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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4년 02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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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
파일/용량 | EPUB(DRM) | 54.97MB 파일/용량 안내 |
ISBN13 | 9791198183088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3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비소를 이용하여 여러 사상자를 낸 도요스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과 언론은 12년 전 훗카이도의 하이토 마을에서 벌어졌던 일가족 살인사건과의 연관성에 주목합니다. 두 사건 모두 똑같은 성분의 비소가 범행도구로 사용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체포된 도요스 사건 범인에겐 12년 전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었고, 이후 경찰은 그 당시 유일하게 살아남아 용의선상에 올랐던 장녀 아카이 미쓰바가 현재의 사건에 연관된 게 아닌지 의심합니다. 한편 신문사에서 정년퇴직 후 계열 잡지사 기자로 일하고 있는 가쓰키 쓰요시는 12년 전 하이토 마을에서 취재했던 일을 회상하며 가족들이 살해된 테이블에서 태연히 컵라면을 먹던 미쓰바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도요스 사건과 미쓰바 사이에 접점이 있음을 확신하곤 하이토 마을로 향합니다.
마사키 도시카는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와 ‘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 등 두 작품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가입니다. 후속작을 기다리게 될 정도로 팬이 됐고 그래서 ‘레드 클로버’의 출간소식은 더없이 반가웠습니다. 앞선 두 작품은 각각 ‘자식 때문에 인생의 방향이 크게 뒤틀어진 여러 어머니’, ‘불의의 사고 혹은 사건 때문에 비극을 맞이하게 된 여러 부부’를 등장시켜 정교하고 농밀한 미스터리와 서사를 선보인 수작들인데, ‘레드 클로버’는 마사키 도시카의 진가가 제대로 배어있어서 그녀의 대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입니다.
잡지사 기자인 가쓰키가 화자이자 과거와 현재의 사건을 추적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이 작품에는 수많은 화자가 번갈아가며 사건 이면의 지독한 사연들과 일그러진 감정들을 설명합니다. 서로를 혐오하는 작은 마을 내의 두 세력, 누군가를 저주하는 소원을 들어주는 흉흉한 분위기의 낡은 신사, 가족 혹은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자식, 자식이 죽기를 바라는 부모, 자신의 불행을 남의 탓이라 여기며 혐오와 살의를 감추지 않는 사람들이 그들입니다.
두 개의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악연과 애증과 분노가 20년도 넘게 층층이 쌓여왔는지를 설명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때론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해지거나 더러운 것에 오염된 듯한 불편함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누가 나를 버리기 전에 내가 먼저 버린다. 누가 나를 죽이기 전에 내가 먼저 죽인다. 그것이 나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자 살아남는 길이라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p320)
“이 세상은 인간의 추악함으로 만들어져있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증오하고, 저주하고, 미워하는 수많은 사람이 만들어낸 어둡고 더러운 사념이 복잡하게 뒤섞여 이 세상의 공기가 된 것이다.” (p388)
가쓰키가 지금은 행방이 묘연해진 미쓰바를 찾기로 결심한 건 단지 두 개의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12년 전 오직 자신만이 목격했던 ‘가족이 죽은 현장에서 태연히 컵라면을 먹는 소녀’의 모습이 위화감 이상의 특별한 기억으로 뇌리에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가족을 죽인 게 맞다면 왜? 12년이 지나 도요스 사건의 범인에게 비소를 건넸다면 왜? 어느 날 갑자기 하이토 마을을 떠난 이유는? 그리고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가쓰키는 기자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미쓰바와 마주하고 싶다는 열망에 여전히 미쓰바 가족을 벌레처럼 기억하고 있는 하이토 마을 사람들을 진심을 다해 취재합니다. 동시에 자신 외에 미쓰바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음을 감지하곤 기자로서의 위기감과 함께 어떻게든 한발 앞서 미쓰바를 찾아내야 한다는 초조감에 휩싸입니다.
워낙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그만큼 관계도 복잡하게 설정돼있어서 작품 내용을 언급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저주, 분노, 혐오 등 인물들의 내면을 사로잡고 있던 갖가지 감정들이 폭로되고, 엉킨 실타래 같던 과거사와 사건들이 거듭된 반전을 통해 하나둘씩 밝혀지는 등 미스터리 이상의 묵직한 무게감을 지닌 채 도도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는 분명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입니다. 숨 막히는 답답함과 오염된 듯한 불편함을 피할 길은 없지만 그것이야말로 이 작품의 가장 강력한 페이지터너라는 생각입니다.
마사키 도시카의 작품을 읽어본 독자라면 전작을 뛰어넘는 그녀의 진가를 맛볼 수 있을 것이고, 이 작품으로 그녀를 처음 만나는 독자라면 전작들을 찾아 읽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길 것입니다. 마사키 도시카에 대한 사심 가득한 서평이긴 하지만 비슷한 취향의 독자라면 이 작품을 다 읽은 뒤에 제 서평에 충분히 공감해줄 거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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