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물푸레나무 미요는 지혜가 가득한 느티나무 세이렌과 우정을 나누며, 가슴 벅찬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가을이 가까워지던 어느 날 미요는 땅에 떨어져 있는 단풍을 처음으로 보게 되고, 곧 자신도 이파리와 이별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까지 평화롭기만 했는데 갑자기 변화가 생긴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낀 미요는, 절대 이파리들을 떠나보내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그런 미요를 보며 세이렌은, 생애 첫 겨울을 맞이하던 때 느꼈던 두려움과 혼란을 떠올린다. 그때 그녀는, 그 겨울이 자신을 성숙하게 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달았다. 겨울은 무섭도록 세이렌을 혼자이게 했지만, 그녀는 외로움 속에서 자신이 가장 온전하게 서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갔고, 그 시간은 세이렌에게 견디고 신뢰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이제는 친구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 자신의 이파리를 기꺼이 내줄 수 있게 된 세이렌. 그녀는 미요에게 ‘이별이란 우리가 살면서 겪어야 할 수많은 경험 중 하나이므로, 이제는 자신의 의지로 그 이별을 준비할 때’라고 말해 준다.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앵두나무도, 미요를 위해 자신의 힘들었던 과거에 대해 얘기해 준다. 지금은 너무나도 건강하고 아름답지만, 그녀 또한 몇 년 전에 폭풍으로 이파리와 가지들을 모두 잃은 아픔이 있었던 것이다. 겉모습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다친 그녀였지만 ‘살아야 한다’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다시 치유되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가장 큰 힘을 준 것은, 다른 나무들도 똑같은 일을 겪고 있다는 것과, 그로 인해 저마다 놀라운 방식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이었다. 앵두나무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삶의 변화에 맞서 고집을 세우는 것보다, 자신을 그 흐름에 맡기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미요에게 고백한다.
세이렌과 앵두나무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미요는 차츰 마음을 열게 된다. 결국 미요는 ‘때가 되면 떠나보낼 줄 알아야 한다’는 것과, ‘이 과정들은 자신을 더욱 아름답고 강인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드디어…… 너무나도 자연스레 한 소년에게 이파리를 건네주는 미요. 그녀는 자신의 이런 모습에 놀라는 한편, 황홀감과 자유로운 느낌에 흠뻑 취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 자신이 성장했음을 느낀다.

<b> 시인 김경주가 전하는 ‘이별을 위한 시간’<br/>“이별은 우리 안에 숨 쉬고 있는 자연의 일부입니다.”</b><br/><br/>‘가을은 이별과 외로움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안녕을 말할 때』는 이 가을 빛깔에 맞게 ‘이별의 방식’을 다루고 있는 동화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별은 고통스럽거나 슬픈 게 아니다. 주인공인 어린 물푸레나무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이별이란, 인생을 살다 보면 겪게 되는 너무나도 자연스런 경험’임을 알려주고 있다. 시뿐만 아니라 『PASSPORT』『레인보우 동경』 등의 에세이로도 주목받고 있는 김경주 시인이 감성적인 문체로 번역해 더욱 그 빛을 발한다.<br/><br/>어린 물푸레나무 미요가 이별을 이해해 가는 과정을 섬세하고 자연스럽게 묘사하고 있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인생에서 ‘이별’이라는 것 또한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이며, 우리 삶을 성숙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순간임을 알 수 있다. 피하거나 두려워하기보다는 인정하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때 더욱 풍요로운 삶을 가꿀 수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는 내용은, 이별을 고통으로만 생각했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 준다. 섬세한 문체와, 페이지마다 펼쳐지는 화려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의 일러스트가 눈과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는 책이다.

이 동화는 이별의 방식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 메리 페이는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고 자연스럽게 어린 물푸레나무 미요가 이별을 이해해 가는 과정을 묘사해 나간다. 작가가 펼쳐놓은 문체의 참신함과 서글서글한 정서를 따라가다 보면, 처음엔 단순하고 밋밋해 보이던 풍경이 환하게 밝아지고, 책을 놓는 순간엔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이 주는 선명함을 통해 인생의 한가운데 우리의 이별이 늘 머물러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김경주(시인/극작가)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눈을 감는다. 어느새 어린 물푸레나무 미요가 되어 상처 입은 나를 마주본다.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던 이별의 순간들이 몽글몽글 떠오른다. 아프지 않다면, 거짓말. 하지만 그 아픔과도 자연스럽게 ‘이별’할 것을 알기에, 이제는 지혜로운 느티나무 세이렌의 따뜻한 토닥임을 받으며 조용히 눈을 감고 행복한 잠이 든다.
『선인장 크래커』 저자, 그림 그리고 노래하는 봄로야