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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다음 떡볶이가 기다리고 있지>
김겨울
나는 가끔 꿈을 꾼다. 한국에서의 휴가를 마치고 캐나다로 돌아가기 위해 엄마와 함께 공항이다. 짐 수속을 마치고 이제 엄마와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가려는데, 앗. 떡볶이를 안 먹었다. 한국에 와서 떡볶이를 먹지 못하다니!!! 어떻게 이렇게 중요한 걸 잊을 수가 있지? 후회해봤자 이미 늦었고 이제 곧 비행기를 타야해 나는 속상하고 억울한 마음에 눈물을 쏟는다. 그리고 잠에서 깬다. 꿈이다. (눈을 떠보면 진짜 울고 있던 적도 있었다.)
나의 떡볶이 사랑은 그 정도다. 해외에 살다보니 애틋함과 그리움이 더해져 떡볶이를 향한 내 사랑의 크기는 한 없이 커져갔다. 그런 내 눈에 띈 책이 있었으니, 바로 <떡볶이: 언제나 다음 떡볶이가 기다리고 있지>였다. 게다가 작가님이 김겨울 작가님이라니. 이건 사야해!
첫 꼭지부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외계인에게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증명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나열하는데 하나같이 공감이 가서 깔깔 웃으며 밑줄을 그었다. 많고 많은 증명 중 하나가 바로 떡볶이가 얼마나 맛있는지를 역설하는 것인데, 그만큼 떡볶이는 한국인들에게 그야말로 '소울푸드'이다. 초등학교 시절 하교 후 500원을 내고 먹던 컵떡볶이부터, 고등학교 토요일마다 학교가 일찍 끝나고 친구들과 달려가서 먹던 즉석떡볶이, 그리고 대학교 시절을 함께한 죠스, 엽기, 신전 떡볶이까지. 떡볶이에 담긴 추억이 없다면 그대는 한국인이 아니다.
내가 어느 날 외계인에게 납치당해 다짜고짜 한국인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면 일단 "아니 근데 진짜"로 말을 시작한 다음에, 외계인 선생님들 점심은 드셨냐고 물어보고, 양말을 찾으면서 "야항마아알이~ 어디에 이있지~"를 흥얼거려주고는, 떡볶이가 얼마나 맛있는지 역설할 것이다. 어느 정도 맵냐고 하면 신라면 정도 맵기라고 대답하면 된다.
책에서 김겨울 작가님도 말하듯이 떡볶이는 다양한 종류가 있고, 계속해서 또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해 나오고 있다. 판떡볶이가 대부분이었던 초등학생 시절에 비해 지금 시중에 팔리는 떡볶이들을 봐도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떡볶이가 있는지 놀라울 정도이다. 최근에는 엽기 떡볶이에서 마라떡볶이가 출시되었다는데, 마라샹궈에 환장하는 나는 이거 먹으러 당장 한국에 가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아니 어쩜 떡볶이는 모든 소스가 찰떡이고, 모든 토핑이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소스에 따라, 넣는 토핑에 따라 무궁무진한 모습으로 변하는 떡볶이에 질리는 날은 절대 오지 않을 거라 믿는다, 라고 떡볶이 러버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왜! 내가 만들면 그 맛이 나지 않을까. 외국에 살고 있기에 여기엔 그 흔한 떡볶이 프랜차이즈가 하나도 없어서 떡볶이를 먹으려면 내가 직접 만들어 먹어야하는데 아무리 유튜브에 올라오는 엽기떡볶이 레시피를 따라해도 그 맛이 절대 나질 않는다. 사실... 난 그 이유를 안다. 유튜브에 나오는 재료 중 여기에서 못 구하는 거 생략, 건강에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은 거 생략, 빼고 빼고 또 빼고 하다보니 어느새 내 떡볶이는 어릴 적 엄마가 집에서 만들어 주셨던 건강한 맛이 나버린다. 사먹는 떡볶이는 내가 이 소스에 뭐가 들어가는지 직접 눈으로 보질 않으니 거부감이 들지 않는데, 막상 만드려 하다보면 맛을 내기 위한 건강치 못한 과한 재료에 난 절대 그것들을 내 손으로 직접 넣지를 못한다. 하지만 맛있는 떡볶이는 먹고 싶다고! (모순 덩어리)
조미료를 좀 넣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엄마가 그건 가르쳐주지 않았다. 엄마가 만든 떡볶이는 희한하게 맛이 없었는데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까. 물론 설탕이나 물엿을 바가지로 넣을 수 없었던 부모로서의 책임감 때문이었다는 것을 나도 알고 여러분도 안다.
떡볶이는 아마 내 남은 평생동안 최애 음식 마음 속 부동의 1위이지 않을까. 한국에 가면 무조건 떡볶이부터 찾을 거고, 꿈에서도 나타날 정도로 그리움에 허덕일 것이다. 옛 친구들과 추억을 꺼내볼 때면 항상 떡볶이는 옆에 있을 것이며, 앞으로도 더 많은 추억들을 떡볶이와 함께 만들어내지 않을까. 겨울님이 책에서 바랐던 대로, 나도 떡볶이에게 바라본다. 그냥 그대로 그 자리에 항상 있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나는 떡볶이에게 바라는 것이 없다. 그냥 이대로 신나게 그 자리에 있어주었으면, 지금처럼 계속 몸을 바꾸며 새로웠으면, 누구에게나 추억의 맛으로 여전했으면, 오랫동안 그렇게 있어준다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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