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탐험 역사의 마지막 장이 열리던 20세기 초 마지막 남은 미지의 땅은 남극이었다. 남극에 도달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도전했지만 결국 승자는 노르웨이의 탐험가 아문센이었다. 영국의 탐험가 스콧은 아문센과 남극 탐험을 위해 경쟁했지만, 결국 아문센이 간발의 차이로 먼저 남극점에 도달했고 역사에 남극을 처음 정복한 사람으로 기록되었다. 그리고 스콧은 경쟁에서 졌을 뿐 아니라 남극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나 아슬아슬한 2등도 아니었고 더욱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던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이 위대한 리더십의 본보기가 되고 오늘날까지도 그에 대한 책이 쓰여지며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아 있으니 주목할 만한 일이다. 아문센의 남극점 정복 이후 남극 대륙의 횡단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마지막 탐험 시대를 개척하고자 한 어니스트 섀클턴은 목표에 대한 결과만 놓고 보자면 분명 실패한 탐험가이다. 그러나 그의 실패를 두고 `성공보다 위대한 실패'라고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1914년 섀클턴과 27명의 대원들이 남극 대륙을 횡단하기 위해 인듀어런스 호를 타고 남극을 향해 떠났지만, 남극 대륙에 다다르기도 전에 바다가 얼어붙어 인듀어런스 호는 난파된다. 섀클턴은 배를 버리고 남극해를 떠다니는 부빙 위를 걷고 구명 보트 3척만으로 바다를 건너 남극에 있는 무인도에 도착한다. 그러나 이에 안주하지 않은 탐험대장 섀클턴은 다섯 명의 대원을 데리고 길이 6m인 구명용 보트 한 척을 타고 세상에서 가장 거칠고 험하다는 1280km의 드레이크 해협을 건너 구조 요청을 하러 떠난다. 또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섬에서도 도끼 한 자루와 로프에 몸을 맡긴 채 해발 3000m에 달하는,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던 얼음산을 넘어 그들이 애초에 출발했던 사우스 조지아 섬의 기지에 도착한다. 그리고 조난 당한 지 634일째 되는 날,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전 대원을 구조하는 데 성공하고야 만다.

1999년 11월, 영국의 BBC 방송은 온라인 여론조사를 통해 `지난 1000년 동안의 최고 탐험가 10인'을 선정한 일이 있었다. 마르코 폴로, 페르디난드 마젤란, 로알 아문센 같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물들이 선정된 가운데, 마젤란보다도 아문센보다도 더 훌륭한 탐험가였다고 지지를 받은,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인물, 바로 어니스트 섀클턴 경이 있었다. 섀클턴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대원들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어냈다. `실패한 탐험가의 성공한 리더십'이 담긴 『인듀어런스 : 어니스트 섀클턴의 위대한 실패』는 충성심이란 `리더가 부하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부하 스스로 보이는 것'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어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탐험가로서의 섀클턴뿐 아니라 훌륭한 리더로서의 섀클턴을 조명하는 책이 출간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겠다.

『인듀어런스 ; 어니스트 섀클턴의 위대한 실패』에서는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내는 탐험가로서의 섀클턴뿐 아니라 최고의 리더로 꼽히는 섀클턴의 모습이 전기 작가 캐롤라인 알렉산더에 의해 생생하게 조명되고 있을 뿐 아니라 탐험대와 함께 남극에 갔던 사진 작가 프랭크 헐리의 사진들도 큰 감동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