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축복을 받은, 청아하고 신비로운 미성의 소유자 마이클 론드라
김충남(재즈 컨설턴트)
어느새 켈틱 음악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음악이 되어버렸다. 특히 아일랜드 출신의 여성뮤지션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노래들은 영화와 CF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굳이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엔야(Enya)의 'Orinoco Flow', 메이브(Meav)의 'I Dreamt I Dwelt In Marble Halls', 클로에(Chloe)의 'Walking In The Air'는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게다가 2005년 한해 빌보드 크로스오버 차트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국내에서도 선풍인기를 인기를 얻었던 켈틱 우먼(Celtic Woman)은 켈틱 음악의 매력과 그 인기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나 켈틱 음악의 중심지가 되고 있는 아일랜드 모두 외세의 침략과 항거라는 굴곡이 심한 역사를 지녔고 그러기에 한(o)의 정서를 공유할 수 있는 지도 모르겠다. 'The Water Is Wide' 'Danny Boy' 'You Raise Me Up' 'She Moved Through The Fair' 'Flower Of Magherally' 등 켈틱을 대표하는 작품들이 우리에게 자연스레 다가와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을 보면 결코 우연이 아닌 듯하다.
하지만 국내에 알려진 켈틱 음악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몇몇의 여성 보컬리스트를 제외하고는 전통 켈틱 치프턴스(The Chieftains), 그리고 켈틱 음악을 팝으로 효과적으로 계승한 코어스(The Corrs) 정도가 유일한 듯하다. 그러기에 이번에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아일랜드 출신의 남성 가수 마이클 론드라에게 유독 호기심 혹은, 깊은 관심이 쏠리는 게 사실이다. 얼마 전에야 비로소 자신의 첫 앨범을 발표한 신인이지만 아일랜드 그리고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뮤지컬계의 스타로 현재 켈틱 음악계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동을 하는 있는 뮤지션중의 한 명이라 할 수 있다. 그를 설명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활동을 언급할 수 있겠지만 우선 우리에게도 친숙한 아일랜드 댄스 뮤지컬 '리버댄스(River Dance)'를 얘기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 듯하다.
마이클 론드라는 바로 그 리버댄스의 미국 투어 공연의 리드 싱어를 맡았는데, 이 중에는 미국을 상징하는 공연장이라는 레디오 시티 뮤직 홀(Radio Music City Hall)과 라스베가스의 MGM 그랜드에서의 공연도 포함되어 있었다. 게다가 2000년에 새롭게 탄생한 리버댄스에서는 본 공연의 리드 싱어로 참여 이를 통해 그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주목받는 스타로 발돋움하였다. 그 후 5만 명의 관객이 참여한 타임 스퀘어 광장에서 열린 "Broadway On Broadway" 콘서트를 비롯하여 브로드웨이의 대표적인 공연장인 뉴 암스테르담 극장에 출연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현재는 멜 깁슨의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Passion of Christ]의 음악을 맡았던, 존 데브니(John Debney)의 작품에 기반을 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심포니'에서 예수 역으로 내정되어 있으며 향후 2년간 세계 투어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세계적으로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이전부터 그는 아일랜드의 주목받는 뮤지컬 배우였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의 초창기 작품인 [Joseph And The Amazing Technicolor Dreamcoat]의 주역은 물론 [뜨거운 것이 좋아, Some Like It Hot] [JFK]에 출연하여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다.그런 그가 뒤늦게 앨범을 발표한 건 리버댄스를 마칠 무렵 이제는 자신의 앨범을 만들 때가 됐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노라 존스의 'Come Away With Me'를 만들었던 아리프 말딘(Arif Mardin)과 함께 뮤지컬 [렌트, Rent]의 O.S.T를 제작하였던, 스티브 스키너(Steve Skinner)를 프로듀서로 초대하여 자신의 데뷔작 [Celt]를 준비하게 되었다. 셀린 디옹(Celine Dion), 베트 미들러(Bette Midler)의 앨범에서 편곡을 맡았던 스티브 스키너는 여기서 프로듀서는 물론 마이클 론드라와 함께 작곡에 참여하고 있으며 또한 전체 편곡을 맡고 있다.
