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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20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시우는 그룹 홈에서 다섯 명의 남자 아이들과 함께 원장님인 아빠와 사회복지사 이모의 보호를 받으며 살고 있다. 시우는 자주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동생들을 괴롭혀 아빠와 늘 부딪힌다. 게다가 3학년인데도 아직 한글을 읽지 못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다. 시우를 돕기 위해 멘토 강다솜 선생님이 찾아오지만 시우의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어른 듯 탓에 시우는 세상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다솜 선생님은 달랐다.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시우의 옆자리에 앉아 시우의 마음에 노크를 한다.
시우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장면이 있었다.
'시우를 찾아 학교까지 데리러 와준 첫 번째 어른이 강다솜 선생님이어서 그 기분만큼은 깨뜨리고 싶지 않았다(p.42)'
울컥했다. 시우가 그동안 얼마나 외로웠을까. 평범한 가정에서는 당연한 일상의 사소한 것을 누릴 수 없었던 시우가 안쓰러웠다. 머릿속으로만 그렸던 시우의 외로움이 가슴으로 느껴졌다. 그 외로움의 주인공이 나인 것처럼.
시우는 상처가 많은 아이였다. 세상의 전부라 여겼던 엄마로부터 버림받았고 어른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세상에 화가 나 있는 시우는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세상의 냉대에 맞서야 했을 것이다.
‘데리러 올 거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엄마, 매주 찾아와 놀아준다고 하고는 오지 않는 대학생 형들, 들쑥날쑥 바뀌는 자원봉사자들. 그들과 강다솜 선생님은 달랐다. 시우가 화내가 소리치고 삐딱하게 굴어도 어김없이 제 시간에 찾아와서 시우의 굳어 버린 마음을 따뜻한 말로 어루만져주었다.(p.31)'
마음을 닫은 아이, 상처 받은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법 진짜 어른의 모습을 고민하게 만든다.진심은 통한다는 말이 있다. 진심을 어떤 방법으로 전달해야 상대방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을까? 강다솜 선생님의 모습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강다솜 선생님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어른들과 달랐다. 시우가 화내고 소리치고 삐딱하게 굴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해진 시간에 찾아와 시우의 옆자리에 있어 주었다. 만일 시우의 마음에 억지로 들어가려고 했다면 시우는 더 꽁꽁 그 문을 닫았을지도 모른다.
시우와 마주 앉지 않고 옆자리를 택한 것도 강다솜 선생님의 세심한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주 화내고 소리를 지르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은 시우 스스로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도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기에 당당하지 못했던 시우의 앞자리에 어른이 앉아 있다면 시우를 더 작아지게 만들었을듯하다.
시우가 알던 어른들과 달리 변함없는 강다솜 선생님에게 마음의 문을 서서히 열어가고 있을 때, 시우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강다솜 선생님에게 들킨 것이다.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의 모습을 들켜 화가 난 시우는 강다솜 선생님을 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시우 앞에 한 할머니가 나타난다. 바로 강다솜 선생님의 선생님, 오케이 선생님이다. 오케이 선생님은 강다솜 선생님에게 뭐든 일어난 일은 괜찮다면 오케이라고 말씀하셔서 생긴 별명이다. 강다솜 선생님은 오케이 선생님을 통해 시우에게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밝힌다.
시우는 강다솜 선생님은 언제나 다정하고 따뜻했기에 완벽한 어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강다솜 선생님에게도 어두운 과거 있다는 사실은 시우의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해주었을 것이다. 선생님도 나와 다르지 않구나. 부끄러운 과거가 있어도 선생님처럼 멋진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작가가 주려는 메시지나 주제가 명료하고, 문장도 간결하여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러하기에 서평도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서평을 써 보니 무언가에 걸린 듯 계속 멈추게 되었다. 한 문단은 고사하고 한 문장을 쓰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시우의 상황을 머리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시우가 처한 상황은 나와 많이 달랐다, 정말 감사하게도 나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고, 지금의 우리 아이들 또한 평범하게 자라고 있다. 그 평범함은 시우가 간절히 바라던 것이었을 테다. 보육원이나 그룹 홈이란 단어도 기사나 드라마를 통해 보고 경험한 게 전부였다. 성인이 되면 보육원을 나와 자립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그 아이들이 얼마나 두렵고 힘들까 안타까워만 했을 뿐이다. 안타까움도 잠시 나는 내 일상을 사느라 금세 잊혀졌다.
김리하 작가의 <나의 절친, 오케이 선생님>은 마음이 아픈 아이. 느린 아이. 세상에 화가 나있는 아이. 외로운 아이. 세상의 잣대로 보면 직선에서 어긋나 있는 아이들에게 어떤 자세로 어떤 마음으로 다가가야 하는지, 어른으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금 나는 어른이 맞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른도 실수 할 수 있다는 것, 어른도 불완전하기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야 말로 진짜 어른의 모습일 테다. 더불어 아프고 외로운 이들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봐야겠다. 내가 느낀 것들이 생각에만 머물지 않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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