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자를 피하고 약한 자를 공격하라
---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
인간은 진정으로 복잡한 존재이다. 선한 측면이 있는 것같이 보이나, 사악함이 드러나고, 천인공노할 죄인인 줄 알았다가도 그 속에서 어린아이같은 순수함이 드러나 주변을 깜짝 놀라게도 한다. 모순같이 보이는 세상사,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을 명확히 알기 위한 명확한 렌즈는 무엇인가? 나는 그것이 전쟁이라고 확신한다. 전쟁은 인간의 문제를 가장 확실하게 드러낸다. 전쟁은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시금석이다.
21세기는 리더십의 중요성이 무엇보다도 강조되는 시대이다. 그러나 리더십에 관한 책들 중에 현실성이 없는 책상에서 나온 책들이 많다. 그러면 가장 현실적이고, 사실에 입각한 리더십 책은 무엇일까? 그것은 전쟁사에 관한 책이다. 병법서이다. 그 안에는 이론과 도덕이 아닌 현실과 실전에서 이기는 실제적인 도구들이 나와 있다. 지도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적어도 1년에 1-2권 정도의 병법서나 전쟁사에 관한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 작은 세계가 들어 있다. 그 안에 수많은 인사이트의 광맥이 숨겨져 있다.
군사 전략가요 저술가이기도 한 베빈 알렉산더는 히틀러에 대해서 이렇게 평가한다. 히틀러는 역사상 가장 사악한 지도자였지만 동시에 가장 능수능란한 전략가요 지도자였다. 초창기의 히틀러의 전략과 리더십은 타의추종을 불허할 혁신적인 것이다. 히틀러의 군대는 막강한 화력, 패배를 모르는 군사, 거침없는 깃발이 상징하는 강력함 그 자체였다. 베빈은 히틀러의 강점에 대해서 이렇게 요약한다.
첫째, 손자 병법을 읽었는지는 모르지만, "강한 자는 피하고, 약한 자는 먼저 공격하라"는 병법의 기본에 철저했다는 것이다. 유럽의 제국 가운데 먼저 약한 나라들을 하나씩 점령해 나갔고, 나중에 가장 강한 프랑스와 영국과 대치하는 빈틈없는 전략을 펼쳤다.
둘째, 에리히 만슈타인, 하인즈 구데리안, 사막의 여우라는 별명을 가진 롬멜 등 탁월한 장군들이 보좌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강대함은 결코 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히틀러는 탁월한 장군들을 거느리는 행운 중의 행운을 누리고 있었다. 만약 히틀러가 이런 탁월한 장군들의 보좌를 끝까지 신뢰하고 따르기만 했더라도 연합군은 쉽게 나찌를 무너뜨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셋째, 병력을 집중시키는 새로운 전략이다. 당시의 영국과 프랑스는 전선이 20킬로라고 하면, 20킬로 전체에 걸쳐서 병력을 균등하게 배치했다. 그러나 히틀러는 전차군을 비롯한 기동력있는 부대를 전위로 해서 병력을 한 곳에 집중시켰다. 그리고 집중된 군사력과 기동력을 이용하여 적의 진영 깊숙이 까지 진격하여 적진을 양분시켰다. 그로 말미암아 적이 당황할 때, 양쪽을 괴멸시키는 전략을 사용했다. 히틀러는 집중의 능력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의 2/3는 어떻게 히틀러가 강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상당한 영감을 주는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그런데 나머지 1/3은 히틀러가 무력하게 무너지는 장면들을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앞부분에서는 쉽게 납득이 되던 부분들이 이 후반부에 와서는 의아함만을 자아내게 만든다. 왜? 히틀러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악수를 두어서 스스로의 무덤을 파기도 하고, 이것이 미치광이가 아닐까 하는 정도의 이상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몇가지 예증을 든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독일 기갑사단은 프랑스의 덩케르크라는 해안에 영국군 338,000명과 프랑스 군 120,000명을 완전 포위했다. 공격하기만 하면 완전히 궤멸시킬 절호의 기회였다. 그런데 히틀러는 이상한 명령을 내린다. 3일동안 어떤 공격도 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 사이에 영국군과 프랑스군은 요트와 나룻배를 이용해서 완전히 영국으로 도망치게 되었다. 영국 쪽에서는 이것을 "덩케르크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의회와 교회가 반기를 내리고, 이들의 구원을 위해서 기도했고, 그 기도의 응답으로 무사히 생환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독일 쪽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둘째, 영국과 미국의 배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 것이 독일의 U- 보트라는 잠수함이다. 이 잠수함은 4,000척 이상의 배들을 대서양에서 수장시켰고, 미국과 영국의 교류를 차단하는 무서운 무기였다. 그런데 히틀러는 이유도 없는 이 U 보트의 생산을 중단시키고, 쓸데없는 전차의 생산라인으로 변경시킨 것이다. 그 이후 해상제해권을 놓치고,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저자는 히틀러의 일련의 결정들을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성경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그것은 하나님이 그에게 무너지게 하려고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밖에는 해석할 길이 없다. 다윗의 아들 압살롬이 반란을 일으켰다. 그런데 그의 책사 가운데 아히도벨이라는 탁월한 사람이 있었다. 아히도벨은 다윗을 완전히 궤멸시킬 책략을 제시한다. 그런데 압살롬은 아히도벨의 기막힌 전략을 저버리고, 사실상의 다윗의 숨은 부하였던 후새의 의견을 따르다가 망한다. 성경은 이것을 이렇게 묘사한다.
"압살롬과 온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르되 아렉 사람 후새의 모략은 아히도벨의 모략보다 낫다 하니 이는 여호와께서 압살롬에게 화를 내리려하사 아히도벨의 좋은 모략을 파하기로 작정하셨음이더라" (사무엘하 17:14)
겉으로 드러나는 결정의 배후에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 기독교인이라면, 겉으로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행간에 숨겨진 하나님의 손길을 체험한 감격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병법서의 기본은 손무의 『손자병법』이다. 인용도 많이하고, 인구에 회자되기도 하지만, 실제로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한 사람은 많지 않다. 고전은 시대를 뛰어넘는 호소력이 있다. 한해가 가기 전에 손자병법으로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듯하다.
짧막한 에피소드 식의 인사이트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아집과 실패의 전쟁사』(에릭 두르슈미트 저)가 좋을 듯하다. 워털루 전투, 탕가 전투 등 유명한 전투를 통해서 승리의 결정적 요소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승리를 낳는 지도력의 비밀이 무엇인지를 재미있게 분석했다. 지도력의 묘미를 만끽하려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