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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쪽수, 무게, 크기 | 780쪽 | 1,300g | 153*224*40m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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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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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호퍼의 소설 같은 자서전.
자서전이라고 했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자서전의 개념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 책에서 부제로 달아놓은 "삶에 관한 에피소드"가 보다 더 정확하다.
자신의 삶이지만, 에릭 호퍼는 에피소드처럼 여러 개의 이야기로, 자기가 만났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풀어놓았다.
책의 마지막 쪽에 저자의 책 소개를 나열하면서, 이 책(길 위의 철학자)에 대해서는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호퍼의 자서전. 생전에 소설을 썼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정도로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역량을 엿볼 수 있다." (214쪽)
한 마디로 이 책을 읽고 난 평을 한다면, 대단하다, 놀랍다. 아름답다, 뛰어나다, 다시 읽고 싶다. 같은 구체적이지 않은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내 취향에 딱 맞는, 내가 너무 좋아하는 그런 책이었다. 그저께 먼 출장길에 읽기 시작했는데, 이틀 만에 다 읽고 말았다.
그의 다른 저작물을 먼저 읽으려다가, 그에 대한 삶을 먼저 이해하고 그의 저작물을 읽는 게 낫겠다 하여 주문한 책인데, 그의 삶에 푹 빠졌다. 그의 저작물들도 기대된다.
에릭 호퍼는 평생을 떠돌이 노동자 생활을 했다. 1984의 작가 조지오웰이 체험을 위해 부두노동자 생활을 하고, 그 삶을 구체적으로 기록한 <위건 부두로 가는 길> 같은 책과는 목적부터 매우 다르다. 그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노동자 생활을 이어갔다. 그것이 더 안전한 삶이라고 느꼈다.
그는 너무 뛰어난 사람이었다. 다섯 살이 되기 전에 어깨 너머로 문자를 익혔고, 일곱 살에 시력을 잃고 만다. 더 이상 책을 읽지 못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학교에도 다니지 못했다. 그는 지금의 우리 교육 체계로 보면 무학자였다. 학교 교육을 받은 적이 한번도 없지만 독학으로 도서관을 드나들며 공부하여 거의 모든 학문을 공부했고, 이해력이 좋아 학사 대학생들보다 더 뛰어난 문제 해결 능력을 선보였다.
그는 열다섯 살 때 기적적으로 시력을 회복하는데, 그 때 이후 폭독을 하게 된다. 눈이 다시 멀까 봐, 그때 읽지 못하게 될까 봐 책을 무자비하게 읽었고, 어떤 책들은 거의 암송하기까지 했다.
18세에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그는 고아가 되고 거리의 부랑자가 된다. 그 이후 거리 노동자의 삶을 살아가면서 그는 인생의 참 맛을 보게 된다.
이 책은 그때 만났던 사람들과 자신의 생각, 이야기를 옮겨놓은 것으로, 총 27개의 인생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얻어낸 보물 같은 삶의 지혜가 다양한 맛을 내는 이야기꾼 에릭 호퍼의 글에 의해 버무러져 있다.
그의 저자물 <맹신자들> <인간의 조건> 등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를 이해하게 해주는 시금석의 책이다.
떠돌이 노동자, 레스토랑 웨이터 보조, 사금채취공, 부도노동자, 목화 채취자, 그밖에 수많은 일용노동자로 살아가면서 경험한 다양한 에피소드들로 채워진 책이지만, 각 이야기가 자신의 철학세계를 단단하게 구축한 것으로, 각 이야기가 가지는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그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 있고, 관심을 가지게 하는 글이어서, 미처 스티커를 붙이지 못하고 읽기에만 열중했다.
그의 책을 읽다보면 <그리스인 조르바>를 언뜻 떠올릴 수 있는데, 둘 다를 읽어본 경험에서 판단해본다면, 에릭 호퍼의 <길 위의 철학자>의 삶이 훨씬 실제적이고 생생하며 깊은 울림을 준다.
개인적인 판단으로, 에릭 호퍼의 사람과 글은 그리스인 조르바와, 조지 오웰을 합친 뒤, 존 버거의 감성을 버무린 것으로 이해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곧바로 다시 찬찬히 음미하며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에릭 호퍼는 떠돌이 노동자로서의 삶과 광적인 독서량 그리고 깊은 사색을 통해 얻어진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과 사회에 대한 냉철한 현실 인식으로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으며, 그가 사망한 뒤 미국 대통령은 그에게 자유훈장을 수여하였다.
(선한리뷰)
성경 잠언, 전도서에서 말하는 인간의 삶이 어떠한지를 이 책을 통해 깊이 공감한다.
너무 뛰어난 그의 재능이 아까워 학교에서 연구해달라는 제의에, 즉시 짐을 싸서 다시 길거리 노동자로 돌아가기를 감행하는 그의 삶에 대한 결연한 자세를 본받고 싶다.
달콤한 유혹에 굴하지 말고
자신의 삶,
나에게 주어진 삶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앞으로 나아가자.
