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고 딱히 기대가 된다거나 준비하는 건 없는데, 몇 년 전부터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그림책을 보게 됐다 
다 크리스마스 시즌 노림수겠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성탄절이나 산타클로스, 루돌프의 탄생 같은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어떻게 매년 그렇게 비슷하면서 다른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는지..
올해도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니 시즌에 딱 어울리는 그림책이나 찾아볼까 하고 둘러보는데, 누가 봐도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게 하는 표지와 반가운 이름에 '올해는 이 책이다!' 했다 

마크 포사이스, 얼마전 흥미롭게 읽은 <문장의 맛>을 쓴 언어의 마술사(?) 아닌가! 
국어든 영어든 언어와 관련된 과목을 어려워하던 나에게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수사법'에 관한 책이었는데, 저자의 시니컬하면서도 날카로운 분석과 재치있는 입담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언어도 문화도 다르고, 워낙 박학다식한 저자의 교양수준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게 정말 안타까울 정도였다 셰익스피어 좀 읽어둘 걸, 영어수업 좀 잘 들을 걸, 영국 역사가 어땠더라..?
전부 이해하지는 못해도, 그가 가진 방대한 지식에 감탄하고 촌철살인 유머에 키득거리며 참 좋은 독서 시간이었다,고 생각했으면 됐지 뭐.. 마크 포사이스의 다른 책도 궁금하던 차였는데, 크리스마스 책이라니!

<크리스마스는 왜?>는 마크 포사이스의 특별한 크리스마스 백과사전이다(그래, 백과사전! '마크 포사이스 책 = 000을 주제로 한 백과사전'이라고 하면 될 듯하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우리가 언제부터 크리스마스를 챙겼다고?!'다 
크리스마스 풍습 혹은 관행, 가설이라고 해도 좋을 것들은 어디서 온 것이며 왜 하느냐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하면 될 듯하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풍습이나 전통에는 뒷받침할만한 증거 없는 어리석고 정신나간 것들이 많다는 것을 꼬집는다 그게 그렇게 된 데에는 일부는 그저 우연이 깃들기도 하고, 일부는 장삿속이기도 하니까  
아아, 마크 포사이스 식의 이런 애정어린 시니컬함, 냉소 너무 좋다! 저자가 머리말에서부터 미리 밝혀둔 사실은(말 많은 사람답게 머리말부터 참 길다 ㅋ), 이렇게 크리스마스를 까고 또 까는 책을 썼지만 크리스마스 너무 좋아한다는 것! ㅋㅋㅋ
일단은 가설이 아닌 진실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적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백과사전은 정말 원초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크리스마스는 왜 12월 25일인가?' 
예수탄신일이 25일이 맞는지, 어떻게 셈했는지, 앞뒤로 준비기간 축하기간은 어떻게 치뤄졌는지, 예수는 탄생한 것인지 입양된 것인지, 예수 탄생에 대한 일화는 성경마다 어떻게 다른지, 예수탄생과 성탄절에 대한 최초 기록에 대한 이야기, 이교도냐 아니냐 등 수많은 원조 논란까지.. 아니, 뭐 벌써부터 이렇게 지식대방출인지, 책은 얇고 가벼운데 한 줄 한 줄 빼곡히 쌓인 지식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그렇다고 다 기억에 저장하며 무겁게 읽을 건 아니고, 저자 특유의 재치와 유머를 곁들여 가며 훌훌 읽어버리면 그만이다

<크리스마스는 왜?>는 산타클로스는 어디서 왔는지, 언제부터 말이 끄는 마차가 아니라 루돌프가 끄는 썰매를 타게 됐는지, 크리스마스 트리, 카드, 캐럴의 유래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누구나 손해보게 되는 후생손실을 겪는 선물에 관한 아이러니, 크리스마스를 즐길 것이냐 말것이냐의 싸움, 성탄절 식탁의 변화 등등 그야말로 '크리스마스 백과사전'다운 다양하고 방대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역시 흥미롭게 읽은 건 다양한 원조 논란들이었다 싸울 게 너무 많아 ㅋㅋ
다만 역시, 마크 포사이스의 책은 서양의 문화와 역사, 특히 영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분명 재치있는 비꼼이고 유머인데, 그 문화를 알지 못해서 같이 웃을 수 없다는 것이 무척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래도 옮긴이의 꼼꼼한 주석 덕분에 고개를 끄덕끄덕(진짜 꼼꼼, 번역만큼 주석에 공들이신 듯), 오수현 번역가 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ㅎㅎ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가 현재 즐기는 크리스마스의 모습이 대부분, 우리가 아는 그 이야기, 스크루지가 등장하는 <크리스마스 캐롤>에서 왔다
그런데 이제와서 크리스마스 트리의 원조가 어디고, 산타할아버지가 어디에서 왔고, 캐롤 가사는 왜 이상한지 그런 게 중요한가? 어디서 시작된 문화든, 이제는 종교는 달라도 전세계인이 즐기는 기념일이고, 가까운 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그 뿐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