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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yesticket여행에세이 기획전〈사적인 양장 여행노트〉(포인트 차감, 한정수량)
정가 | 20,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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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가 | 18,000원 (10% 할인) |
YES포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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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시 참고사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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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5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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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44쪽 | 150*200*30mm |
ISBN13 | 9791169833424 |
ISBN10 | 116983342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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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13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여행 에세이치고 너무 두껍다 생각했는데 술술 읽혀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그만 사자마자 다 읽어버렸다.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순례길을 걷는다.
나에게 순례길은 질문 없이 답을 찾으러 떠난 여행이었다.
15쪽
나는 여행 에세이를 좋아한다.
아무 생각 없이 남이 했던 고행과 그 안에서 느끼는 감동을 글과 사진으로 따라가다 보면, 저질 체력의 내가 감당하지 못할 장소로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몽골 여행 이야기를 웹툰으로 그려낸 세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 역시 너무나 즐겁게 읽었다. 다만 난 이런 여행은 죽어도 못한다 생각하면서. ^^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신혼여행은 한없이 늘어지고 선베드 아래 누워서 편안히 책 읽는 맛이지, 생각하는 나로서는 순례길을 신행지로 택하다니 이 부부 보통내기가 아니구나 싶어 호기심이 일었다. 한편으로는 평발에 걸핏하면 다리에 쥐가 나는 운동 부족인 나에게 순례길은 꿈도 꾸지 못할 여행 코스가 분명하므로 색다른 여행기를 읽어볼 수 있겠구나 싶은 기대감이 생겼다.
내가 보기엔 스물여덟에 학위도 마치고, 결국 돌아오긴 했지만 해 보고 싶었던 봉헌 생활(독신으로 신을 위해 헌신하는 삶)도 해 보고 임용고시 준비도 해 보고, 사립학교 면접도 무려 5차까지 가 봤으며, 운명같은 사랑을 만나 결혼까지 성공한 사람이 도대체 왜 삶에 혼란을 느꼈어야 했을까 싶긴 한데, 이 책은 그런 잡다한 전사를 굳이 자세히 다루진 않는다.
당시 우리에게는 도전적이고 힘든 일이 필요했다. 결혼 생활의 시작점에 서 있던 우리는 봉헌 생활을 바라보고 각자 길을 걷다 나와서 다시 만난 상태였다. 우리의 영혼은 길지 않은 인생에서 가장 지쳐 있었다.
16쪽
사람마다 자기 삶에 기대하는 바가 제각각이겠지만, 내 길이라 생각했던 길이 결국 내 길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느끼는 혼란과 좌절감 속에서 저자는 순례길 걷기를 택한다. 구체적인 질문도 없는 답을 찾기 위해, 그것도 이름조차 낯선 순례길 비아 프란치제나를.
이 책은 그 길 위에서 보낸 56일 동안 본인은 물론 배우자까지 서로가 서로에게 물들며 모난 부분들을 다듬어나가는 성장의 과정을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뭉클하게 고백한다.
지금 우리는 어설프지만 순례자가 되어 가고 있다. 일단 첫발을 떼면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길을 시작하고 끝맺을 수 있다.
140쪽
순례길을 걸으며 몸이 힘들어지면 뾰로통하게 가시 돋힌 말을 내뱉고 나서 금방 후회하는 신혼부부의 칼로 물베기식 싸움이라든가 워킹스틱으로 칼싸움 흉내를 내며 아이처럼 뛰어노는 장면 등에 대한 묘사는, 순례길하면 떠올리는 진지함이라든가 고뇌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지만 어쩌면 이게 보통 사람들의 여행 방식 아닌가 싶어 오히려 저자의 감정에 쉽게 공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나도 한편으로는 순례길, 순례자의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오히려 하루에 20km를 넘게 걷는 고된 일정 속에서도 깨방정을 떠는 신혼부부의 알콩달콩하고 발랄한 여행기를 읽는다는 느낌이 오히려 더 좋았다.
비라는 것이 참 그런 것 같다. 안 맞으려고 우산으로 요리조리 피하다 결국 젖어 버린 머리칼이나 바짓단은 그렇게 사람을 찝찝하고 불쾌하게 하는데, 그냥 맞으려고 마음먹고 빗속에서 놀면 그렇게 신날 수가 없다.
80쪽
조심성 많고 모험을 싫어하며, 계획된 일이 착착 진행되는 걸 좋아하는 안정지향형 아내와, 한곳에 발붙이지 않고 이것저것 탐색하며 새롭고 신기한 것에 매혹되는 남편은 길 위에서 만나는 새롭고 신기한 경험들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안정적인 버팀목이 되어준다. 아내는 돌발 변수 앞에 좀더 침착해지기 시작하고, 남편은 안정이 주는 편안함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한다.
여행 초반부에 별 이유도 없이 토라지거나 날선 대화를 주고 받던 이들은, 여행 후반부로 갈수록 눈 앞의 위기보다 위기를 극복하고 난 후의 서로를 대견해하고 길에서 만난 인연과 도움의 손길에 감사하는 마음을 깊이 새기는 모습을 통해 읽는 사람에게도 감동을 준다.
그런 도움을 받을 때면 세상에는 아직 참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됨과 동시에 우리는 도움받지 못하면 살아나갈 수 없는 존재라는 걸 체감하기도 했다.
103~104쪽
또한, 책 속에서 저자는 순례길에 들었던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기도 하고, 여러 영화 작품들을 언급하면서 길 위에서 만난 풍경이나 여행 중 맞닥뜨린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며, 길에서 만난 인연이나 멋진 풍경 등을 담은 생생한 사진을 아낌 없이 보여준다. 알프스를 통과하는 여행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눈이 부실 정도의 풍광을 담은 사진과 그 과정을 통과하는 저자들의 감흥이 고스란히 글로 전달되어 책을 읽는 나조차도 압도되는 기분이었다. 여행지에서 느꼈던 설렘과 감동에 혼자서만 도취되지 않고 독자에게 최대한 잘 전달하고 싶어하는 저자의 노력이 책 곳곳에서 느껴졌다.
결국 이 신혼 부부는 90일을 목표로 떠났으나, 여행 56일을 채우고 미완의 순례길을 마무리하고 있다. 삶에 조바심을 내고 명확한 답을 얻으려던 저자는 미완의 여행을 마무리하면서도 아쉬워하거나 실망하지 않는다. '종종 어떤 길을 포기하는 것은 그 길을 선택하는 것보다 어렵다(341쪽)'는 것을 깨달았고, 바닥 친 자존감을 서서히 회복하고 불완전함도 마주하며 채워나가는 기쁨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사실 삶 자체에 대해 깊이 고민하거나 먼 미래를 계획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저자처럼 인생이 실패작처럼 느껴진 적도 크게 없이 무난하게 살아왔다. 그래서인지 이런 고행을 스스로 도전하고 성취하는 기쁨 또한 크게 느껴보진 못했고, 굳이 그런 것들에 대한 욕구도 크게 느껴보진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기 시작할 무렵에는 공주놀이만으로도 벅찬 신혼여행으로 굳이 이런 고행길을 택했을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충분히 저자에게 설득당했다. 이런 신혼여행도 충분히 즐겁고 낭만적이며, 어쩌면 각자 혼자였다가 부부로서 함께 삶을 꾸려나가는 시작으로 이보다 더 의미있는 여행도 없을 것 같다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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