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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6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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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6쪽 | 378g | 136*207*20mm |
ISBN13 | 9791193156025 |
ISBN10 | 1193156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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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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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오한숙희 작가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긍정적인 에너지 뿜뿜 솟는 강의로 재미와 의미가 충만한 시간이었다. 유명 방송인, 베스트셀러 작가, 대한민국 1세대 여성학자. 오한숙희 작가는 성공한 여성, 닮고 싶은 선배의 모범 같은 존재였다.
그가 가장 아프고도, 깊었던 속살을 드러냈다. 1급 중증 자폐를 지닌 둘째 딸 희나와의 32년 동행기를 담은 책 《우리, 희나》(나무를 심는 사람들)를 썼다. 오한숙희 작가가 이전에 쓴 <그래, 수다로 풀자>, <사는 게 참 좋다>, <부부 살아 말아> 등 꽤 많은 책을 읽었는데, 이번에 《우리, 희나》에서 비로소 작가를 제대로 알게 된 듯하다.
-장애라고 하는 아이의 마이너스를 내가 채우기 위해서 적어도 제로베이스까지는 만들어줘야 그다음에 일반 아이들과 같이 자기 궤도로 순항을 할 것이라 믿었고, 그렇게 하는 것은 엄마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차라리 재가 되어 숨진다 해도 너를 정상화시키고 말겠다는 각오로 영혼을 물구나무 세워 나의 잘못을 탈탈 털어도 봤고, 아이의 사소한 행동에도 수백 번 심장을 떨구면서 희망 고문으로 내 삶을 덮어쓰기 한 채 넘어온 시간들이 결코 짧지 않았다.
《우리, 희나》에는 저자가 엄마로서 겪은 32년 육아의 시행착오, 노심초사, 지지부진, 좌충우돌이 담겨있다. 그간 오한숙희 작가의 책과 강연에서 느꼈던 깊은 내공과 빛나는 성찰은 희나와의 생활에서 얻은 좌절, 분노, 체념, 슬픔이 발효한 결과였음이 이 책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아이의 상태를 ‘극복’하여 ‘정상인’이 되게 하려는 시도를 멈추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지는 현실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엄마도 훌쩍 자란다. 류승룡 배우가 “엄마가 희나를 돌보는 거 같지만, 희나가 엄마를 안아 주고 있다‘라고 한 말이 이 뜻이었구나 싶다.
-나는 거의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다 사라져 버렸고, 나를 감지할 수 있는 것들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어느 순간에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면서 판단력 상실의 상태까지 가 있었으니 말이다. 엄마로서만 살기로 하는 순간, 내 삶이 ‘나’와 멀어진다. 그러면 위험하다. 내가 위험해지면 아이는 더 위험해진다.
-이제 나는 아이를 동반자로 인식한다. 나 스스로 자꾸 짐 지웠던 엄마라는 의무감을 내려놓으니 너무도 쉽게 마음이 평화롭다. ‘짐을 놓고 나만 일어서면 이렇게 가벼운 것을 왜 지금까지 못 했을까. 엄마는 완벽해야 한다는, 완벽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과 결별하기가 그만큼 힘들었던 것은 아닐까.’ 엄마 스스로 자신을 해방하는 날, 세상이 엄마를 해방할 것이다. 그러니 완벽과 결별하자, 절대 최선을 다하지 말자. 그래야 일상을 지속할 수 있다.
희나를 치유한 것은 희나가 일상에서 만나는 다정한 사람들이다. 성당 미사 시간에 소란을 피우는 희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저자에게 “누가 그래요? 미사에 방해가 된다고? 지금 희나의 미사권을 뺏고 계신 거예요.”라고 나무라는 수사님, 버스에서 답답해 고성을 내는 희나에게 80대 남성이 “그러게, 왜 병신을 데리고 버스를 타!”라고 하자 “영감이나 조용히 해요!”라고 사이다 한 방 날려주는 그의 부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내내 엄마 얼굴에 뽀뽀를 해대는 희나의 이상 행동을 보고 “아이고, 엄마가 그리 이쁘냐? 늬 엄마는 복도 많다.”라고 말 걸어 주는 70대 여성.
저자는 자폐스펙트럼을 지닌 특별한 아이 ‘희나’를 이야기하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자식, 세상 모든 아이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32년의 동행 끝에 희나를 빛의 속도를 가진 달팽이, 원시와 미래 두 세계의 주민, 초미세 예민 센서를 가진 고양이로 정의했다. 이건 장애, 비장애 구분 없이 자식을 위해 모든 부모가 해주어야 할 일 아닌가? 아이의 이상하고, 특이하고, 이해 못할 행동조차도 ‘개성’으로 받아들이는 일 말이다. 아, 물론, 이론적으로는 알지만, 실생활에서는 불끈불끈 분노가 일어 그대로 따르기 쉽지 않다. 그러니 성당, 교회, 절에 가서 신께 빌어야 하고, 《우리, 희나》도 읽어야 한다.
요즘 희나는 제주에서 특유의 색채를 쌓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살고 있다. 저자는 10여 년 전보다 훨씬 편안하게 희나와 함께 사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기까지 10 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희나》에서 오한숙희 작가는 폭풍과 비바람을 겪은 후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것처럼 깊고 강하다. 책을 읽는 내내 장애가 우울하고, 슬프지 않다. 즐겁고 유쾌하게 독자의 ‘다정’과 ‘므흣’을 자극한다.
나에게 있어 좋은 책의 기준은 읽기 전과 읽고 난 후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게 하는 책이다. 《우리, 희나》를 읽은 이후의 나는 다정하게 세상을 둘러볼 것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웃에게 손 내밀어 줄 것이다. 도저히 이해 못할 것 같은 아들도 그윽하게 바라볼 것이다. ‘이것은 이상한 게 아니다, 내 아들의 개성이다.’를 반복적으로 되뇌면서….
평균이라는 허상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원칙과 개성이 중요한 시대가 눈앞에 와있음을 인지하고, 달라진 시대를 살아가겠다. 《우리, 희나》에서 그런 기회를 얻으시기를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이런 분들, 《우리, 희나》 꼭 읽으세요!
1. 사춘기 자녀와 분명 한국말로 대화했는데 “도대체 쟤랑은 말이 안 통해!”로 끝나는 엄마
->말 안 하는, 말하기를 거부했던 희나와 언어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대화하는 방법, 이 책에 있음
2. 자식에게 헌신과 희생을 바치며, 자신의 인생 목표를 아이에게 두는 엄마
->사회생활 접고, 친구 관계 끊고, ‘맹모삼천지교’ 코스프레했던 저자의 실패에서 당신의 미래 모습을 미리 볼 수 있음
3. “내 자식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어?”, “엄마 때는 말이야”처럼 자신을 기준으로 아이를 평가하는 엄마.
-> 사회적 성취라면 남부럽지 않았을 저자가 교육과 치료라는 이름으로 했던 육아가 아이를 위한 것이기보다는 엄마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욕심이었다는 깨달음 장면에서 몹시 뜨끔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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