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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9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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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76쪽 | 444g | 130*195*30mm |
ISBN13 | 9791192738192 |
ISBN10 | 1192738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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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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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야마 세이이치로, 익숙한 이름이다. 이 블로그에 리뷰를 아직 남기지는 않았지만, 그의 작품 <왓슨력>과 <알리바이를 깨 드립니다>를 전에 읽은 적이 있다. <왓슨력>은 아주 깨발랄한 작품이었다. 캐릭터 셜록 홈즈가 '그는 나의 제임스 보스웰'이라며 그렇게나 (무시하면서) 아꼈지만 사실 어느 매체에서도 왓슨이 정면으로 주목 받은 적은 없다. 홈즈력이라는 건 있어도 '왓슨력'이라는 게 세상에 있을까? 그런 자질도 분명히 있을 수 있음을 오야마 세이이치로는 그 작품에서 보여 주었다. 뿐만 아니라 고전 추리물에서 즐겨 등장시켰던 온갖 트릭과 위트를 그는 그 작품 안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탄생시켜 독자 앞에서 귀여운, 그러나 현란한 재롱을 선보였었다.
<알리바이를 깨 드립니다>는 또 어땠던가. 아니, 무슨 흥신소도 아니고(아니랄 것도 없지만), 그런 직업에 종사하는 젊은이가, 단지 알리바이의 요체가 시계(엄밀히 말하면 시각)라는 이유만으로 그런 헐값에 청부를 맡고, 또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한다는 게 어디 말이 되는가 말이다. 그런데 오야마 세이이치로 씨는 '왜 말이 안 됨?'이라고 되묻기라도 하듯, 천연덕스럽게 거의 초현실적이라 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었다. 그의 탁월한 재능이기도 하고, 또 장르에 대한 그의 열렬한 몰입과 (아마도) 낙천적인 성품이 이런 유쾌한 결실을 낳았다고도 할 수 있다.
이 작품 <붉은 박물관>은 저 작품들에 비하면 정통 추리물의 냄새를 물씬 풍긴다. 마치 여태 희극 연기로 크게 사랑 받았던 코미디언이, 내가 정극 연기를 하면 어느 정도나 잘할 수 있을지 보여 주려 작정이라도 한 듯 말이다. 아무 사전 지식 없이 이야기만 따라가도 독자는 정신없이 플롯에 흡인될 뿐 아니라, 꼼꼼하게 읽어 보면 기존의 추리 장르 명작들에 대한 온갖 오마주와 패러디가 촘촘히 박혀 있음도 아마 눈치챌 수 있겠다.
등장인물들의 면모도 매력적이고 흥미롭다. 히이로 사에코는 변호사가 아니라 디텍티브 버전의 우영우라고 할 만한 특이 유형이다(우영우와는 달리 냉미녀 타입). 이런 사람이 어떻게 그 정도 고위직까지 올라갔는지가 궁금할 지경인데(말이 그렇단 거고, 답은 작품 안에 뻔하게 다 나와 있다), 어느 조직이건 정치(politics) 실력은 승진에 필수이기 때문이다. 사고 과정은 컴퓨터처럼 작동하지만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어 끝내 더 높은 지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좌절한 간부... 역시 아무리 리얼리티를 추구하려 해도 오야마 씨 특유의 몽상성은 희뿌연 한 자락 연기처럼 캐릭터에 걸쳐 있다. 그의 숙명이라 봐도 된다.
데라다 사토시는 말하자면 히이로의 왓슨 격인데, 내 생각으로는 왓슨보다는 (니어로 울프의 컴패니언인) 아치 굿윈과 더 닮은 포지션이다. 그는 왓슨처럼 충직하고 고지식한 타입이 아니고, 끝없이 '붉은 박물관'과 히이로의 지긋지긋한 영토에서 벗어나려 든다. 히이로는 고관 대작의 위세보다는 이곳 침침한 범죄의 전당이 더 편하고 익숙한 것이며, 데라다는 본의 아니게 키하나 노인의 시종 노릇을 하는 산초 판사 신세를 한시라도 빨리 면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셈이니 말이다.
모두 다섯 편의 작품이 실렸다. 하나하나가 다, 오야마 씨 특유의 스타일로 빚은, 독자가 보자마자 '엥?' 소리가나올 만한 기이한 세팅이다. 이런 기발한 세팅을 벌인 작품치고 끝까지 그 박력을 유지하고 뒷감당이 되는 경우가 극히 드문데, 어디서 이런 희한한 돌파구를 찾아 냈는지, 재능도 재능이지만 장르 하나에만 지독하게 헌신해 온 외골수의 애정과 열정이 돋보이는 멋진 플롯들이다.
일본에는 예전부터 모리나가 협박 사건 등 먹는 걸 갖고 비열하게 협박하는 범죄가 종종 있었다. 가장 부드럽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식감인 빵에다가 바늘을 넣는다... 어지간히 비열하고 잔인한 인간이라야 착상 자체가 가능한 범죄인데, 장르팬들이야, 아니, 역으로 생각해 보자, 결국 돈은 그대로 있었잖아? 아마도 과거에 사장이 비인간적 경영 끝에 저지른 어떤 비리나 악행에 원한을 품은 누군가의 소행 아닐까? 같이 생각의 흐름이 진행될 만하다. 이 작가는 그런 팬들의 심리적 맹점을 보기 좋게 찌르고 들어가며, 바로 거기에서 작품의 매력이 폭발하는 것이다.
교환 살인 패턴은 서양에서 처음 고안된 것이지만 이를 소재 삼아 온갖 변형과 풍자가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 건 바로 일본이다. 그래서 일본 장르물을 어지간히 읽는 독자라면 교환살인물에서 뭐 새로운 게 남았을까 싶을 만큼 모든 게 익숙하다. 그런데 오야마 씨는 이미 나올 게 다 나온 이 필드에서 기어이 새로운 무엇을 뽑아내 독자의 목에 목걸이를 걸어 준다. '내가 캐 낸 진주가 서 말이나 돼!'
독자는 즐겁다. 아직도 정통 장르물에서 novelty가 발굴될 여지가 있었구나. 열정과 재능이 함께해야 가능한 세공이다.
*YES24 리뷰어클럽에서 당첨되어, 리드비에서 책을 받아 읽고 내 느낌대로 쓴 독후감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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