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이며, 유명한 미술사학자이자 미술품 중개상이기도 한 조 리지웨이는 빌리 막스라는 독일인으로부터 전화로 일거리 제안을 받고는 남편인 세스 리지웨이와 함께 그를 만나러 스위스로 간다. 전직 경찰인 그녀의 남편은 업무 수행 중 부상을 당하여 복직이 되지 않자 비교종교학 교수이자 고문서 해석 전문가로 변신한 인물이다. 빌리 막스는 나치 잔당으로 이 약탈된 미술품을 은닉해 놓고 있었으나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는, 그 미술품을 분류하고 원 소유주나 그들의 상속인들에게 되돌려주는 일의 처리를 조 리지웨이에게 맡기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빌리 막스를 만나고 돌아온 직후, 조는 묵고 있던 취리히의 호텔에서 납치되어 버리나, 스위스 경찰은 실종된 조를 찾으려는 노력을 거의 기울이지 않는다. 조가 빌리 막스를 만나고 난 지, 겨우 몇 시간 후, 빌리 막스의 저택이 화재로 전소되었고, 집 주인도 그 화재로 사망하게 되었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세스 리지웨이는 직접 조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아내의 실종으로 자신의 요트에서 폐인처럼 지내는 세스에게 레베카 바인슈톡이라는 여성이 찾아와 ‘그림’을 넘겨달라고 요구하면서 거액을 건네나 곧 이들을 노리는 정체불명의 인물들에게 공격을 받는다. 정보요원인 조지 스트래턴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세스는 빌리 막스가 보내온 그림의 액자에 표시된 이름과 주소로 야콥 요스트란 인물을 만나고, 교회가 감추려는 그 비밀을 밝혀줄 수 있는 유물에 대한 행방에 대해 듣게 된다. 그의 지시에 따라 만난 모르겐 신부에게서 그 유물의 비밀에 대해 듣게 된다.
그러는 과정에서 세스는 그 화재로 소실된 것으로 되어 있는 빌리 막스의 미술품이라는 것은 2차 대전 당시 부비트랩이 설치된 암염 광산에 감춰져 있는 엄청난 양의 미술품 가운데 단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러한 약탈품들 가운데 포함되어 있는 종교적 유물로 바티칸이 그 존재 자체를 수백 년 동안 비밀로 숨겨온 것은 바로 어린 소녀의 모습을 분명하게 나타내주고 있는 장례용 수의와 수난기였다. 그 소녀는 두 번째의 메시아로 여겨지는 인물이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등장한 이후 300년 정도가 지난 시기에 등장한 소피아라는 이름의 이 ‘하느님의 딸’은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는 등, 여러 가지 이적을 행하고, 추종자들이 생겨나게 되지만, 여성인 그녀의 존재가 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들어선 기독교에 위협적인 존재이자 제국을 다스리는 데 방해가 된다고 여긴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그녀는 자신의 마을 주민들과 함께 처형된다. 나치가 그 성의와 수난기를 찾아내게 되자, 히틀러는 나치가 자행한 잔학행위에 대해 교황이나 교황청이 침묵하도록 만들기 위해 그것을 협박의 수단으로 삼는다.
우여곡절 끝에 세스는 러시아 마피아에 잡혀 미술품 분류를 해온 조와 다시 만나게 되고, 이 암염 광산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게 되지만 곧 러시아 마피아, 교황청 정보원들, 그리고 교황이 되려는 추기경의 수하들로부터 추적을 받는다. 이들 모두는 소피아의 존재를 증명해줄 수 있는 증거물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예수가 등장한 이후 나타난 여성 메시아 소피아라는 존재가 사람들을 치료하고 여러 가지 이적을 행하자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추종 세력이 생겨나게 되는 등의 부담에 더하여,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엄격하게 못박고 있는 기독교의 교리에 커다란 위협이 되자, 제국의 통치를 위해 기독교 세력과 어떤 식으로건 연합을 해야 했던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그녀를 처형하게 되고, 그녀의 존재는 히틀러의 명령을 따르는 미술품 약탈자들에 의해 우연히 발견될 때까지 바티칸이 온 신경을 다 써서 숨겨온 비밀이 되었던 것이다.

