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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4년 07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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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4쪽 | 386g | 140*205*15mm |
ISBN13 | 9791193034187 |
ISBN10 | 1193034183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1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아이들과 책 읽고 토론하고, 글쓰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다. 이번 수업의 주제는 ‘사랑’이다. 올해 출간한 사랑을 주제로 한 책을 찾아보다가 장이랑 작가의 <일곱 번째 첫사랑>을 접하게 됐다. 리뷰를 읽어보니 평도 좋았다. 주문을 하고 받자마자 바로 읽기 돌입. 책장이 사사삭 빠르게 넘어갔다.
운명의 숫자 ‘7’에 관련한 에피소드, 자영이와 소이의 티키타카가 재귀 넘쳐서 읽는 맛이 났다. 이 정도면 우선, 합격! 아이들은 책을 읽을 때 우선 재미가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너무 무겁거나 어려우면 지레 겁을 먹고 멀찍이 밀어놓기가 쉽다. 그런데 행운의 숫자 7과 첫사랑이 어떻게 연결될지 궁금하기까지 하니, 아이들도 ‘마이 소이’에 금세 감정이입을 할 것 같다. 소설의 첫 번째 장점이다.
두 번째 장점은 소이의 ‘사적인 비밀 노트’를 공유하는 즐거움과 은밀함이다. 제목도 ‘아젤리아, 시절 첫사랑들’이어서, 뭔가 예사롭지 않다. 또래 친구 소이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며 생각과 느낌을 따라가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다. 또 사랑을 경험했거나, 하고 있는 친구라면 분명 소이의 선택에 눈을 반짝일 것이다.
세 번째 장점은 소이는 뻔하지 않다는 것이다. 모범 답안이 아닌 의문을 제기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막힘없이 밀고나가는 태도가 매력적이다. 특히 첫사랑이 ‘당최, 도저히, 네버’ 하나일 수 없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 그래, 왜 첫사랑을 하나뿐이라고 생각했을까. 고정관념을 깨는 소이의 접근법을 아이들도 금방 몸에 익히지 않을까.
시절 첫사랑의 대상과 이유를 따라가는 여정이 특별하다, 이것이 네 번째 장점이다. 여섯 번의 첫사랑 상대와 그때마다의 첫사랑 이유는 매번 흥미롭다. 소이가 생애 최초로 좋아한 남자, 바리스타 일라이 오빠는 수제 탬퍼로 기억되는 인물. 이 외에도 최초로 정산이 필요한 관계, 자존감을 높여준 최초의 친구 등(너무 많은 스포를 하면 안 되니 이 정도에서 스톱) 매 시기마다 의미가 다르다. 사랑에 대한 정의 또한 매번 다르다. ‘사랑에 대한 정의’를 아이들과 토의해 보기에도 좋은 책이다.
다섯 번째는 ‘직면’과 ‘조력자’의 중요성에 대해 말해준다. 누구나 겪게 되는 크고 작은 트라우마와 흑역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비법을 전수한다. 어려운 심리학 용어나 학자의 말을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이의 입을 통해 전해 듣게 되니, 거부감도 없다. 호준이 트라우마에 직면하고 벗어날 힘을 얻은 것도 소이라는 조력자가 있어서 가능했다.
일곱 번째 첫사랑을 만나기 위해 지난 시절의 첫사랑과 물건을 되돌려주는 과정은 소이와 호준의 성장사에 다름 아니다. 이루지 못한 사랑은 아픔을 전제로 한다. 오해로 인한 상처, 인사할 기회를 놓쳐 버린 이별 등 아쉬움과 후회가 남지 않도록 지나간 사랑과 이별하는 의식을 통해 소이는 사랑에 좀더 당당해질 수 있었고, 호준은 트라우마를 극복할 힘을 얻었다. 이 과정을 함께하는 어린 독자들 또한 마음의 그릇이 조금은 커질 것이라 믿는다. 이것이 여섯 번째 장점이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다른 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가수의 팬이 되면 그 가수의 노래를 편식 없이 다양하게 듣게 된다. 책도 비슷하다. 이전에 출간한 책을 찾아보고, 현재의 작품과 기존 작품을 비교하면서 작가의 세계를 만나게 된다. 경쾌한 제목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깃거리를 가진 책 <계란떡만두햄치즈김치라면>을 함께 읽으며 작가가 보여주는 풍부한 상상력의 세계에 담뿍 빠져드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일곱 가지 항목에는 넣지 않았지만, 소이의 첫사랑 상대들이 지닌 크고 작은 상처는 때론 지속형이고, 완료형이고, 일단 멈춤형이고, 치유형이기도 하다. 어떤 상태, 어떤 모습이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그것에 대해 평가하지 않는 소이의 태도를 보며, 소이가 건강하고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해 갈 것을 믿게 된다. 나도, 아이들도 그런 소이를 보며 힘을 얻게 될 것 같다.
마이 소이~ 사랑스런 너의 일곱 번째 첫사랑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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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와 호준이 말하는 사랑스러운 문장 줍줍!
평생 가는 사랑이 어디 있냐고요. 한 시절 머물다가 때가 되면 시간이 라는 배를 타고 아련한 추억 속으로 떠나는 거지. 게다가 시절 첫사랑마다 색깔도 의미도 제각각이잖아. 그러니 이 마소이는 하나만 콕 찍어서 내 진짜 첫사랑은 이거야, 할 수가 없다고. 당최, 도저히, 네버!
P27
난 해마다 첫사랑이 있었어. 중2 땐 1년 내내 혼자 좋아했던 방송반 오빠, 고1 땐 맨 처음 썸을 탄 학원 친구, 대학 땐 거 뭐냐 처음 데이트한 소개팅남 등등. 최초의 짝사랑, 최초의 썸, 최초의 데이트 등 셋 다 소중한 첫 기억이 있는데 어떻게 하나만 골라.