소설도 아닌 자서전을 이렇게 소설처럼 그리고 여운을 가지며 읽기는 참으로 간만이다.
다시 읽고 나서,
밑줄 그은 부분들도 언급하며
다시 리뷰를 쓰고 싶다.
인간은 자신의 우월성을 주장할 근거가 약할수록 자신의 국가나 종교, 인종의 우월성을 내세우게 된다. (《맹신자들》)
에릭 호퍼는 자본을 축적하며 사는 정착민이 되기보다 떠돌이 노동자, 레스토랑 보조 웨이터, 사금채취공, 농장 노동자, 부두 노동자 생활을 하며 사유하고 글을 쓰는 자유로운 삶을 택했다. 그러나 우린 안다.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노동을 하면서 철학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사유는커녕 매일 쓰는 일기조차 버겁다. 그는 우연한 계기로 1951년 첫 저서 《맹신자들》을 내고 1960년대부터 미국 사회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여러 칼럼에 기고를 하게 되면서 '부두 노동자-철학자', '프롤레타리아-사회철학자', '아포리즘 글쓰기의 대가' 등등 많은 수식어로 불렸다. 《길 위의 철학자》는 그가 그렇게 되기까지의 면면을 자세히 볼 수 있는 자서전이다. 대중 운동과 같은 외부의 목표에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투사하고 투신하는 맹신자가 아니라 자기 생의 올곧은 주인이고자 한 그의 삶과 생의 의지는 때론 소설 같고 때론 고집스러운 투쟁처럼 읽힌다.
일곱 살 때 그는 어머니와 계단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어머니는 2년 뒤에 사망하고 그는 15살 때까지 시력을 잃고 기억마저 잃었다. 아버지에게 "백치" 소릴 듣던 그가 시력을 되찾고 도스토옙스키 《백치》를 발견한 뒤 그 책을 외울 정도로 빠져든 건 여러 요인의 결합이다. 도스토옙스키 작품에 대한 그의 분석에 나도 동감했다.
"등장인물들이 우리 주변의 친지나 친구보다 더 친숙함을 알 수 있다. 한편 그들이 미국은 물론 러시아를 포함해 어느 곳의 사람과도 달리 기괴하고 터무니없는 존재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인간성의 본질이 집약된 존재이며, 상식적인 궤도에서 벗어나 있고, 이국적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가슴과 오성이 가까운 존재들이다. 도스토옙스키의 극단적인 인물들에게는 장엄함이 있다. 그들은 우리들에게 인간에 핵심적 실체에서 나오는 파열음이 들려주고, 일상적 실존의 불가사의한 심연과 익숙한 외관 사이의 엄청난 간극을 보여준다."
아버지가 마흔 살도 넘기지 못하고 돌아가신 1920년 이후 호퍼는 빈민가의 고아로서 살아가기 시작했다. 직업소개소에서 얻을 수 있는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그는 독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구약성서에서부터 식물학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해석을 붙이며 생각을 벼뤘다. 대공황과 전후 시기를 생각할 때 그의 삶은 평탄할 수 없었다. 공부하며 사는 삶도 그의 힘겨운 노동과 의지에 의해 영위될 수 있었다. 죽지 못해 사는 도시 노동자 삶의 환멸 속에 그는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자기기만이 없다면 희망은 존재할 수 없지만 용기는 사물을 이성적이고 있는 그대로 본다. 희망은 소멸할 수 있지만 용기는 호흡이 길다. 희망이 분출할 때는 어려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쉽지만, 그것을 마무리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전쟁을 이기고, 대륙을 제압하고 나라를 세우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용기가 의지를 발휘할 수 있게 해줄 때 인간은 최고조에 달할 수 있다."
ㅡ「희망이 없는 상황에서의 용기」
이 말이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식의 한계와 용기의 맹목성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망과 용기가 함께 가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가 자살을 포기하고 도로를 달렸을 때 자신의 발자국 소리가 박수 소리 같았다는 말을 뼈저리게 이해했다. 그 자살 감행을 물리치고 노동자가 아니라 방랑자로 다시 태어났다는 대목은 울림이 컸다. 그는 사는 내내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으려 한 이였다. 사는 것보다 그러한 걸 잃지 않는 게 더 힘들다. 그런 마음가짐을 잃을 때 우리는 남의 삶을 모방하거나 부유하는 잉여가 된다. 커피 한 잔 마시듯, 거울 한 번 쳐다보듯, 옷을 갈아입듯, 웃는다고 긍정적이 되진 않는다. 긍정은 스타일링이 아니다. 긍정은 의지들이 단단할 때 나오는 자세다.
거듭 눈을 뜨고 거듭 일어설 것. 매일 단 한순간이라도.
거리의 거친 삶, 맘을 나누던 이들의 죽음, 낯선 곳에서의 조롱과 환대, 그는 많은 이들과 교감하면서도 자기 재능에 교만하지도 않았다. 사랑하는 여인이 그를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적 인물이라 생각해 조력하려 들 때 인사도 없이 떠나기도 했다.