이렇게 하여 탄생한 [Celt]는 크게 두 가지 모습으로 이루어졌다. 우선 타이틀처럼 켈트 음악이 바로 그 하나이다. 'The Water Is Wide' 'Danny Boy' 'She Moved Through The Fair' 'Flower Of Magherally' 'The Holly Ground'까지 총 다섯 곡의 켈틱 민요가 수록되어 있는데 색다른 편곡이나 현대적인 해석보다는 보컬을 중심으로 한 원형에 충실한 모습을 들려주고 있다. 여기에 아일랜드 포크 음악의 대부 숀 오리아다(Sean O' Riada)의 찬송가 'Ag Criost An Siol' 역시 켈틱 특유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6곡은 다분히 현대적인 색채를 지닌 팝 스타일의 작품이다. 그러나 정작 마이클 론드라의 앨범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그리고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바로 그의 목소리라 하겠다.
흔히 그 어느 악기보다도 인간이 목소리가 가장 아름답다고들 얘기하는데 마이클 론드라의 노래를 들으며 새삼 이를 깨닫게 된다. 사람들이 저마다의 특기를 갖고 태어났다면 아마 마이클 론드라의 목소리는 신이 특별히 배려해주신 선물일 것이다. 사실 많은 이들이 마이클 론드라의 목소리를 들으며 근래 등장하고 있는 남성 팝페라 가수 혹은 임형주와 같은 카운터테너를 연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미성을 지녔다고 이들을 모두 획일적으로 생각한다면 그건 분명 아티스트에 대한 무례이자 모욕이 될 것이다. 마이클 론드라의 목소리는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청아하며 신비롭다. 듣는 순간 온몸을 휘감는 아름다움 목소리! 영혼과 육체의 온갖 추접하고 사악하며 더러운 것들은 한 순간에 일소하여 갓 태어난 태아의 순수함으로 이끄는 마법의 주문을 거는 듯하다.
그러기에 우리 귀에 친숙한 'The Water Is Wide' 'Danny Boy'와 같은 곡마저도 그의 노래를 듣고서야 마침내 태초의 오리지널을 만난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평가는 결코 개인적인 의견만이 아니다. 앨범이 발표된 후 미국 10대 신문중 하나인 휴스턴 크로니클(Houston Chronicle)은 그의 목소리를 수정처럼 순수하다고 평가하였으며 전 세계 아일랜드 인을 위한 전자 신문인 아이리시 이미그랜트(Irish Emigrant)는 그가 노래한 'Danny Boy'를 두고 지금까지 노래한 'Danny Boy' 중 최고라고 극찬하였다. 사실 이런 그의 매력은 단출한 악기 구성으로 무반주에 가까운 형태로 진행된 'She Moved Through The Fair'나 'Flower Of Magherally'의 경우 거의 무한대로 증폭된다. 그는 애절함, 원망, 포기의 그 복합적인 감동을 참으로 놀라울 정도로 구체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마치 우리가 '아리랑'을 노래하거나 들을 때 느낄 수 있는 한(o)의 정서를 고스란히 그의 목소리에서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스티브 스키너와 함께 작곡한 현대적인 작품의 경우 뮤지컬 배우, 그리고 아일랜드인 으로서 정체성을 두 축으로 자신의 미성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수정처럼 투명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바탕으로 아일랜드 정통 악기를 활용하여 청각의 시각화를 이루어냈다. 뮤지컬 출신의 가수들이 흔히 그렇듯 가사를 통해 끊임없이 이미지를 만들어내곤 하는데 가볍게 찰랑거리며 노래하는 ‘Star Of Cartagena’는 스페인 카르타헤나의 이미지와 밤하늘의 별들을 천천히 차근차근 담아냈으며, 'Do You Think Of Me'는 헤어진 연인들의 외롭고 쓸쓸한 생활들을 교차 편집해 놓은 듯하다.
비록 아직까지 국내에서의 지명도는 미비하지만 신의 축복을 받은 그의 목소리는 틀림없이 국내 음악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특히 미성의 가수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켈틱 음악의 정체성을 지닌 그의 노래는 매우 신선하고 독특한 경험이 될 듯하다. 또한 아일랜드 음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신의 축복을 받은 아름답고 청아하며 신비로운 목소리를 지닌 이 사람, 마이클 론드라를 꼭 기억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