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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9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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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12쪽 | 336g | 140*205*14mm |
ISBN13 | 9791193034064 |
ISBN10 | 119303406X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14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애니웨이, 너희들도 이건 제대로 알지? 슬픔이나 고통을 느끼는 것까지 선택적일 순 없다는 걸 말이야. 소요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연습이 필요한 것도 아니지. 그런 건 뇌와 가슴이 직렬로 연결된 것처럼 곧바로 오니까. 다만, 뭐라 말로 설명할 방법이 없을 뿐! (17쪽)
첫장은 꽤 강하게 다가왔다. 처음부터 웃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처음부터 라면 얘기가 줄줄 쏟아질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엄마를 잃은 가엾은 중3 도이서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아빠마저 이서의 곁을 떠나 아프리카로 가버렸다는 새드스토리였다.
순간 내 기억이 오버랩됐다. 아니 저절로 떠올랐다. 중3은 아니었지만 어머니가 하늘나라로 갔을 때의 고통이 떠올랐다. 그때 내 가슴속엔 커다란 구멍이 뚫렸고 너무나 허망한 마음에 눈물조차 제대로 흘리지 못했다. 이서가 그런 기분이 아니었을까. 그 슬픔과 비탄과 무기력함은 오랫동안 나를 짓눌렀다. 이런 걸 전문용어로 복합애도라고 한다지.
한참 어른이라서 그래서 티를 내는 것조차 쉽지 않았지만 어리다고 슬픔을 모르거나 까먹을 순 없을 것이다. 17쪽에 나오는 이서의 마음의 말들에 나는 기분이 묘해졌다. 슬픔이나 고통은 뇌와 가슴이 직렬로 연결된 것처럼 곧바로 오는 것이란 걸 장이랑 작가는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작가와의 보이지 않는 유대감.... 그건 책을 읽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공통분모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때 내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또박또박 얘기해 줘야만 해. 왜 냐면 그런 말은 유통기한이 엄청 짧으니까. 바로 하지 않으면 평 생 후회하게 될 수도 있어. 엄마와의 마지막처럼.’ (47쪽)
시시한 라면 얘기를 청소년의 갈등과 버무려 명랑만화처럼 엮어낸 소설일 거라는 나의 예상은 멋지게 빗나갔다. 엄마를 잃고 아빠마저 떠나버린 이서를 비롯해 학업 스트레스에 불안해하는 하민수, 친구들한테 오해를 받아 교실이 지옥처럼 느껴지게 되어버린 김지유 등 중3 삼총사의 번뇌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다.
여기에 도이시 미켈란, 쏙, 삼촌의 등장은 상당히 세련된 소설 속 갈등해결의 장치가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아쉬운 게 있다면 도이시 미케란에 대한 묘사가 좀더 치밀했으면, 저절로 상상이 될 수 있도록 보다 꼼꼼하게 묘사해주었으면 하는 점이었다. 혹시라도 <계란떡만두햄치즈김치라면> 2탄이 나온다면 2탄에선 도이시 미켈란의 존재감을 좀더 부각시켜주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등단 이후 꽤 오랫동안 소설을 쓰지 않다가 한참 만에야 쓴 첫 장편이라고 하는데 제발 여기서 멈추지 말고 후속작을 꼭 내기를 바란다.
작가의 말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뭐에 홀리듯 줄줄 써내려갔다는 문장이었다. 그래서 주인공을 비롯한 여러 인물들이 살아 있는 듯 생생한 건지는 모르겠다. 어떤 소설은 문장력을 자랑하느라, 멋진 단어와 세련된 인용과 지적인 치장에 집중하느라 읽으면서도 기분이 언짢곤 했다. 일본 소설 속 문장을 필사한 것 같은 소설도 꽤 있었다.
장이랑 작가의 이 소설은 문장이 간결하고 흡입력이 있었으며, 크고 작은 사건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잘 엮여 있어 뒷부분으로 갈수록 뭔가 퍼즐이 완성되어 가는 것 같은 감동이 찾아왔다.
모두 무슨 트렌드나 되는 것처럼 혼밥, 혼술, 혼영 타령이지만 나처럼 엄마, 아빠가 있는데도 허구한 날 혼밥, 혼라 면, 혼티비를 하는 아이라면 그건 트렌드가 아니라 벌이다. (107쪽 지유의 말 중에서)
도이서가 왜 선택적 함구증을 앓게 되었을까, 지유가 왜 공황장애로 추정되는 불안증세에 시달리는가에 대한 나름의 해답도 책 속에서 찾을 수 있었으며 특히 도이서 그애가 순도 100프로의 도이시 미켈란의 위로에 응답을 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조금 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의외로 내 감성을 자극한 대목이 꽤 많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세월호 의인의 장례식장 이야기였다. 물론 소설이겠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기에 가슴께가 매우 뻐근했다. 기차 안에서 나는, 그래서 한숨을 쉬었다.
선택할 수 없어 아픈 우리 아이들, 나아가 어른들,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건네는 장이랑식의 유쾌한 위로에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지금은 그 문구가 이렇게 읽혔다. 사람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또다시 절망의 늪에 빠질지라도 지금의 이 반짝이는 행복을 놓 치고 싶지 않다는 걸 하늘에 있는 엄마는 알고도 남겠지? (138쪽)
읽는다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소설이다. 그래서 내 조카에게 선물하기 위해 기꺼이 예스24의 구매 완료 버튼을 눌렀다. 처음 만난 장이랑 작가를 응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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