P29
그건 그렇고 대체 네 첫사랑은 누구니? 창피하게 내 첫사랑은 시시콜콜 다 알면서 자기 첫사랑은 비밀이다 이건가? 하긴 알아서 뭐 해. 판도라의 상자도 열어서 좋을 게 없었잖아. 그래, 특강 선생님 말처럼 <지금, 여기>가 중요한 거야.
P218
호준이 배시시 웃으며 소이의 손을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퍼 올린 것 같은 큰 숨을 내쉬는 것과 동시에 와락 손까지를 꼈다. 순간, 소이는 오소소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온몸에, 그것도 매우 강력하게. ……
“내가 널 엄청 많이 좋아하는 것 같거든.”
P222
<!--[if !supportEmptyParas]-->요즘 나는 성인 소설보다 청소년 소설을 자주 읽는다. 그 이유는 읽기가 매우 편하고 나의 청소년 시절이 떠올라 시간여행을 하듯 추억여행을 할 수 있어서다. 가족들과 같이 읽을 수 있으니 금전적으로도 일석이조다. 이번 책은 표지가 내 눈을 끌었다. 솔직히 얼마 전에 종영한 인기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가 소설로 나온 줄 착각할 정도였다. 나중에 찾아보니 그 드라마의 소설판은 제목이 180도 다른 데다가 표지 그림도 드라마와는 달리 조금 심각해보였다. 덕분에 <일곱 번째 첫사랑>이라는 제목 대신 <호준아, 소이 업고 튈래>가 원제였으려나 하는 웃긴 상상도 해봤다.
그런데 왜 제목이 일곱 번째 첫사랑일까. 첫사랑은 당연히 일생 한 개일 거라고 생각한 내 예상을 뒤엎는 신박한 제목도 내가 이 소설을 고르게 된 이유 중 하나다. 그 이유는 소설 초반부에 아주 잘 나와 있다. 소이가 왜 첫사랑을 ‘시절 첫사랑’이라고 부르며 저금하듯이 비밀노트에 하나하나 간직해왔는지 말이다.
“시절 첫사랑이라, 누구 솜씨인지 네이밍 한번 기가 막히네. 큭큭. 역시, 잔머리 대마왕 마소이. 우리 엄마만 봐도 그래. 평생 가는 사랑이 어디 있냐고요. 한 시절 잘 머물다가 때가 되면 시간이 라는 배를 타고 아련한 추억 속으로 떠나는 거지. 게다가 시절 첫사랑마다 색깔도 의미도 제각각이잖아. 그러니 이 마소이는 하나만 콕 찍어서 내 진짜 첫사랑은 이거야, 할 수가 없다고. 당최, 도저히, 네버!” (26~27쪽)
물론 나는 소이의 말에 100프로 공감은 할 수 없다. 내겐 첫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랑은 딱 한 개뿐이라서. 그런데 주변에 물어보니 의외로 첫사랑은 기억이 잘 안 난다, 첫사랑은 무조건 이뤄지지 않은 미완성의 사랑이어야 하지 않겠냐, 초등학교 때 누굴 좋아했던 건 너무 유치 모드라서 첫사랑이라고 부르기도 어렵지 않냐 등등 첫사랑에 대한 의견이 모두 제각각이어서 놀라웠다.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닌 아이디어인데 그걸 토대로 이렇게 긴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시절 첫사랑 하나하나가 어찌나 웃기고 그럴듯한지, 왜 소이가 버리지 못하고 간직해 왔는지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았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임신한 큰 딸 소윤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오래 남았다. 나 역시도 조카에 대한 애정이 엄청났다. 첫조카에 대한 사랑은 단연코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외사랑이자 미완성의 첫사랑이 아닐 수 없다.
“툴툴거리고 놀리는 게 관심의 표현이라는 거야?”
“당연하지. 그래야 겨우 한 번 돌아봐 주니까. 쌩하고 지나치기 바쁘니 그렇게라도 해야 시선을 돌리지. 학교에 없어? 너만 보면 놀리고 빙글거리고 잔소리하는 그런 남자애.”
호준의 얼굴이 떠오르자 소이의 두 뺨이 미세하게 달아올랐다.
“두고 보자, 마소이. 사랑이 태어나면 너도 이 언니 마음을 이해하고도 남을 거다.”
“그건 그래. 소이 너 태어났을 때 소윤이가 얼마나 좋아했는데. 허리가 휘도록 안아 주고 업어 주고, 똥 기저귀도 갈아 주고……. 너도 사춘기 오기 전까진 언니 껌딱지였다니까.” (196~197쪽)
남녀간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언니가 어린 동생 소이한테 느끼는 감정이라든가, 친한 친구지만 확연히 다른 성격 때문에 수시로 상처 받고 화해 하는 소이와 자영 사이의 에피소드도 놓칠 수 없는 재미였다.
그러나 긴 소설 속에서 내 가슴을 후벼판 것은 교통사고로 중환자실에 있다가 석 달 만에 세상을 등진 강지애 씨 이야기다. 누군가의 안타까운 죽음, 그로 인한 트라우마를 첫사랑에 대입해 써준 작가님에게 박수를 보낸다. 심각하게 풀어낸 것이 아닌데도 운전대를 잡은 평소의 내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고 또 사고의 피해자뿐 아니라 그 사고를 목격한 우리 아이들의 고통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드는 귀한 조언 같은 글이었다.
오늘은 나도 내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조용히 되짚어보고자 한다. 추억이 있다는 건 앞으로 더 힘차게 살아갈 힘을 얻는 것과 똑같다는 누군가의 격언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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