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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위원들이 모여 회의를 했습니다.

헌법을 알기 쉽게 설명합시다.
; 반대합니다. 헌법 이해에 선입견을 줄 수 있습니다.

위헌 법률을 사례로 제시합시다.
; 안 됩니다. 헌법 해석의 폭이 너무 좁아질 수 있습니다.

현행 헌법의 제정 취지를 설명합시다.
; 반대합니다. 헌법의 성격을 특정 집단의 이해 관계로 오도할 수 있습니다.

사진은 헌법 내용을 예시할 수 있는 것으로 고릅시다.
; 안 됩니다. 헌법을 너무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위험이 있습니다.

헌법의 추상성을 사진의 현장감으로 보완합시다.
; 반대합니다. 대한민국의 외연이 너무 좁아집니다.

미국, 일본, 중국 등의 헌법도 함께 실읍시다.
; 자신 없습니다. 정확하게 번역하려면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헌법의 어려운 말을 쉽게 고쳐 씁시다.
; 반대합니다. 현장에서 국민들이 만나는 헌법과 똑 같은 헌법이어야 합니다.

그럼 뭐하러 헌법 책을 새로 만듭니까?
; 헌법 아는 국민이 거의 없잖아요.

왜 우린 헌법을 모르지요?
; 언제 법이 국민을 도와준 적 있어요?

아직도 그런가요?
; 법은 좋아졌어요.

그걸 왜 국민들이 모르지요?
; 법대로 되나요?

이젠 법대로 살아야하는 것 아닌가요?
; 그럼 법대로 한번 해볼까요?

법대로 하려면 법을 알아야 하는거 아닌가요?
; 헌법만 알면 법을 다 알 수 있나요?

회의 결과 합의한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대한민국 헌법을 있는 그대로 국민들이 만날 수 있도록 한다.
2. 대한민국의 주권자가 단 한번이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헌법을 읽을 수 있도록 만든다.
3. 통일 시대를 대비해 북한 헌법을 함께 싣는다.
4. 사진 선정과 배열에 어떠한 논리도 적용하지 않는다.
5. 헌법의 어려운 말, 너무 당연한 말은 본 뜻을 밝혀둔다.

이런 얘기하고 사진 고르고 글자 고치고 모양 다듬느라 일 년이 훌쩍 흘렀습니다.
우리가 만든 헌법을 우리가 알고 우리가 쓰고 우리가 지켜가는데 이 책이 뭔가 기여하길 기대합니다.
{대한민국 헌법}을 만들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03년 5월 16일 {대한민국 헌법} 기획위원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