스템에 기대 카리스마 있는 지시를 내리기보다 조직원 하나하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람에 집중하자. 저자가 찾아낸 이미지론의 이면에 담긴 마키아벨리의 메시지이다.
서양 인문학 서적을 읽을 때는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쉼 없이 읽어내려 하기보다는 이 책이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파악한 후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한두 개의 사례를 읽고 넘어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렇게 하면 책을 읽다가 길을 잃을 확률이 훨씬 줄어든다. 모든 챕터를 반드시 순서에 따라 읽을 필요도 없다. 챕터별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파악한 후 나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분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p.95~96)
부끄럽지만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같은 말을 다르게, 그리고 아주 길게 할 줄 알아야 책을 쓸 수 있다고. 특히 인문학 책을 읽다보면 더 그랬다. 한두 가지 주장과 주장을 뒷받침하는 방대한 사례들. A4용지 반장 정도로 요점만 정리해도 충분할 텐데 재미도 없는 이야기를 저자들은 하고 또 한다. 모처럼 책을 편 독서초심자의 마음도 모른 채 말이다.
북튜버이자 교수인 저자는 역시 초보자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 그는 ‘좋은 책이니까 힘들어도 참고 읽으세요.’같은 무책임한 말 대신 효과적으로 읽는 법을 알려준다. 책의 구조 파악하기, 중심 내용에 집중하기, 흥미로운 부분 먼저 읽기, 사례에 얽매이지 않기. 군주론을 교재 삼아 가르쳐주는 인문학 책 읽는 법. 어려운 책을 이해하는 효과적인 해법이 되어줄 것이다.
15세기 이탈리아와 21세기 대한민국의 간극을 메워가며 <군주론>을 재해석한 <아주 개인적인 군주론>. 이 책은 영토도 군대도 없지만 자신과 가정을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소시민에게 원석 같은 고전의 메시지들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한다. <군주론>을 읽고 싶지만 주저하는 독서초보자나 이미 읽었지만 다른 이의 견해가 궁금한 독자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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