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주된 기능 중의 하나가 카타르시스라고 했던가. 두산 백과에서는 ‘주인공의 비참한 운명에 의해 관중의 마음에 두려움과 연민의 감정이 격렬하게 유발되고, 그 과정에서 이들 인간적 정념이 어떠한 형태론가 순화된다고 하는 정신적 승화 작용’이라고 한다. 한명의 초야 외과 의사로서,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느낀 이 감정이 일반 독자에게 똑같은 작용을 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다. 의사라는 직업에서 오는 선입견. 고소득 직종의 배부른 푸념, 지나치게 동일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불평들은 아닐까? 처음부터 끝까지 투정과 분노로 가득 차 있는 이 책의 내용은 대부분의 사람이 환자인 이 사회에서 거부감을 유발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죽도록 사랑한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면, 죽도록 미워진다고 했던가. 배신당한 비련의 여자주인공이 죽어가는 남자주인공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스릴러를 종종 보고는 한다. 이 얼마나 아찔한 양가 감정이란 말인가. 찰나의 청춘 시절에 벌어지는 이 사소한 불씨에도 사람은 이토록 미쳐가는데, 일생을 바치기로 한 직업에서 매일매일 마주쳐야 하는 좌절감에서 사람은 어떤 혐오를 느끼며, 어떻게 극복하는가.
분리될 수 없는 삶과 직업 사이에서 오는 회의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을 놓을 수 없는 극복의 의지. 그 의지의 근간에는 어쩔 수 없는 환자에 대한 사랑과 인류애에 바탕을 둔 의학의 낭만이 있다. 불만 가득한 삶 속에서 저자가 찾은 인류애, 그것이 이 책을 꿰뚫는 답이요, 메시지일 것이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 연인이지만, 그렇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연인인 것이다.
외과, 아니 의사를 하겠다는 후배들을 보면, 이제는 일종의 밈이 되어 버린 결혼하지 말라는 유부남들의 충고를 떠올려본다. 분명 사랑해서 한 결혼이지만, 연애의 낭만과, 결혼후의 현실에는 꽤나 많은 차이와 괴리가 존재하듯, 막연히 의사의 길을 동경하는 수험생부터, 아직 수련과를 정하지 않은 인턴선생님들까지 꿈꾸는 의사상과 될 수 있는 의사에는 많은 간극이 있다. 하지만 정작 그들에게 자세한 이 바닥 얘기는 누가 해주고 있는가.
각종 매체나 현실에서 쉬이 볼 수 있는 대학병원, 대형병원 의사의 삶은 전체 의사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남은 대다수의 의사들이 마주쳐야 하는 수련병원 밖에서의 전쟁과 같은 현실에 대해 설명해주는 선배들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 책의 내용이 외과에서만 벌어지는 일이라 생각지는 말아야 할 터, 의대생과 인턴들에게 이 책은 가히 실전 입문 교양서라 할 수 있을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보 같은 로맨티시스트들은 계속 생겨날테지만…... 하지마라 외과의사.
- 김호영 (인천성모병원 외과 임상강사)
『하지마라 외과의사』1권을 읽고 2권을 기다렸습니다. 의학드라마를 보면, 너무 낭만적입니다. 병원에 가는 응급환자는 대부분 살아나고, 병원 내의 의사들은 대부분 행복해 보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의료 시스템이 있습니다. 그 시스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이 얼마나 엉망인가 알게 됩니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의 의료시스템이 훌륭하다는 착각을 하면 안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사람들을 지킨것은 이 엉망인 시스템을 몸을 갈아서 지키고 있는 여러 사람들 덕분입니다. 이 책을 읽어 보고 현실이 어떤지 잠깐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시금 망각을 하겠지만.
- 마태호 (삼성제일 소아청소년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엄윤 선생님의 『하지마라 외과의사』에는 척박한 대한민국 의료현실 속에서 오직 환자의 안위를 위해 피와 땀을 흘리는 의사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의사를, 특히 외과의사를 하지 말라는 화두를 던져줍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의업의 길에 도전하는 미래의 꿈나무들이 많아지길, 나아가 대한민국 의료현실이 개선되는 데에 초석과 같은 역할을 하는 책이 되길 바래봅니다.
- 이로운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부대변인, 인하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대한민국의 의사들은 건강보험 강제지정제란 족쇄가 정부에 의해 강제로 채여진 채, 교과서적인 진료가 아닌 건강보험공단이나 심사평가원의 규정에 의한 진료, 삭감을 피하기 위한 진료, 의사직을 지키기 위한 방어진료를 하게끔 내몰려 있는 현실입니다. 의사와 환자 그리고 모든 국민이 만족하고 건강과 생명을 지킬수 있는 의료제도가 확립되기를 기대하며 같이 손잡고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 정인석 (바른의료연구소 소장 산부인과 전문의)
내가 일하는 현장에선 지방의 촌로 분들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가끔 중국인 거주자의 장모님에게도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외국인도 일정 기간 지나면 소정의 보험료만 내면 국내인과 똑같은 서비스를 받는단다. 이렇게 빠져나가는 재정이 2조가 넘는단다. 이렇게 해서 의료보험 재정이 어떻게 버틸까... 최상의 의료서비스와 병원적자... 그리고 공단운영의 방만함... 고마움을 모르는 의료소비자... 의사와 환자를 갈라치기하는 정부... 한국의 이러한 의료의 모순을 일선 의사들이 뼈와 살을 갈아 버티는 현장의 목소리이다.
담배값 정도면 의사를 쉽게 만날 수 있고 편의점만큼 의원이 많아 접근성이 최상인 한국의 의료서비스를 받는 한국인 소비자들이 의사를 어떻게 대하는지도 잘 보여주고 있다. 공단이나 심평원이 쥐꼬리만한 의료수가를 어떻게 삭감해서 의사들의 등골을 빼어먹는 장면도 많다.
나는 개업의가 아니라 이글들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한국에 사는 의사로서 이렇게 무너져가는 한국의료를 보면서 내가 정작 의료가 필요한 10년 20년후에 한국의료는 지금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생명을 다루는 ·내·외·산소 소위 메이저 과목들의 지원율이 미달이다. 그나마 온전한 실력을 갖춘 저자와 같은 외과의사들이 외과의사 하지마라고 푸념하는 지금 한국 의료는 붕괴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일반인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한국 의료소비자들이 한국 의료의 위기를 감지했으면 저자의 노력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 지영석 (건양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대학 병원 외과 교수들이 싫어하는 얘기, 하지만 피한다고 해결이 안 되는 현실. 외과 교수님들 이 책 읽으세요.
- 김종익 (인천 S병원 정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