<b>2차 세계대전 당시, 교황청과 가톨릭교회는 왜 나치의 잔학행위에 대해 그토록 철저하게 침묵으로 일관했는가? </b><br/><br/>아돌프 히틀러는 자신의 고향인 오스트리아 린츠(Lintz)에 엄청난 규모의 총통박물관을 세우기 위해 미술품 약탈 전담 부대까지 만들어 점령지 전역에서 수천 점 이상의 귀중한 미술품과 문화재를 약탈했다. 이를 위해 히틀러는 전쟁경비를 조달해야 하는 부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943년에서 1944년까지 1억5천만 제국마르크(RM)를 들여 3천여 점의 그림을 수집했다. 뮌헨에 수집된 미술품을 보관할 공간이 없어지자, 수집된 미술품을 고성이나 수도원, 산속의 동굴 등에 보관하도록 했고,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게 되면서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내용에서처럼, 14세기경부터 암염을 채굴했던 알트아우스제 호수 근처의 소금광산에 7천여 점에 달하는 미술품을 보관하도록 했다. 히틀러가 이 엄청난 규모의 유물들로 대규모 미술관을 세우려 했던 것이 히틀러의 미술학교 낙방 콤플렉스(그가 미술학교에 두 차례나 불합격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때문인지, 아니면 제3제국의 위엄을 과시하고자 했기 때문인지는 중요치 않다. 다만, 가톨릭교회가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황제 시절부터 무서운 비밀을 은폐해 왔음을 결정적으로 입증하는 유물인 소피아 성의와 소피아 수난기, 그리고 로마 제국의 공문서 기록들이 이처럼 조직적인 미술품 약탈 과정에서 히틀러의 수중에 들어갔다는 것이 본 작품의 출발점이다.<br/><br/><br/><b>여성 메시아 소피아, 가톨릭교회에 철저히 가려지다!</b><br/><br/>가톨릭교회와 여타 가톨릭 종파는 왜 여성 메시아 소피아의 존재를 그토록 철저하게 은폐해 왔는가?<br/>그렇다면 소피아란 인물은 누구인가. 저자의 말대로 소피아가 실존 인물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저자가 초기 교회와 여성의 역할에 대한 자료들을 수집하면서 재구성된, 존재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긴 하다. 이런 자료에 따르면, 초기 교회의 역사에서 여성의 역할은 남성중심의 영적 수정주의자들(spiritual revisionists)에 의해 철저히 말살된 것으로 나타난다. 현재까지도 가톨릭교회뿐만 아니라 여타의 종파 내지는 종교―유대교, 이슬람교, 나아가서는 개신교의 각 종파까지도 포함하여―에서는 여성이 구세주의 지위는커녕 남성과 동등한 존재라는 것조차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창조주가 철저하게 남성화되기 이전에는 신은 여성과 남성의 특징 모두를 갖춘 양성의 존재로 묘사되거나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간 원시 신앙에서는 창조주가 모두 여신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 작품에서 바티칸이 은폐하고자 그토록 노력을 기울였던 것은 바로 기존의 교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여성 구세주의 출현에 대한 기록이었던 것이다. <br/><br/><br/><b>발로 뛴 사료 검증, 감각적 허구로 빚어낸 고급 스릴러</b><br/><br/>역사적, 종교적 사실이 허구와 잘 짜여 어우러진, 진지함을 갖춘 고급 스릴러<br/><신의 딸: 두 번째 그리스도>는 외형적으로는 스릴러이다. 교회의 무서운 비밀을 입증할 유물을 찾기 위해 주인공들이 오스트리아의 암염 광산에 침투해 펼치는 모험은, 영화 <인디애나 존스>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만큼 낯이 익으면서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내용에, 화려한 문체로 스릴러물 본연의 효과를 구현하고 있는 이 작품은 고급 스릴러로 분류되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다.<br/>하지만 저자가 ‘사실을 토대로 한 허구’라고 스스로 규정하고 있듯이, <신의 딸: 두 번째 그리스도>는 스릴러의 틀을 빌렸을망정 작품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상당수가 역사적 사실 또는 실제 사건들이며, 저자가 집필을 위한 자료 조사 과정에서 생명의 위협까지 느껴야 했을 정도로 민감한 사안들이다.<br/>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단순한 흥미만을 전달하지 않는다. 모계 사회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남성들의 음모론을 빌려 설명한 종교 변천사, 기독교의 남성 우월주의와 위선, 그리고 위조 작품들을 두고 벌어지는 미술계의 현실에 대한 그의 진지한 성찰은 우리가 작품을 통해 얻게 되는 보너스이기도 하다. 진실의 힘을 믿는 자들과 진실의 힘을 두려워하는 자들, 그리고 진실을 악용하려는 자들이 펼치는 성전의 결말은 우리 인생의 근본적인 한 부분인 종교에 대해서까지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