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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6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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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00쪽 | 244g | 122*188*12mm |
ISBN13 | 9791198323507 |
ISBN10 | 11983235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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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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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버지니아 울프가 공언한 것을 현실 속에서 발견한다면 그건 책방지기의 삶이 아닐까.
연간 500파운드의 소득과 자기만의 방.
읽는 이들의 소망의 끝에는 책방이 있을 것 같다. 매일 읽고 매일 쓰는 삶. 읽는 사람이 가 닿는 곳의 마지막이란 그런 모습일 것 같다.
책방지기가 쓴 책을 늘 곁에 두고 읽는 것은 그들의 삶을 선망하기 때문에, 동시에 간접체험을 하고 싶어서, 동시에 꿈을 현실에서 이룬 이는 행복하기만 할까하는 의구심 한 스푼 더해서 나의 관심사의 한 축은 늘 그들의 삶을 향해 있다.
김정희 작가는 많은 책방지기들 속에서도 드로잉을 그려서 기록하는 책방지기라는 점이 특별했다. 책을 읽으며 드로잉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었다.
늘 가방에 넣고 다니던 노란색 미니 노트를 꺼냈다. 만약 나만의 공간이 생긴다면 어떤 이름을 지을까. 아무것도 없지만 공상이나 해보자고 끄적였던 이름.
‘서재를 탐하다’
p18
때로는 꿈꾸는게 무용하다는 생각을 했다. 무릇 이상에 가까워 보이는 꿈을 이야기하는 친구를 보면서 속으로 허황되다고 생각했다. 이룰 수 없는 꿈을 쉽게도 내뱉는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내가 꿈꾸는 미래를 구체화시키고, 기록하고, 상상해보고, 그려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게 이 책의 앞 부분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였다. ‘서탐’이라고 부르는 이 책방은 책을 좋아한 두 사람이 만나면서 시작되었다. 실제로 온라인 독서모임을 시작한 저자와 친구 O는 온라인모임을 오프라인으로 옮겨오면서 공간을 빌리고, 사람을 모으고 그렇게 ‘우주지감’이라는 독서 공동체를 이끌었다.
내 꿈은 책방지기야 하며 시작된 일이 아니라, 책을 좋아하고 나누던 두 사람이 모임을 만들고 진행하고, 공간을 마련하고, 로컬의 문화공간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물론 그 속에서 시행착오도 있고, 몇 년간 가꿔놓은 공간을 두고 이사를 해야하는 현실적 문제들. 엄마와 책방지기라는 역할 속에서 적당한 균형을 이루는 것.
적어도 삶이란, 목표와 계획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선택과 행동 그리고 구체적인 사건이 있을 뿐이었다. 내게 온 타이밍을 예견한 순간 고민은 짧아지고 발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으니, 그 이름 ‘서재를 탐하다’는 고스란히 책방 이름이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이곳을 오가며 자연스럽게 서탐이라 부른다.
p20
나는 이 책을 통해 가능성을 점쳐보고 싶었던 것 같다. 광역시 변두리에 사는 내가 여기서 책방이라는 공간을 연다면 그 공간은 어떻게 운영될까. 프랜차이즈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이 지배적인 한국의 서적 유통망에서 이름없는 책방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책의 장점은 책방이라는 자영업자로서의 솔직한 심정도 여과없이 담겨있다는 점이다. 긴시간 공들여 만든 공간이 임대계약 종료로 나가야하는 순간이나, 대표이면서 유일한 직원인 나라는 인적자원을 갈아 넣어서 운영하지만 결국 순수익이 미미하거나, 때로는 마이너스 일 경우 과연 이 가치만으로 책방을 끌고가는게 맞는가? 하는 고민들.
많은 책방지기들이 그럴까. 처음 책방을 열 때 손님이 찾아오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모임의 일원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만으로 기뻤다. 무엇이든 애쓰고 싶은 마음과 누구라도 환대할 마음이 솟아나는 시기를 지나왔다. 대박은 없다 쳐도 나를 지나치게 소진하는 노동과 대가가 불일치할 때면 자주 혼란스러움을 겪었다. 확실한 건 책방지기는 시간과 노동과 가치를 파는 사람이며, 내가 하는 일의 쓸모와 값어치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p65
책방 ‘서탐’의 활약은 눈부셨다. 지역 공동체 모임을 이끌며 이 워크샵 끝에 만들어낸 책들이 실제 출판되었고, 이 책들의 쓰임은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마침내 세상에 가 닿았다. 김정희 작가는 자신의 다양한 부캐 속에서 드로잉을 가르치는 강사가 되었다가, 몇 권의 책을 직접 출판한 출판사 대표가 되었다가, 책 모임의 리더, 책방지기로서 책방이라는 공간을 찾아오는 이들을 맞이하는 주인장,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고 기록하는 작가로 살아가고 있다.
나는 오늘도 앉아서 이번달 독서모임 ppt를 만들고 있다. 7인의 참가자들과 똑같이 책을 읽고, 그 이야기들 중에서 몇 가지를 길어 올려내어 이야기를 만든다. 8월은 어디서 만나면 좋을지 주변의 조용하고 넉넉한 공간의 카페를 찾으면서, 그렇게 독서모임을 준비한다. 시간을 내어 발걸음한 이들이 결코 이 시간이 헛되지 않았으리라 생각하길 바라면서. 궁극에 내가 가 닿을 나의 책방을 그리면서. 김정희 작가가 그랬던 것처럼.
*Yes24리뷰어클럽 자격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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