호퍼가 일했던 농장주 쿤제가 예술 분야에서 창조적 작업을 하는 프레스노 지역 사람들을 독려하고자 사망 후 재산을 기증한 일화도 인상 깊다. 미국의 건강한 정신을 살리며 중년과 노년까지도 배우고 가꾸는 삶을 만들자는 호퍼의 뜻과 부합했는데, 이러한 정신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한 텃밭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는 저항할 수 없는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본보기에 의해 만들어진다."
1941년 태평양전쟁이 발발해 그는 군대에 지원했으나 신체상의 문제로 탈락하고 샌프란시스코에서 25년간 부두 노동자로 일했다. 평생 숱한 일을 했지만 그는 이 세상에 모든 이들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은 없다며, 일에서 의미를 찾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노동 이후 공부에 몰입했듯이 다른 이들도 일이 끝난 뒤 실질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처럼 '은퇴'나 '노인 문제' 가 심각한 의미가 되지도 않을 것이다. 한나 모니어, 마르틴 게스만《기억은 미래를 향한다》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노년에 대해 상투적으로 생각하는 기억력 감퇴, 학습 능력 저하는 우리의 과장적 해석이다. 배워나가는 노력 여하에 따라 그 성과는 상대적이라는 게 더 정확하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성과란 경쟁력이 아니라 성숙함이다.
이렇듯 호퍼 삶의 자세와 철학은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 적절하다. 니체처럼 이데올로기와 거대 담론에 아포리즘적 형식을 취한 호퍼 문장의 힘도 여전히 건재하다.
183개의 아포리즘들을 읽으면서 에릭호퍼의 힘이 느껴졌다. 평생을 떠돌면서 생활한 미국의 철학자가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휘몰아치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지처럼 내 마음이 흔들리고, 또 흔들렸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삶을 살아야 발가락에서부터 머리끝까지 내 몸의 신경과 감각을 일깨우는 이런 아포리즘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 놀라울 뿐이다.
에릭 호퍼가 떠돌이 생활을 했다고 해서 이런 주옥같은 문장들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그이지만 오랫동안 떠돌아다니면서 보고, 느끼고, 체험하고, 사색한 것을 글로 표현한 것이 이렇게 훌륭한 아포리즘으로 탄생했다고 보는 게 맞겠다. 그런 의미로 여러분에게 이 책에 실려 있는 몇 개의 아포리즘들을 소개하려 한다.
인간은 사치를 사랑하는 동물이다. 인간에게서 놀이와 공상, 사치를 빼앗으면 그 인간은 겨우 근근이 살아갈 정도의 활력만 남아 있는 우둔하고 태만한 피조물이 된다. 사회 구성원이 너무 합리적이고 진지한 나머지 하찮은 보석 따위에는 눈길을 돌리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정체되고 만다. (본문 53쪽 中)
꼭 내 얘기를 하는 거 같아서 움찔했다. 인간은 사치를 사랑하는 동물이고, 그 사치를 빼앗아버리면 우둔하고 태만하게 변해버린다는 인간의 맹점을 정확히 짚어낸 에릭 호퍼, 그리고 하찮은 보석 따위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말이 ‘소비가 곧 미덕’이라는 말처럼 들린다.
자유란 어떤 사람에게는 하고 싶은 일을 할 기회를 의미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원치 않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조건에서도 아마 자신이 자유롭다고 느낄 것이다.(본문 87쪽 中)
자기 자신이 자유롭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을 이 책을 읽은 여러분에게 던져보고 싶다. 과연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자유를 갈구하는 사람이었는지,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조건에서도 자유를 느낀다는데 나는 과연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지금의 위치에서 나를 바라 봤을 때 현재의 내 모습에 당당할 수 있을까?
인간 사이에는 얼마나 많고 깊은 분열이 존재하는가! 인종, 민족, 계급, 종교 사이에만 분열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남과 여, 노인과 젊은이, 병자와 건강한 자도 사로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다. 서로 이해해야만 같이 살아갈 수 있다면 사회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본문 198쪽 中)
서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상충되는 게 인간이고, 사회이고, 국가라지만 이것으로 인해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점이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과연 서로가 이해하는 날이 올까? 에릭 호퍼의 말처럼 서로 이해하면서 살아간다면 사회는 존재하지 못하고 사라져버리겠지만 그렇더라도 남을 이해하고, 남을 배려하는 삶을 살고 싶다.
이렇듯 이 책에는 마음에 와 닿은 아포리즘들이 183개나 적혀져 있다. 어떤 형식을 갖춰서 쓴 글이 아니고 에릭 호퍼가 살면서 느낀 생각들을 아포리즘 형식으로 정리한 글이니 휴대하고 다니면서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순서와 상관없고, 목차와 상관없으니 어느 쪽을 펴든 에릭 호퍼의 영혼이 살아 숨 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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