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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4년 04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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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86쪽 | 188*245*20mm |
ISBN13 | 9788934967842 |
ISBN10 | 8934967846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엉뚱한 생각이나 행동을 하거나, 시험을 망치거나, 멍하게 한눈을 팔고 있거나, 몇 번을 설명해도 이해를 못하거나, 말을 안 들으면 어른들이 물어본다.
“머릿속에 뭐가 들어서 그러니?”
그러면 나는 머리가 텅 빈 것처럼 아무 대답도 못한다. 내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몰랐을 때는 물론이고, 뭐가 들었는지 알았을 때조차도 대답을 못한다. 뇌의 어떤 기능 때문에 내가 그러는지 나도 알고 싶고 그럴싸한 말을 하고 싶은데 뇌를 설명하는 용어와 구조가 워낙 낯설어서 책을 봐도 자꾸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뇌과학이란 어렵다’라는 선입견이 저절로 생겨서 어느 순간부터 뇌에 관한 책은 눈길이 가지 않았고 내 머릿속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어졌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뇌과학으로 행성을 구하라]는 달랐다. 솔직히 6학년쯤 되면 학습만화를 읽을 때 살짝 눈치가 보인다. 아니, 눈치가 아주 많이 보인다. 주변에서 “아직도 만화로 된 책을 읽어? 이제 글만 있는 책을 읽을 나이잖아?”라는 눈빛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당당히 선택한 이유는 뇌에 대해서 글과 그림으로만 설명하기 2% 부족한 부분을 만화라는 형식을 빌린 이야기가 쉽고 재미있게 채워주기 때문이다. 거기다 인간의 뇌를 닮은 행성이라니! “와, 기발하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뇌의 모습뿐만 아니라 뇌의 여러 가지 기능까지 닮은 행성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만들어서 작가의 말대로 뇌과학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2학년인 동생도 이 책을 재미있게 봤다고 했다. 동생은 뇌에 관심이 없었지만 만화라서 무조건 본 거다. 그런데도 책을 읽고 나더니 뇌에 관심이 많아졌다. 내가 동생의 머리 뒷부분을 짚으며 “이쪽이 미래의 지구인에게 제일 먼저 점령당한 대뇌 지역의 후두엽이야.”라고 말하면, 동생도 “맞아. 모루와 이오가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이잖아”라고 대화가 통했다. 주인공의 활약을 직접 머리의 위치를 짚어 가며 동생과 다시 이야기했더니 기억에 쏙쏙 남았다. 이거 꽤 괜찮은 독후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기까지 하고.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우리를 지켜본 아빠가 책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뇌에 대한 흥미로운 설명을 더 들려주셨다. 폴 매클린이라는 미국 뇌과학자가 분류한 세 가지 뇌에 대해서이다. 우리의 뇌는 파충류의 뇌, 포유류의 뇌, 인간의 뇌로 구성된다는 내용이었다.
내 머릿속에 파충류와 포유류와 인간의 뇌가 모두 들어 있다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각은 뇌간, 대뇌변연계, 신피질에 해당하는데, 뇌간은 이 책에도 설명이 나와서 어떤 부위인지 쉽게 알 수 있었지만, 대뇌변연계와 신피질에 대해서는 책에 없어서 아빠한테 설명을 더 들어야 했다.
대뇌변연계는 뇌간을 둘러싸고 있는 뇌의 가운데 부분에 있고, 신피질은 대뇌피질(이것도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중에서도 인간에게 가장 발달한 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가장 먼저 발달한 파충류의 뇌(뇌간)는 생존에 필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그 다음에 발달한 포유류의 뇌(대뇌변연계)는 감정에 관련된 기능을 담당하며, 가장 나중에 발달한 인간의 뇌(신피질)는 판단, 학습, 의지, 생각 등의 이성에 관련된 기능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가장 인간다워질 수 있는 것은 신피질이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설명을 듣고 나니, 나도 뇌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 하나를 만들고 싶어졌다. [뇌과학으로 행성을 구하라] 2탄은 뇌를 닮은 행성 중 파충류와 포유류와 인간의 대륙으로 나누어진 행성의 세 종족간의 대결 이야기이다. 행성의 이름은 아직 미정이지만 파충류가 행성의 평화를 깨고 뇌 행성을 지배해서 위기에 몰리고, 인간이 다시 평화를 되찾기 위해 활약하며 여기에 포유류는 각각 반으로 나뉘어 양쪽 편을 든다는 그런 내용을 뇌의 기능과 연결해서 만들어내면 재밌을 것 같다. 그동안 학습만화들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머릿속에서 장면이 쏙쏙 떠오르기까지 한다. 그런데 내 머릿속엔 뭐가 들어서 이런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걸까? 이에 대한 답은 뇌과학이 뇌의 50퍼센트도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은 알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이제 이 책의 내용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되었다. 이 책이 뇌과학 책을 읽는 첫 단추를 손쉽게 채워줬고, 모루가 썼던 뇌를 개발하는 특수 장치 모자를 내게 선물해줬으니 조금 어려워지더라도 다른 뇌과학 책들을 더 찾아봐야겠다. 그러다 보면 내가 어른이 되어서 50퍼센트도 밝히지 못한 뇌의 비밀 중 1퍼센트라도 밝히는 데 기여하는 뇌과학자가 되어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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