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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7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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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8쪽 | 326g | 120*190*20mm |
ISBN13 | 9791189586669 |
ISBN10 | 11895866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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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나만 알고 있는 당신의 커피 (리뷰)
조엘 저/소형섭 사진 | 크레파스북 | 2023년 07월 31일
커피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대략 조선 말기인 1890년대를 전후한 시점이라고 한다. 공식문헌상으로는 1896년 아관파천으로 고종황제가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하였을 때 러시아 공사가 고종에게 커피를 권하였다고 전해온다. 그 후 커피는 다방이란 공간을 통해 조용히 이어져왔다. 그러던 커피가 언젠가부터 우리 일상에서 보편적이고 친근한 일부가 되었다. 한국인들의 커피 사랑은 유난해서 평균 일 년에 353잔을 마시며 이 수치는 세계 평균인 연간 132잔의 3배가 넘는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한 집 건너 카페’라는 말이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는 느낌마저 든다.
한국인의 커피 사랑도 유난하지만, 호주인의 커피 사랑에는 유난함을 넘어 독특함 마저 존재하는 것 같다. 그 같은 독특함은 스타벅스의 경우를 통해서 알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는 스타벅스가 1999년 한국 시장 진출 다음으로 2000년 호주에 진출하여 공격적으로 많은 매장을 오픈하였지만 많은 적자를 보고 결국은 철수하였다고 한다.
개인에게 중요하거나 삶에서 전환점이 되는 어떤 일들은 우연 또는 운명처럼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나만 알고 있는 당신의 커피>를 읽다보니 조엘 작가에게 호주와 호주에서의 카페 생활기도 그런 운명 같은 경우로 느껴진다. 여행을 좋아해서 틈만 나면 배낭을 꾸리던 작가는 어느 날 캐나다 밴쿠버로 향하는 여행길에 올랐지만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하는 데 필요한 비자를 발급받지 않아 차선으로 택한 곳이 지인이 머물고 있는 호주의 골드코스트였고, 그렇게 호주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골드코스트와 첫 인연을 맺은 작가에게 그 인연이 마치 운명적으로 다가와 그 후 네다섯 번 더 골드코스트로 향하게 되었고 결국 한국에서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골드코스트 ‘일 년 살기‘에 도전한다.
막상 골드코스트에서 ‘일 년 살기‘를 시작했지만 1년짜리 학생비자를 신청하고 나니 수중에 돈은 거의 바닥났다고 한다. 생활을 위해 무언가 일을 해야 했지만 호주에서 학생 비자 신분의 외국인에게 호의적인 일자리를 구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임을 체험하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 한인교회에서 만난 사람을 통해 어느 카페의 일자리를 소개받아 호주 카페와 커피세계에 발을 내딛게 된다.
조엘 작가가 글을 쓰고 소형섭 작가가 사진 작업을 한 <나만 알고 있는 당신의 커피>는 호주 사람들의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이다. 특별한 사전지식이 없다면 막연히 한국에서의 커피와 호주에서의 커피가 별다른 차이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조엘 작가의 에세이를 읽어본다면 두 나라의 커피 문화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어느 나라 커피가 더 우위에 있느냐라는 관점을 넘어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커피에 대한 생각과 커피에 얽힌 이야기가 소형섭 작가의 감성적인 사진과 함께 이 책에서 잔잔하지만 재미있고 개성 넘치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카페와 커피에 대한 작가의 글은 들어만 보았던 호주의 아름다운 도시 골드코스트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아직 가보지 못한 호주에 대해서는 덴마크의 건축가 요른 웃존(Jørn Oberg Utzon)이 국제현상설계를 통해 당선작으로 선정되고 건축시공과정이 고난했던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외에는 영국령으로 시작된 간략한 역사와 그저 자연이 아름답고 국토는 넓지만 인구수는 작다는 정도의 상식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그래서인지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호주에서 자신의 카페를 운영하며 쓴 <나만 알고 있는 당신의 커피>의 글이 신선한 호기심으로 느껴졌다.
“호주 로컬 카페에서 단골손님은 저마다의 지분이 있다. 매일 100명의 단골손님이 와서 10달러씩 결제를 한다면 카페는 매일 1,000달러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그렇게 일관성 있게 카페가 유지된다면 단골손님 한 명은 가게의 1퍼센트 지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돈을 조금 더 쓴다고 해서 더 중요한 손님이 되는 건 아니다. 커피 앞에서 모두가 평등한 호주 로컬 카페에서 단골손님의 존재감은 그런 것이다. 카페에 참여하는 사람은 누구나 커피 마실 권리가 있다. 카페는 그 권리가 소중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건 모두 하는 것이다.”
(p.61)
<나만 알고 있는 당신의 커피>에 담긴 글들은 책의 제목처럼 작가가 카페를 운영하며 만난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와 음식을 통해 느껴지는 사적이지만 개성이 드러나는 취향과 골드코스트에서의 그들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호주의 카페에서 바리스터라는 역할은 단순히 커피만 내려주는 것이 아니고 카페를 찾는 손님 개인마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각자의 취향을 파악하고 그 개인만이 원하는 개성적인 커피와 음식을 제공해야만 제대로 된 바리스터로 손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다양한 손님들마다의 독특한 이야기를 담은 글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이 같은 특성은 분명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카페와는 다른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여행에서 우연히 들린 한적한 동네의 작은 카페에서 느꼈던 친밀한 분위기가 넘치던 개인적인 기억이 작가의 글을 통해 소환되는 느낌도 받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존중되는 호주 카페의 특성이 어느 나라건 번잡한 도심을 벗어난 카페라면 일정한 부분에서 공통점이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개성적이고 잘 알지 못하는 나라의 특색 있는 사진과 함께하는 작가의 커피에 대한 글은 호주와 호주의 커피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느끼게 해주어 책의 마지막 장까지 향기로운 커피향과 함께하는 느낌으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골드코스트의 카페에서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나만의 커피를 즐겨보고 싶다는 느낌과 함께.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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