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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yesticket[10월의 굿즈] POINT OF VIEW 페이퍼 아크릴 문진/북백/저널 노트
정가 | 20,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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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가 | 18,000원 (10% 할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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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시 참고사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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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4년 07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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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32쪽 | 492g | 140*200*20mm |
ISBN13 | 9791190920476 |
ISBN10 | 1190920476 |
10월의 굿즈 : POINT OF VIEW 페이퍼 아크릴 문진 / 북 백 / 저널 노트
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2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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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대한민국과는 상당히 다른 시간감각에 황홀했던 추억이 있다. 나는 여행지와 터전의 차이라고만 생각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두오모뿐 아니라 작은 호텔과 카페, 마을의 작은 성당에서도 세월의 품격, 시간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삶의 터전을 떠난 여행자의 여유로움 때문이겠지만, <힐튼과 김종성>을 읽으며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게 되었다. 로마와 서울의 차이는 건축물과 건물의 차이일 수 있겠다 싶었다. 우리는 늘 어떤 건물로 들어가고 건물에 거주한다. 이탈리아의 도시들에서는 건물이 아니라 건축물로 들어서는, 어떤 시간 속으로 들어서는 체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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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진 것이라면 모두 건물일 수 있지만, 건축물은 심미적 목적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시작되는 이 책은 힐튼 호텔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니다. 힐튼 호텔을 설계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아니다. 힐튼 호텔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아니다. 힐튼 호텔의 허물어짐을 추도하는 책이다. 아니다. 이 책은 건축학개론이다. … 이렇게 끝없이 이어질 수 있는 책이다. 힐튼 호텔을 두어 번 가본 적이 있지만(가보지 못한 사람이 읽어도 머리로 그릴 수 있다), ‘한국 사람이 지은 첫 번째 대형 호텔’이라는 사실은 책을 집어 들고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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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은 ‘100년 후에도 질리지 않을 클래식’(24쪽)을 만들고 싶었고, ‘너그러운 공간’(94쪽)으로 힐튼을 기획했다. 100년은커녕 호텔이 운명을 다했으니, 슬프거나 허무한 후일담일 수도 있는 책이다. 하지만 왜 그 기획이 스러졌는가를 살피는 일 또한 의미 있지 싶었다. 옛 것은 새 것에, 작은 것은 거대한 것에, 무명의 것은 이름난 것(브랜드)에, 소박한 것은 고가에 밀려난다. 재개발과 축적이 시대정신인 대한민국에서 힐튼/클래식이 설 자리는 없고, 도시의 격이나 빛깔도 없다. 부의 상징인 아파트는 요새 주택을 꿈꾸는지 입주민 이외의 틈입을 허용하지 않는 너그러움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공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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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생인 김종성이 만든 1983년생 힐튼은 시효를 다했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책에 등장하는 자재나 공법이야 문외한은 알 수 없지만, 건축물의 외관이나 사진, 도면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건축물이 사라지면? “효율에만 목을 매면 문화적으로 가난한 도시가 된다.”(160쪽) 빌딩 숲, 건물 더미, 콘크리트만 남고, 역사가 시간이 추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모든 것에 역사가 있고, 시간이 추억이 스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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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을 읽는 맛이 있는 책이다. 그의 직업적 경력과 내력, 취향, 인연과 태도, 정서를 읽고 듣고 볼 수 있는데, 그 재미가 솔찬하다. 그 솔찬함을 통해 힐튼 같은 건축물을 다시 볼 수 있기도 하다. 건축물을 통해서 사람이 보이고, 사람을 통해 건축물이 다가온다. 이를테면, 스승 미스 반데어로에가 중시한 건축 이념의 하나가 클래식이었다. “패션같이 2년쯤 지나면 한물간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지은 지 30년이 넘어도 그 자리에서 점점 고풍스럽고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는 건물. 시간이 지나도 퇴색하지 않고 오히려 더 멋스러운 건물.” “오랜 세월이 흘러도 퇴색하지 않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다르게 말하면 반짝 눈에 띄는 공간이 아니라, 처음 보았을 때나 5~6년 지나서 봤을 때나 본연의 품격과 재료의 질감이 살아 있는 공간을 목표로 작업했어요.”(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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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시대의 행운아로 생각하고, 주변의 많은 사람이 협력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한다. 1980년대의 접대문화가 오늘의 시각으로 보면 구태의연할 것이 뻔한데, 그 부분을 미화하지도 변명하지도 않고 담담히 말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자신은 술도 잘 못 마시고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 일을 기능적으로 수행하면서 인사불성된 일화가 나오기도 한다. 기능적인 자세가 담백한 태도로 이어지는 셈이다. “사람이 사는 집이든, 객실이 있는 호텔이든 저마다 기능이 있지요. 기능이 건축을 만들어내는 시작이에요. 그런데 기능은 아름다움을 만들어내지는 않거든. 기능을 충족하면서 건축미를 완성하는 것이 건축가의 능력이죠.”(14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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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진행한 정성갑은 이렇게 평한다. “그의 말, 그의 생각이 비례와 규격이 딱딱 맞는 힐튼 호텔처럼 무척 정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117쪽) 둘의 관계도 기능적이고 유기적이며 심미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종성과 힐튼이 ‘모두가 도와준 인생, 모두가 함께 만든 호텔’이듯 이 책도 모두가 만든 작품이겠다 싶다. 건축물을 넘어 도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살짝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물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 나의 한계는 분명할 터이다. 하지만 보여주는 만큼 볼 수 있기도 하다. 김종성이 후배들에게 남기는 말로 마무리한다. 꼭 건축학도나 건축가가 아니라도 새길만한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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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융합이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분석적인 냉철한 두뇌가 필요하고, 또 한편으로는 뛰어난 안목의 예술적 자질도 중요해요. 비례감, 구조적 아름다움, 재료의 병치 같은 것들을 눈으로 늘 익히고 이슈가 있을 때마다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지요. 그럴싸한 디자인에 현혹되지 말고 지금 요구되는 기법과 재료, 공법을 잘 융합해 오래가는 건물을 잘 만들어주세요.”(18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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