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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8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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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2쪽 | 284g | 120*188*20mm |
ISBN13 | 9791168341197 |
ISBN10 | 11683411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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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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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싱크로놀리지'라는 시스템을 통해
과거의 어떤 순간을 지켜볼 수 있다는 가정하에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1923년 관동대지진 이후 일어난 조선인 학살.
자연재해로 무너진 현실 앞에 패닉이 된 사람들,
폐허가 된 도시에서 일본 정부는
민심수습을 위한 계엄령 선포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재일한국인이 폭동을 주도해
방화, 독극물 투입 등의 테러를 일으켰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린 후, 계엄령을 선포해
군경과 자경단에 의해 조선인 대학살이 자행되었다.
민호는 그저 사람답게 살고자 했던
이들의 절규가 담긴 죽음이라는 역사를 두고도
과거를 외면하고 회피하는 일본의 모습에 분노하며
진상 규명 위원회 소속으로 이 숨겨진 절규를
겉으로 드러내고자 애쓰고 있다.
그에 반면 다카야는 민호와는 정 반대의 입장.
그는 '관동대지진 이후 조선인 학살은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창립된
산하 재단에서 장학금을 지원받고 있는 자로,
같은 시공에 놓여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걸음을 내딛을 게 뻔한 사람이다.
이들이 이 싱크로놀리지 시스템을 통해
과거의 시공간으로 투입된 데에는 각기 목적이 다르다.
표면상 이 연구는 통신채널을 활용해
진상을 규명하는 공동사업이지만,
민호는 학살 현장의 진상을 직접 목격해
진상규명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었고,
다카야는 근거가 취약한 당시 증언의 오류를 확인해
본인이 속한 재단에 기록을 건네려는데 있다.
그런 각자의 사명을 가지고 도착한 곳은
1923년 관동대지진 직후 조선인 학살이 벌어진 시점.
다카야는 그간의 조선인들의 증언은 증폭된 기억일 뿐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의 기대 섞인 추측이자
희망 사항일 가능성도 높다고 여겼었다.
반면, 민호는 과거를 바꿀 수는 없더라도
할 수만 있다면 학살 피해를 조금이라도
막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과거에 개입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 시간 안에서 일본인에 의해 살해된다.
예기치 못한 에러 발생으로 과거의 접속이 끊긴 경우,
검증단은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되고
해당 기억을 잃은 채 다시 처음 시점으로 돌아온다.
과거에서의 죽음으로 민호는 처음 시점으로 돌아왔지만
어째서인지 한 팀으로 파견된 다카야는
2023년의 현실로 돌아오지 못한 채
계속 과거에 머무르게 되고,
민호가 죽음을 반복할 때마다 반복해서
처음 시점부터 다시 함께 이 여정을 반복하게 된다.
바꿀 수 없는 과거를 바꾸기 위해 본인도 모르는 새
여러번의 타임슬립을 반복하는 민호와,
이를 외면하는 다카야의 무한 반복되는 루프에는
과연 변화가 생길 수 있을까?
이 이야기는 현재시점에서 과거를 바라보는
한국인과 일본인,
과거의 시점에서 표적이 된 조선인과
이들을 죽이려는 일본인의 시선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이 사건을 조명하며
미지의 공포앞에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 대해
거침없이 칼날을 휘두른 비틀린 분노,
또 그런 역사에 대해 시간이 흘러도
인정하거나 반성을 하지 않는 현실의 민낯은 물론
아스라이 사그러들며 죽음에 가까워져가는 삶 속에서도
그 어떤 기록에도 남지 않을 生 이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최선을 다해 살아냈던
조선인들의 모습까지 빠짐없이 나타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분명
'역사는 바뀔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민호의 타임슬립으로 과거가 바뀌길 바랐고,
소설속의 '현재'에서는 약자를 향한 혐오와 학살
그리고 외면이 없기를 바랐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이만큼 화가 나서
그저 관찰하고만 있는 다카야도 참 싫었지만
나 역시 그런 상황 속에 있었다면
과연 그런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타인을 포용할 수 있었을까 질문 한다면 자신이 없다.
이토록 치열한 삶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죽어간 사람들의 역사는 바뀌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다 해도 어쩐지 허탈한 기분마저 든다.
그렇지만 그들의 겪어낸 역사의 소용돌이를
이만큼 곁에서 관찰하고 함께 겪어낸
두 현실의 청년이 그러했듯이,
이 책을 읽어내려 가며
학살의 비극은 여전히 아프고 잔혹한 상처로 남았지만
피해자인 조선인과 가해자인 일본인의
후손인 우리들이 그 현실을 제대로 마주한다면
과거의 시간에 제대로 안녕을 고하고
미래를 향해 걸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들기도 한다.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데에는
과거를 제대로 마주하고 인정하는게 우선인데,
현실에서 이뤄지지 않은
그 반성과 나아감의 노력을 소설에서나마 본다.
우리 조상들의 일 이었음에도
어렴풋이만 알고있던 아픈 역사를
나 역시 이제야 제대로 마주하고
1923년의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100년이 지난 이제야 듣게 되었다니
조금 부끄럽기도 하지만
이제라도 듣게 되어 다행이라고,
참 감사한 독서였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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