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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4년 06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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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45.43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5.3만자, 약 4.9만 단어, A4 약 96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91191168167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69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고향'의 의미는 도대체 뭘까? 솔직히 나에게 고향은 그저 태어난 곳일 뿐이었다. 처음 이 세상에 눈을 떴을 때 머무른 곳, 그 지역 말이다. 한 번도 그 이상으로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일까, 이번에 [서울 이데아]를 읽다가 아주 조금만 생각했을 뿐인데 웃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의 오빠가 태어난 나라는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다. 어릴 때 오빠의 육아수첩을 본 적이 있는데, 모두 일본어로 적혀 있던 것이 무척이나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그동안 '고향'이 무엇인지 생각했던 것으로 보면 오빠의 고향은 일본이 된다. -물론 오빠한테 '고향'의 의미랄까 비슷한 것을 물어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그렇다고 오빠의 고향이 일본은 아니다. 오빠가 일본인인 것도 아니고, 부모님 중 한 분 혹은 두 분이 모두 일본인인 것도 아니다. 하물며 가족 중에도 없다. 나는 '고향'을 그 사람의 '국적'과도 비슷하게 생각했던 터라 그저 태어난 나라, 지역으로 말끔하게 정리할 수 없음을 쉽게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조금 우습게도, 여전히 나에게 '고향'은 위의 의미 그대로인 것 같다. 나라는 사람에게 '고향'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는 그렇달까? -오빠가 '고향'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좀 궁금해졌다. 나중에 물어봐야지-
작가 이우의 소설 [서울 이데아]는 수많은 기의에 대한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음, 준서를 위해 기의를 시니피에라고 하는게 더 좋을까?-
소쉬르는 모든 기호를 형식인 시니피앙과 그것이 의미하는 내용인 시니피에로 나뉜다고 설명한다. 대충 러프하게 설명하면, 세상에 모든 기호, 말 등은 그것의 본래 의미인 시니피에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사용되지만, 그 실제 표현인 시니피앙은 그저 사회적 약속에 의한 것으로 시니피에와 필연적 관계에 있지 않다. 예를 들어 다시 이야기하면 꽃은 한국어로 꽃일 뿐, 영어로는 flower이고 일본어로는 はな(hana), 불어로는 fleur이다. 언어마다 다르게 약속된 단어인 시니피앙이 각각 언어마다 있지만 결국 그 단어들이 의미하는 하나의 시니피에가 존재한다. 따라서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 내에서 정해진 사회적 약속에 의해 시니피앙이 정해져있을 뿐, 각 언어의 단어가 시니피에와 연결되는 당연하고 필연적인 논리나 이유,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튼 [서울 이데아]는 시니피에의 형식이자 표현인 시니피앙이 하나의 언어, 문화 안에서도 제각각이고 다를 수 있음을 준서의 방황기로 그려냈다.
처음엔 그냥 '준서의 고향은 어디인가, 그가 이방인이 아닐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은 어디가 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과정에 최대한 집중하며 읽었는데, 사실 읽으면서 자꾸 다른 길로 빠지게 되었다.
예를 들면, 스스로를 '소수민족'으로 칭하면서도 다수에 포함되고 중심에서 주목받기를 바라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 나약한 소속감을 버리고 싶지 않아 하기 때문에 다문화는 약자라고 말하면서 왜 준서는 한국인이라는 소속감을 갖는 것 하나만을 열망할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중 바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이데아를 쫓아 왔는가, 지금 그대로의 나로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을까, 자신의 인생을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은 뭘까, 자신을 위해 뭐든 포기하고 버릴 수 있는 연인과 언제나 일순위는 내가 아닌 자신의 꿈과 일인 연인 중 더 나은 연인은 누구일까 등이 그것이다.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웃기지만 나는 그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명확하고 깔끔한 답을 내지 못했다. 심지어 마침표를 찍은 답도 없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질문에 대한 그 어떤 답도 예외인 상황과 여러 허점을 갖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오직 나라는 사람에 대한 답은 될 수 있겠지만.-
아마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졌던 여러 궁금증이나 스스로 던진 질문에 대해서 10명과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10명이 모두 다른 답을 낼 것이다. 그것은 10명 중 9명이 틀리고 한 명이 맞거나, 모두 틀린 답을 내는 것이 물론 아니다. 그렇다기보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 판단 기준, 성장과정, 경험 등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답을 낸 결과 어떤 부분은 비슷하지만 또 어떤 부분은 다른 답을 정리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답들 중 어느 것을 틀리고 어느 것을 맞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채점할 수 있을까? 위에 소쉬르의 시니피에와 시니피앙을 섞어서 정리를 하면, 책 속 여러 등장인물과 독자 각자의 기준과 이야기는 모두 틀리지 않았다. 단지 하나의 시니피에를 표현하는 시니피앙이 달랐을 뿐이다. -사실 시니피에와 시니피앙의 의미를 그대로 가져오면 전혀 설명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핵심이 되는 궁극적이고 상징적인 의미가 시니피에이고 그를 표현하고 풀이하는 각자의 방식과 그 내용을 시니피앙으로 말도 안되게 간단하고 내 맘대로 다시 정의하면 대충 납득이 될 것 같다. 헤헤...-
어떤 독자는 준서의 '고향'은 어디인지 찾아가는 여정을 끝까지 주된 내용으로 다루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아쉬움이 그만큼 '고향'을 찾는 과정이 어렵고 단기간에 끝낼 순 없음을 표현하고자 한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다른 많은 무형적 가치와 관계를 놓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온 마음을 다해 노력해야만 그것이 다시 '고향'을 향해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결국 준서는 서교동의 작은 집에서 탈출했을까? '탈서'하고 뿌리내릴 수 없다고 생각했던 모로코로 돌아갔을까?
이야기의 마무리에서 준서가 던지고 싶었던 것은 주연을 향한 외사랑의 슬픔이었을까, 생테스와의 작별에 대한 고통이었을까, 고향을 찾는 여정 속에서의 깊은 외로움이었을까.
[서울 이데아]는 누구나 언젠가 한 번쯤은 마주해야 할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질문을 담은 지독한 이야기다. 환상과 현실의 간극은 쓰디쓰다. 그것이 더 지독하고 쓰게 느껴지는 이유는 와닿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외면할 수도 없다.
신기루는 목적지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도착하기 전까지는 그것이 진짜 목적지인지, 신의 선물인지 혹은 악령의 덫인지 알 수 없다. 도착하고 난 다음에서야 그것이 신기루임을 알게 되겠지만, 그마저도 선물로 받아들여야 원하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이야기의 마지막장을 넘기고 책을 덮었지만, 사실 준서의 고향찬기도 나의 이야기 읽기도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사실 장면의 마지막일 뿐이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이야기를 쓴 작가도, 그 이야기를 읽은 독자1인 나도, 심지어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도 끝나지 않은 이후의 인생의 여정을 이어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신기루가 아닌 목적지에 모두가 도착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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